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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패지가(必敗之家)
반드시 망하는 집안의 일곱 가지 유형의 설명으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 될 만하다.
必 : 반드시 필(心/1)
敗 : 깨뜨릴 패(攵/7)
之 : 갈 지(丿/3)
家 : 집 가(宀/7)
출전 : 송천필담(松泉筆談)
이 성어는 조선 후기의 학자 심재(沈榟)가 학문, 정치, 경제를 비롯하여 미담과 가화(佳話)를 듣고 본 대로 기록, 정리한 책인 송천필담(松泉筆談)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조선 중기 광해군 때, 김근행(金謹行)은 오랜 세월 권력자를 곁에서 섬긴 관록 있는 역관이었다. 그가 늙어 병들어 눕자, 젊은 역관 하나가 죽을 때까지 받들어 지켜야 할 가르침을 청했다.
그가 말했다. "역관이란 재상이나 공경(公卿)을 곁에서 모실 수밖에 없네. 하지만 틀림없이 망하고 말 집안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야 하네. 잘못되면 연루되어 큰 재앙을 입고 말지."
젊은 역관이 다시 묻기를, "필패지가(必敗之家)를 어찌 알아봅니까?"
그가 답하기를, "내가 오래 살며 수많은 권력자의 흥망을 이 두 눈으로 지켜보았지. 몇 가지 예를 들겠네.
첫째,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말 만들기를 좋아하고, 손님을 청해 집 앞에 수레와 말이 법석대는 자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네.
둘째, 무뢰배 건달이나 이득 챙기려는 무리를 모아다가 일의 향방을 따지고 이문이나 취하려는 자치고 오래가는 것을 못 보았지.
셋째,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점쟁이나 잡술가(雜術家)를 청해다가 공사 간에 길흉 묻기를 좋아하는 자도 틀림없이 망하고 마네.
넷째, 공연히 백성을 사랑하고 아랫사람을 예우한다는 명예를 얻고 싶어 거짓으로 말과 행실을 꾸며 유자(儒者)인 체하는 자도 안 되네.
다섯째, 이것저것 서로 엮어 아침의 말과 낮의 행동이 다른 자는 근처에도 가지 말게.
여섯째, 으슥한 길에서 서로 작당하여 사대부와 사귀기를 좋아하는 자도 안 되지.
일곱째, 언제나 윗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도 꼭 망하게 되어 있네.
윗사람을 모셔도 가려서 해야 하네. 그가 한번 실족하면 큰 재앙이 뒤따르지. 특히 기억하게나. 다른 사람이 자네를 누구의 사람이라고 손꼽아 말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되네."
성대중(成大中)이 말했다.
幾以燭理, 明以折疑.
기미(幾微)로 이치를 밝히고, 현명함으로 의심을 꺾는다.
深以處變, 毅以制衆.
깊이로 변화에 대처하고, 굳셈으로 무리를 제압한다.
四者備, 方可以應敵.
이 네 가지를 갖춘다면 바야흐로 적과 대적할 수가 있다."
리더라면 이쯤은 되어야 한다. 뻔한 것을 못 보고, 툭하면 의심하며, 경솔하게 바꾸고, 무리에게 휘둘리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바야흐로 정가에도 짝짓기 철이 다가온 모양이다. 줄을 잘 서는 것이 관건이겠는데, 명심하게나! 사람들이 자네가 누구의 사람이라고 말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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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선택 7가지 방법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뽑아주면 당선이 될까? 내 표가 사표가 되지는 않을까?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최선이 아닐 때는 차선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거는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선택(選擇)은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으로 정의된다. 우리 삶이 바로 선택의 연속이다. 태어나 자라 학교를 선택하고 직장, 결혼, 자신의 운명마저도 선택이 결정해 왔다.
그래서 선택과 투표가 우리의 삶과 미래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물론이고 우리가 속한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인 투표를 포기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 하겠다.
어떤 시도에서는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중도에 낙마하거나 당선자가 교도소행을 선택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했다.
