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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관계 : 1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관련.
2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이 있음. 또는 그 방면이나 영역.
3 남녀 간에 성교(性交)를 맺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4 어떤 일에 참견을 하거나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참견이나 주의.
02
" 아… "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하얀 천장이었다. 아- 내가 또 잠을 잤던가.
설연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욱씬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고통스럽다' 라는 말만 떠오를 뿐이었다.
넓디 넓은 방은 그저 어두컴컴했다. 두꺼운 커튼을 치고서 작은 빛줄기라도 보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설연의 입에서는 작은 한숨만 흘러나왔다.
" 잠만보로군 "
딸칵 소리와 함께 남자가 들어오자 설연은 얼굴을 들었다. 어제 만났던 남자….
그는 설연에게 아직도 아프냐는 질문을 빼먹지 않았다.
" 조금은요 "
설연의 대답에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곧 두껍게 닫혀있던 커튼을 열어제꼈다.
생각보다 환한 빛들이 쏟아졌다. 설연의 인상이 말없이 일그러졌다. 갑자기 너무나 많은 양의 빛을 눈이 인식했던 탓이었다.
" 몸이 회복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니 이게 아마 마지막 진통제가 될꺼야 "
빛에 적응하지 못한 설연의 눈이 눈물을 찔끔찔끔 빼낼 동안 남자는 책상서랍에서 한참이나 무언갈 뒤적거리더니 차차
설연이 눈을 뜨기 시작할 즈음에 그녀가 있는 침대 맡으로 다가왔다.
언제 여기까지 온거지? 분명 눈을 감으려고 했을 때는 먼 곳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눈 앞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니.
설연은 놀랐지만 몸은 움찔거릴 기운조차 없었던게 분명했다.
" 이상한거 아니니 떨 필요없어 "
" … 당신은 누구죠? "
설연의 팔뚝에 뾰족한 주사바늘을 찔러 넣으려던 남자는 몇초간 대답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눈이 안보였던 탓에 어제는 잘 볼 수 없었지만 오늘은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남자의 눈동자는 무언가가 빨려들어갈 정도로
강렬했다. 멋있다거나 매력있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저 사람의 눈빛 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다. 설연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 나에겐 이름따윈 중요하지 않아 "
" …… "
" 뭘 하느냐가 중요하지 "
손 끝을 더듬던 남자가 가만히 멈춰서더니 주사기를 가져다댔다. 설연이 따끔거림을 느꼈다. 그러나 따끔거림은 잠시였다.
주사기를 침대 옆 테이블에 놓고 연고를 집어 든 남자는 설연과 더 가까운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 재미있는게 있어 "
남자는 설연의 얼굴에 스스럼없이 연고를 바르며 입을 열었다. 설연은 대답없이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런건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 몸이 좀 가벼워지거든 저기 놓인 신문을 보도록 해 "
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고가 예상하지 않았던 곳에 묻었는지 남자가 인상을 쓰며 대답하지 않아도 돼 라고 덧붙이고는
설연의 턱 주변을 쓱쓱 문질러댔다.
뭐, 어쩌라고? 기분이 상한 설연은 눈을 밑으로 깔았다.
" 내가 이곳에서 나갈 수는 없는건가요? "
" 어제도 말했을텐데 "
" 선택의 여지는 없는거냐고 묻는거예요 "
" 애초부터 그런건 당신에게 없었잖아? "
설연이 움찔거렸다. 아마 방금 맞은 주사는 효과가 빨리 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까는 움직이도 못했었으니 좋은
진통제인가 보네….
설연의 머리가 하얗게 번져가는 듯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도 종 잡을 수 없었으니까.
" 나, 나는… "
" 아까 내가 누구냐고 물었었지 "
" …… "
" 그리고 나는 무얼 하느냐가 중요한 거라고 대답했고 "
남자는 연고 뚜껑을 돌려 닫고 있었다. 계속 설연을 쳐다보면서. 애써 외면하던 설연은 남자에 의해 틀어졌다.
이미 그녀의 턱이 남자의 강한 힘에 붙잡혀 10cm도 안되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난 사람을 죽여 "
" …… "
"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을 죽이고 돈을 받지 "
" …… "
" 킬러. 그게 나에겐 중요한 거다. 이름 따윈 중요하지 않아 "
남자가 일어섰다.
그제서야 턱이 놓인 설연은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얼마나 센 힘에 쥐여졌던건지 눈에 눈물이 다 고였다.
" 쉬어. 날 자극해봤자 좋을게 없다는걸 알아둬 "
" 자, 잠깐… "
설연이 남자를 애처롭게 불렀다.
" 당신얘기는…그, 그러니까… "
" 천천히 얘기해 "
숨을 헐떡이는 설연이 괴로워 보였다. 남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연을 지켜봤다. 정말 몸 상태가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새다.
