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재와 천장재
건물의 지붕을 구성하는 재료인 지붕재와 천장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외장이 건물의 외투라고 한다면 지붕재는 모자 혹은 뚜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직접적으로 물이나 햇빛이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재료를 살펴보기 전에 지붕의 종류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평지붕과 경사 지붕입니다. 평지붕은 말 그대로 평평한 지붕이고 경사 지붕은 기울어진 지붕입니다. 편경사지붕, 박공지붕, 모임 지붕 등등 구체적으로 따지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은 같기 때문에 기능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지붕의 골이 많고 모양이 복잡해지면 접히고 꺾이는 부분의 물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그 부분은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평지붕을 마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크게는 방수로 끝낼 것이냐, 마감재를 덧붙일 것이냐로 나뉘게 됩니다. 여러분은 TV에서 서울 등지의 시가지 항공사진을 볼 때 초록색 옥상이 끝없이 이어져 보이는 광경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왜 이런 초록색이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그 원인은 '방수' 때문입니다. 옥상 방수에 주로 쓰이는 우레탄 도막 방수의 색깔이 녹색이기 때문입니다. 우레탄 방수는 방수 성능을 가진 페인트를 옥상에 바른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합니다. 하도, 중도, 상도로 나누어 최소한 3번의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요. 하도는 최하단에서 베이스가 되어 방수층의 접착력을 강하게 만들고, 중도는 실제적인 방수 성능을 담당하며, 상도는 이 방수제를 보호, 코팅하는 역할을 합니다.
건축 역사에서 평지붕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방수 성능의 향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방수 기술이 전혀 없던 시절의 집은 지붕에 경사를 줘서 비가 오면 집 바깥으로 빨리 흘려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었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지붕을 평평하게 만들었다면 그 위로 물이 고이게 되고, 방수 성능이 떨어지는 지붕 틈새로 물이 침투되어서 실내로 들어왔을 것입니다. 방수 기술이 향상되니 물을 오랫동안 지붕에 두어도 실내로 들어오지 않게 된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평지붕이라 하더라도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넘쳐버리기 때문에 미세하게 구배를 잡아서 선홈통 등으로 모은 뒤 지상으로 내려보내야만 합니다.
건축물이라는 것은 바가지나 그릇 같은 기성품과 비교했을 때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어느 한 군데라도 새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이것은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현재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장마철이면 물이 새는 집이 나오고, 방수 보수공사를 한다는 집이 나오는 것입니다. 지붕에 쓰이는 방수 공법에는 아스팔트 방수, 시트 방수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우레탄 방수가 가장 대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트 방수 위에 우레탄 방수를 한 번 더 하는 복합 방수가 좀 더 확실한 방식으로 선호되기도 합니다. 방수로 옥상 마감을 끝내면 미관상으로는 좋지 않지만, 비용이 저렴 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육안으로 그 부분을 확인하고 바로 보수하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식은 방수를 그대로 노출 시키지 않고 별도의 마감재를 대는 것입니다. 방수 위에 타일이나 석재, 에폭시나 콩자갈 등으로 마감하는 것인데요. 카페, 주거 등에서 루프탑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미관상 훌륭하고 옥상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자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공사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방식들은 모르타르, 콘크리트 등을 사용해야 하는 습식 공법이기에 하자 보수를 위해서는 방수층 위에 설치했던 마감재를 철거해야 만 합니다. 이에 반해 모르타르, 콘크리트를 쓰지 않는 '건식' 공법은 상대적으로 유지관리에 용이합니다. '페데스탈 타일'이라고 불리는 공법은 마감재의 귀퉁이에 받침대를 세워서 방수층 위에 올려놓는 방식입 니다. 본드나 모르타르를 쓰지 않기 때문에 하자가 생기더라도 그대로 들어낸 뒤 하자 부위를 체크하면 되서 편리합니다. '역전 지붕'이라고 하여 물에 강한 압출법보온판 단열재를 방수층 위에 올리고 부직포 등 으로 보호한 뒤 잡석 등을 올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외단열 방식이기 때문에 열효율 면에서도 유리하 고, 건식 공법이라 유지관리도 잘되는 등 장점이 많아 패시브하우스 등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경사지붕입니다. 평지붕이 있기 전 세상의 모든 지붕은 경사지붕이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서인데요. 경사 지붕은 어떤 형태이든 간에 물을 바깥쪽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추운 지방에서는 눈을 내려 보내기 위해 지붕 경사가 급해지고, 더운 지방에서는 비가 들이치는 걸 막기 위해 처마가 길어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주로 다루는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근린생활시설 등에 주로 쓰이는 경사 지붕재는 크게 '리얼징크'라고 불리는 금속재와 아스팔트 싱글, 기와 정도입니다. 아스팔트 싱글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외관이 고급스럽지 않고 염가형이라는 인식이 강해 건축가들의 작품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주로 스패니시 기와라고 불리는 기와 제품은 이국적인 외관을 원하는 일부 건축주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역시 호불호가 강한 자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가장 각광을 받는 제품은 역시 '리얼징크'라고 불리는 컬러강판 제품입니다. 