선거에서의 바른 선택 기준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 가면으로 자신을 숨기는 후보들이 상당수 출마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조선 숙종 때 김포 군수, 인천 부사 등을 지낸 관록의 역관 김근행(金謹行)은 우리에게 이런 선택의 고민을 다소나마 정리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김근행은 젊은 역관이 찾아와 죽을 때까지 받들어 지켜야 할 가르침을 청하자 필패지가(必敗之家)를 꼽았다.
반드시 망하는 집안의 일곱 가지 유형을 설명한 필패지가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 될 만하다. 김근행이 지적한 망하는 집안 유형을 살펴보자.
첫째는,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말 만들기를 좋아하고 손님을 청해 집 앞에 수레와 말이 법석대는 자다. 이 경우는 반드시 망하게 돼 있다고 부연했다.
요즘으로 치면 저녁마다 고급 음식점에 삼삼오오 모여 그들만의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는 경우와 유사하겠다. 또 측근이라 이름 붙여진 자들과 모여 골프장을 전전하는 작태도 궤를 같이한다.
둘째, 무뢰배 건달이나 이득 챙기려는 무리를 모아다가 일의 향방을 따지고 이문이나 취하려는 자. 이런 자 치고 오래가는 것을 못 봤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건설공사나 납품권을 둘러싸고 선거를 도왔던 이들과 이득을 나눠 챙기고, 챙긴 이문으로 다음 선거 때 정치자금으로 쓰는 꼴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점쟁이나 잡술가를 청해다가 공사 간에 길흉 묻기를 좋아하는 자다. 틀림없이 망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표를 쫓아 절마다 돌고 지역 내 이 교회 저 교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선택에서 배제해야 하겠다. 불공정한 방식으로 추출한 샘플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후보들도 여기에 든다고 하겠다.
넷째, 공연히 백성을 사랑하고 아랫 사람을 예우한다는 명예를 얻고 싶어 거짓으로 말과 행실을 꾸며 유자(儒者)인 체하는 자다. 선거기간에 자신의 치적을 과대하게 포장해 홍보하는 후보들은 이 경우다.
다섯째, 이것저것 서로 엮어 아침의 말과 낮의 행동이 다른 자는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일렀다.
기계로 여론을 조작하고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이들,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흑색선전하는 이들, 없는 사실을 가공해서 유포하는 자, 공약을 남발하고 지키지 않는 자, 모두 이 상황에 해당한다.
여섯째, 으슥한 길에서 서로 작당해 사대부와 사귀기를 좋아하는 자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밤마다 권력자 주위를 맴돌며 돈으로 공천을 받고자 하는 이들, 자리 하나 받을까 해서 실세들에게 줄 대기 하는 사람들이 귀에 담을 이야기다.
일곱째, 언제나 윗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도 꼭 망하게 돼 있다고 장담했다.
자기 그릇이 얼마인 줄 모르고 시의원에서 도의원, 도의원에서 시장, 군수, 국회의원, 도지사 욕심의 끝을 알 수 없는 이들도 많다.
김근행은 필패지가를 설명하면서 추가로 “윗사람을 모셔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일렀다.
그는 “한 번 실족하면 큰 재앙이 뒤따르지. 특히 다른 사람이 자네를 누구의 사람이라고 손꼽아서 말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계파와 계보가 난무한 지금 우리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지적이다.
기성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들은 자신이 김근행이 지적한 필패지가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미 진흙탕이 된 우리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을 계속 부어 더러운 물을 밀어내는 방법이 있다.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들의 혜안이 필요하겠다. 이번 선거에서 꾸중 물을 퍼내고 필패지가에 해당하는 자들을 선택으로 걸러내자.
