그 시절 나에게 보내 준 누군가의 연하장 문구다. 글씨체는 또 얼마나 잘 썼는지 아름답기까지 했는데 글씨체가 엉망인 나에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글씨체가 궁체였으며 연하장 문구는 어느 시인의 시를 따 온 것임을 알았어도 그 때의 그 감동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연하장의 풍속도 바꾸어 놓았다. 이메일로 연하장이 오가더니 휴대폰의 발달로 이제는 같은 문구 같은 배경으로 대량 살포되기 시작 했다. 예전의 정성스럽게 만들고 손 글씨로 마음을 적어 보내던 정이 사라졌으니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의무만 남아 설래 임이 사라지고 추억과 정(情)도 함께 함께 사라졌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옛 일을 생각해보니 손수 만든 연하장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그림을 그렸고, 그림에 소질이 없으면 예쁜 꽃잎이나 나뭇잎들을 두꺼운 책 책갈피에 넣어 몇 달을 말렸다가 부서질세라 조심스럽게 붙이고 붓글씨로 펜으로. 저마다 정성스럽게 받는 이를 생각하며 한 마디 한 마디 글을 적어 보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우체부가 건네는 카드를 받아 들고 보낸 이를 확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고 적어 보낸 글귀들을 한 자 한 자 읽어 내리던 날의 풍경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정성과 정성이 통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리움과 애틋함이 모락모락 피어나 내 마음을 순화시켜 주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었느냐.’
모두가 다 아는 안도현님의 ‘연탄재’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내가 남에게 먼저 뜨거운 사람으로 다가가야 하는 12월이다. 어렵겠지만 손수 만든 연하장을 보내는 뜨거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대량 살포로 이루어지는 연하장이 아니고 이 시대에 맞는 뜨거운 마음이 담긴 연하장을 받고 싶다.
첫댓글 사랑받는 것보다 남을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정성껏 한번 만들어 보내심이 어떨까 그런 생각도 ~~
야초는 만드는 재주가 없어 학창시절에도 포기했었지만 ㅎㅎ
연말 잘 보내세요~~
전 연말이면 연하장 대신 제 글로 책상 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보내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70부 만들어 오늘 마지막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전 그림을 그리는 분이 수채화로 만든 연하장을 보내주셨는데
어찌나 아름답던지...액자에 담아 우리집 한켠을장식하고 있답니다.
정성이 지극합니다. 달력을 70부씩이나 나눠드리다니...
첨엔 만드는데 두달 걸렸는데
것두 오래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열흘이면 작업 끝나요.
그래서 그리 어렵진 않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옳은신 말씀이예요 완전 삐라 뿌리듯 뿌리는데다
왜 그리 방정맞은지 짜증나요 ㅠㅠㅠㅠㅠ
연하장을 받아보았을때 정성껏 만들어서보낸
분에게 더 정감이 가더라고요.
이젠 그리운 것들이 많이 사라져버리어 아쉽지만
아직도 손수 정을 드리는 마음씨에 감사합니다.
글쎄요.
아마도 '나 아직 살아있어' 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들여 만든 걸 보내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입 다물고 있는 사람들 보면 속상하다가
그런 사람들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만나면 '왜 달력 안 줘' 그러면 정말 할 말이 없어요 ㅠㅠㅠㅠ
손수 만드신 달력을 70부나 좋으신분들께 보내셨다니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그림을 잘 그릴 줄 아는 솜씨가 있으면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네요^^(완전 핑계^^)
정말 정성이 가득 녹아 있는 그런 연하장 한번 받아 보고 싶네요.
감사해요 서울아씨님~~
사실 해 보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첨엔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력이 나서 잠깐이면 되지요
손주녀석을 올린 달력도 만들어서 사돈이랑 주면 아주 좋아하구요
며느리는 말 할 것도 없구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