주로 '거멀 접기'라는 시공 방식을 사용하며 특유의 골을 형성합니다. 거멀 접기는 강판과 강판의 이음 부분을 김밥처럼 말아버리는 공법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이렇게 처리해서 물이 파고들 여지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이것 말고도 강판과 강판을 평평하게 이어 가는 '평이음'이라는 방식도 있는데요. 강판 조각 위에 다른 조각을 단순히 얹어가면서 마감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방수에 있어서는 거멀 접기보다 신뢰도가 조금 떨어진 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리얼징크'라는 제품명 자체가 아이러니에 가깝습니다. 리얼징크는 0.5mm 혹은 0.7mm 철판(컬러강판)에 부식을 막기 위해 아연 도금을 하고 페인트 도장과 코팅을 한 특정 제조사의 제품인데요. 원래 징크라는 것은 징크(아연)에 티타늄을 합금한 지붕 자재입니다. 모던하고 세련된 외관 덕분에 인기를 끌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적인 건물에 사용이 힘들었습니다. 이 징크의 대체제로 나온 것이 리얼징크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컬러강판으로 징크 느낌을 구현한 제품에 제조사가 '리얼징크'라는 상품명을 붙였는데, 이것이 널리 통용되면서 현재는 자재명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진짜 아연으로 만들어진 징크는 이러한 리얼징크와 구분하기 위해 '오리지널 징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리얼징크는 오리지널 징크와 외관은 거의 비슷하지만 비용이 활씬 저렴하기 때문에 최근 지어지는 거의 모든 건축가들의 주택들을 예외 없이 이리얼징크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금속 지붕 자재는 콘크리트 골조 위에 바로 얹을 수는 없습니다. 골조 위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하지틀을 짜고 그 위에 내수합판을 얹고, 그 위에 투습 방수지를 얹고, 공기층 확보를 위한 멤브레인을 얹은 뒤에 마지막으로 금속 지붕을 얹습니다. 내단열일 경우엔 골조 하부에 단열재를 붙이고, 외단열일 경우에는 지붕 하지틀 사이사이로 단열재를 넣게 되는데요. 우레탄 뿜칠을 해서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거나 PF보드 등의 보드형 단열재를 골조 위에 먼저 깔아놓은 후에 하지틀을 설치하기 위한 구멍을 도려내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리얼징크도 큰 지붕면을 시공할 경우 평활도가 떨어져 보인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이것을 개선한 '무소음 징크'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원래 비가 떨어질 때 나는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철판 뒷면에 밀도가 높은 합판을 덧대서 생산한 제품인데요. 이 합판 덕분에 지붕면이 활씬 더 평활해 보인다는 장점이 생긴 겁니다. 최근 이 높은 평활도 덕분에 인기가 높습니다. 대신 일반 리얼징크보다는 조금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지붕재에 이어서 천장재에 대해 설명해 볼까 합니다. 천장재는 말 그대로 천장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자재를 뜻합니다. 보통 골조 하부엔 하수 배관이나 전기 배선 등이 어지럽게 지나가기 때문에 보기에 그다지 좋지 않은데요. 이것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천장재입니다. 일반적인 주택에서 천장재가 사용되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주거 부분은 주로 '다루끼'라고 불리는 얇은 목재로 하지틀을 짜고 그 위에 석고보드를 붙인 후 벽지, 도장 등으로 마무리합니다. 계단실이나 보일러실 등에는 '무늬코트'라고 불리는 뿜칠 계열의 마감재나 페인트 도장, 노출콘크리트 등이 자주 활용됩니다. 천장재가 활용되는 곳은 주로 주차장이나 베란다 등 외부에 노출되는 부분의 천장입니다.
먼저 가장 많이 사용되는 'SMC'입니다. SMC는 Sheet Molding Compound의 약어로, 플라스틱 계열의 화학제품을 가공해 만든 패널 형상의 제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화장실이나 외부 주차장의 천장재로 자주 사용됩니다. 주로 바둑판 모양으로 시공되며 모양이나 색깔이 다양한 편입니다. 경량철골이라고 불리는 하지재를 먼저 설치하고 거기에 끼우는 방식으로 시공됩니다. 시공이 간편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긴 하지만, 미관상 아주 고급스럽다고 보긴 어려운 제품입니다. DMMC라고 하여 금속 계열의 재료를 사용해서 불연성을 높인 제품도 출시되었습니다.
'알루미늄 스팬드럴' 역시 천장재로 자주 사용되는데요. 길쭉하고 얇은 알루미늄 조각들을 연속적으로 이어 붙여놓은 자재입니다. 다른 자재에 비해 비교적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데요. 이것보다 좀 더 고급자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알루미늄 루버입니다. 스팬드럴이 빈틈없이 천장을 다 막는 자재라고 한다면, 루버는 자재 사이의 빈틈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천장을 덮는 자재입니다. 주로 건물 외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루버를 천장재로 활용한 것인데요. 루버의 빈틈 사이로 천장 속 공간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이곳에 별도의 마감 도장 처리를 또 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 밖에 '방수 석고보드' 또는 'CRC보드' 등 보드류의 판재를 덮고 도장을 하는 방식을 쓰기도 하고, '익스펜디드 메탈'이라고 하여 홈홈하게 구멍이 뚫린 금속재로 덮는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아니면 천장에서 보이는 콘크리트 골조를 최대한 잘 마무리하여 노출콘크리트 방식으로 가거나 스터코 등의 뿜칠로 마무리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용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해서 각자의 집에 가장 어울리는 천장 마감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지붕과 천장재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 보았습니다. 몇 번의 설계와 시공 과정을 겪어보니, 지붕은 미관도 중요하지만, 방수와 배수 계획을 철저히 하고 꼼꼼하게 시공하여 누수를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건축주분들이 지붕 공사를 철저히 하셔서 누수없는 집에서 쾌적하게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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