▶️ 必(반드시 필)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八(팔; 나눔, 필)과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의 합자(合字)이다. 땅을 나눌 때 말뚝을 세워 경계를 분명히 하여 나눈다는 데서 반드시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必자는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必자는 心(마음 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심장’이나 ‘마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必자는 물을 퍼 담는 바가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必자를 보면 바가지 주위로 물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必자는 바가지나 두레박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柲(자루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참고로 必자는 心자에서 유래한 글자가 아니므로 글자를 쓰는 획의 순서도 다르다. 그래서 必(필)은 ①반드시, 틀림없이, 꼭 ②오로지 ③가벼이, 소홀히 ④기필하다, 이루어 내다 ⑤오로지, 전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없어서는 아니 됨을 필요(必要),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반드시 없으면 안 됨을 필수(必需), 꼭 이김이나 반드시 이김을 필승(必勝), 필연이나 반드시를 필시(必是), 반드시 패함을 필패(必敗), 반드시 읽어야 함을 필독(必讀), 장차 반드시 이름이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필지(必至), 반드시 죽임 또는 그런 마음가짐을 필살(必殺), 꼭 얻음 또는 꼭 자기의 물건이 됨을 필득(必得), 필요하게 씀을 필용(必用), 반드시나 틀림없이 꼭을 필위(必爲), 꼭 그리 됨을 필정(必定), 반드시 명중함을 필중(必中), 반드시 앎을 필지(必知), 우편물 따위가 정해진 기일까지 틀림없이 도착함을 필착(必着), 꼭 이루기를 기약함을 기필(期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 또는 어찌하여 반드시를 하필(何必), 필요가 없음을 불필(不必), 생각하건대 반드시를 상필(想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을 해필(奚必), 틀림 없이 꼭 망하고야 맒을 필망내이(必亡乃已),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필유곡절(必有曲折), 품은 원망을 반드시 풀어 없애고자 애씀을 필욕감심(必欲甘心),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결코 이러할 이치가 없음을 필무시리(必無是理), 삼십 년 뒤에는 반드시 인仁이 된다는 필세이후인(必世而後仁) 등에 쓰인다.
▶️ 敗(패할 패)는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貝(패)가 합(合)하여 싸움에서 지게 되어 패하다를 뜻한다. 敗(패)는 則(칙)의 반대로, 법칙(法則)을 때려 부수다, 사물을 못쓰게 만들다, 나중에는 적에게 지는 것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敗자는 '깨뜨리다'나 '패하다', '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敗자는 貝(조개 패)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하지만 敗자의 갑골문을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고대에는 나라마다 섬기는 신이 있었고 그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솥을 사용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은 매우 신성시됐다. 그런 솥을 그린 鼎자에 攵자가 더해진 것은 신성한 솥을 깨부수었다는 뜻이다. 신성한 솥이 깨졌다는 것은 적에게 패배했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敗자는 '패하다'나 '깨뜨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鼎자가 貝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도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敗(패)는 실패(失敗)하거나 패배(敗北)함, 또는 그러한 일의 뜻으로 ①패(敗)하다, 지다 ②무너지다 ③부수다 ④깨뜨리다 ⑤헐어지다 ⑥깨어지다 ⑦썩다 ⑧떨어지다 ⑨해(害)치다 ⑩기근(飢饉) ⑪재앙(災殃), 재화(災禍) ⑫흉년(凶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잃을 실(失),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길 승(勝), 있을 존(存), 이룰 성(成), 있을 유(有), 일 흥(興) 이다. 