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의 두 번째 취임을 앞두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바이오시큐어법이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해져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수혜를 노리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 세계 CDMO 시장에 도전장
셀트리온은 16일 홈페이지에 주주 대상 공시를 내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CDMO 사업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연내 100% 자회사로 CDMO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설비 증설과 영업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의회에서 추진하는 바이오시큐어법은 셀트리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CDMO 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바이오시큐어법 시행 후 중국 기업에 대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연내 입법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시큐어법은 미국 연방기관·기업과 중국 바이오기업 간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BGI 등 중국 대표 바이오기업들이 규제 대상 기업으로 명시돼 있어 이들 기업과 거래 중인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협업 상대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적 CDMO 시장 선두권으로 부상한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 동아쏘시오그룹의 에스티팜, 차바이오텍의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 수주전이 한창이다. 5일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펜젠을 인수해 CDMO 사업에 도전장을 낸 휴온스, 독일 백신 위탁생산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백신 CDMO 사업에 진출한 SK바이오사이언스,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 경보제약, 대웅바이오 등도 공장 인수와 신설 등을 통해 CDMO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반중국 덕 보나
트럼프 당선인은 약값 인하를 위해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바이오 후속품(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활성화해 필수의약품과 원재료를 자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대선 공약을 통해 중국의 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4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1차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중국과 대립하며 미중 패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2차 트럼프 행정부 시대를 맞아 한국의 CDMO 사업이 반중국 정책의 최대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가 기대하는 또 다른 분야는 바이오 후속품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는 1차 행정부 시절부터 의약품 비용 통제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를 통해 미국 내 제네릭, 바이오 후속품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62개 바이오 후속품 품목 중 14개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한국 기업이 판매 허가를 받은 약품이다.
◇ 미국 바이오시장 변수는
문제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중국뿐 아니라 한국 기업을 겨냥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모든 필수의약품의 미국 생산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와 일본 등 미국의 다른 우방국 기업들도 경쟁 상대다.
트럼프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행보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백신 사용이 자폐증 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해 의료계의 반발을 받아왔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 노바백스를 비롯해 독일 비온텍, 영국 GSK는 케네디 주니어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 진보 성향의 소비자권익단체 퍼블릭시티즌은 14일 성명을 내고 케네디 주니어는 국가 보건에 명백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예상치 못한 복지정책을 펼칠 경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뿐 아니라 세계 바이오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