용례로는 가산을 탕진하여 없앰을 패가(敗家), 싸움에 져서 망함을 패망(敗亡), 싸움에 지거나 일에 실패한 원인을 패인(敗因), 도덕과 의리를 그르침을 패덕(敗德), 싸움에 져서 죽음을 패사(敗死), 싸움에 져서 뿔뿔이 흩어짐을 패산(敗散), 사업에 실패함을 패업(敗業), 패하여 세력이 꺾인 나머지를 패잔(敗殘), 전쟁에 짐을 패전(敗戰), 싸움에 져서 멸망함을 패멸(敗滅), 패배의 빛이나 패배할 것 같은 경향을 패색(敗色), 싸움이나 경기에 진 사람을 패자(敗者), 싸움에 져 도망침을 패주(敗走), 찢어진 종이나 못쓰게 된 종이를 패지(敗紙), 싸움에 져서 도망함을 패배(敗北), 일에 성공하지 못하고 망함을 실패(失敗), 이김과 짐을 승패(勝敗), 참혹하게 패함을 참패(慘敗), 성공과 실패를 성패(成敗), 쇠퇴하여 문란해지는 것을 퇴패(頹敗), 경기나 시합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애석하게 짐을 석패(惜敗), 싸움에 한번도 지지 아니함을 무패(無敗), 지지 아니함이나 실패하지 아니함을 불패(不敗), 일을 그르쳐 패함이나 분하게 짐을 분패(憤敗), 가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침을 일컫는 말을 패가망신(敗家亡身), 마른 버드나무와 시든 꽃이라는 뜻으로 용모와 안색이 쇠한 미인의 모습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패류잔화(敗柳殘花),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적필패(輕敵必敗),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하는 계기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전패위공(轉敗爲功), 한 번 이기고 한 번 짐을 일컫는 말을 일승일패(一勝一敗), 자기 군대의 힘만 믿고 교만하여 적에게 위엄을 보이려는 병정은 적의 군대에게 반드시 패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교병필패(驕兵必敗), 아주 튼튼하여 절대로 깨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만년불패(萬年不敗), 자연을 거역하여 私意사의를 끼우면 길패함을 이르는 말을 위자패지(爲者敗之)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家(집 가, 여자 고)는 ❶회의문자로 宊(가)와 동자(同字)이고, 姑(시어미 고)와 통한다.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안에서 돼지(豕)를 기른다는 뜻을 합(合)하여 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家자는 ‘집’이나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家자는 宀(집 면)자와 豕(돼지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예로부터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은 집안의 귀중한 재산이었다. 그러니 도둑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곁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돼지우리를 반지하에 두고 그 위로는 사람이 함께 사는 특이한 구조의 집을 지었었다. 아직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중국의 일부 소수민족은 집안에 돼지를 기르고 있다. 家자는 그러한 가옥의 형태가 반영된 글자이다. 그래서 家(가)는 (1)일부 한자어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그 방면의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2)어떤 일에 능하거나 또는 지식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3)어떤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4)성 다음에 붙어, 그 집안을 나타내는 말 (5)호적상, 한 가(家)로 등록된 친족의 단체 등의 뜻으로 ①집 ②자기(自己) 집 ③가족(家族) ④집안 ⑤문벌(門閥) ⑥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⑦조정 ⑧도성(都城) ⑨전문가 ⑩정통한 사람 ⑪용한이 ⑫학자(學者) ⑬학파(學派) ⑭남편(男便) ⑮아내 ⑯마나님(나이가 많은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⑰살림살이 ⑱집을 장만하여 살다 그리고 ⓐ여자(女子)(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실(室), 집 궁(宮) 등이 있다. 용례로는 부부를 기초로 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을 가족(家族), 한 가족으로서의 집안을 가정(家庭),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음을 가출(家出),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집안의 보물을 가보(家寶), 집안 식구를 가구(家口), 남에게 대하여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친(家親), 남에게 자기 아들을 이르는 말을 가아(家兒), 집안 살림의 수입과 지출의 상태를 가계(家計), 한 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사람이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집을 가옥(家屋), 집안이나 문중을 가문(家門),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집안 어른이 그 자녀들에게 주는 교훈을 가훈(家訓),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에게 길들여져 집에서 기르는 짐승을 가축(家畜),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한 집안의 대대로 이어 온 계통을 가계(家系),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빈한한 집안이라서 아무것도 없고 네 벽만 서 있다는 가도벽립(家徒壁立), 타국이나 타향에 살 때는 고향 가족의 편지가 더없이 반갑고 그 소식의 값이 황금 만 냥보다 더 소중하다는 가서만금(家書萬金)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