유난히 호흡 정리가 안됐다.
" 날 죽이고 돈을… 돈을… 받는다는건가요? 그 사람들에게? "
깨나 진지한 설연이었다. 뭐, 이런 질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니 웃긴건 어쩔 수 없다.
남자는 피식 웃었다.
" 당신은 안죽여 "
" … ㅇ, 어째서 "
" 죽이지 말라는 의뢰인의 말이 있었으니까 "
" …… 의뢰인?! "
" 여기까지 "
" 자, 잠깐만! "
" 시끄러워. 여기까지 말해준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 "
뒤에 계속 이어지는 설연의 말은 무시한채 자신의 말만 다하고 나가버리는 남자였다. 머리 속이 혼란스럽다.
갑자기 알게 된 남자의 직업과 자신을 죽이지 말라던 의뢰인이 있다니…. 충격의 연속이다.
그 의뢰인은 날 안다는 말인데. 누굴까. 나를 이곳에 오게 만든 사람은. 왜 날 이곳에 오게 한 것일까.
설연이 이빨로 손톱을 깨물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머리만 더 아파왔다.
'당신. 이곳에 5일이나 된 건 아는건가? 계속 땀 흘리고 자던 통에 몸에서 냄새가 나더군. 왠만하면 나 나가거든 저기가서
씻도록해'
남자가 나가기 전에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나 자리에서 일어섰다. 확실히 아까 몸상태보다 좋아진 것 같긴 하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남자가 가르키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하 "
세상에나.
큰 거울에 비친 설연의 모습은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그 누가 자신을 아나운서 한설연이라고 하겠는가.
이러고 나가면 거지취급에 동전이라도 안맞으면 다행이었다.
아까 남자가 연고를 덕지덕지 쳐발라주던 모습도, 냄새난다고 하던 말도 다 이해해버렸다.
떡이 진 채로 풀어헤쳐진 긴 머리, 상처가 가득한 얼굴, 멍투성이의 온 몸, 그리고 안 씻어서 때가 낀 얼굴까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서둘러서 욕실 문을 걸어 잠그고 옷을 하나, 둘씩 벗었다. 욕실 안에 들어가던 내내 설연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온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멍 자국은 도대체 어디서 생긴 것이란 말인가…. 단순한 멍이 아니라 흉측할 정도의 피멍 자국은
심한 구타를 당할 때만 생기는 것인데.
몸을 스치는 물줄기에도 설연은 인상을 썼다. 약한 물방울 조차도 그녀의 몸을 스칠 때는 쇠방망이 같았다.
그만큼 온 몸이 만신창이었다.
설연이 대충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 쯔음이었다.
'똑똑'
노크소리. 설연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씻으라고 나가놓고는 왜 또 온거지?
" 생각 좀 하고 살지 그래. 간다 "
남자는 그 말만 하고는 나가버렸다. 방금 받은 옷가지들과 여자 속옷을 화장실 문 밖에 놓고서.
그것을 알길없는 설연은 한참이 지나고서야 욕실 문을 살짝 연 후 주위를 살폈다.
한참동안이나 밖에 나오지 못했던 것은 혹시나 밖에 아직 그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입을 옷이 마땅히 없다는
생각이 거의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도 개운은 하네 "
이 상황에도 몸이 개운한 느낌을 가지다니. 참 신기하다.
설연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툭툭 털어대며 신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까 남자가 재미있는게 있다던 신문이었다.
큰 테이블에 놓여진 의자를 빼내어 앉은 설연은 신문을 펼쳤다.
[ G 그룹의 한 정운. 딸을 제발 돌려다오 ]
한회장?
설연의 한 쪽 눈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기사를 읽는 내내 설연은 피식피식 웃어댔다.
정말 재미있는게 여기 있네. 정말 재미있는게 여기 있었어.
기사를 끝까지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연은 있는 힘껏 신문을 내팽개쳤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걸려있었다.
기쁨의 웃음은 절대 아니었다.
내팽개쳐진 신문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져 있었다.
' G 그룹의 회장 한 정운(73). 그를 인터뷰 하기란 쉽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그의 부인과 자녀들이 눈물바다가 된 것이 이유.
한설연 그녀가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
라는 마지막 구절을 보지않은게 다행인걸지도 몰랐다.
* 1편을 읽고 2편을 찾아주신 여러분들께 정말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심오한 내용으로 쓴 소설이라 전개는 차차 이루어질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셔서 놀랐어요!
이번 편도 부디 재미있게 봐주시길!
다음편에는 땡스투도 들고 찾아올께요. 좋은하루 되세요
첫댓글 ㅋㅋㅋㅋ재밌어여 >_< 담편 기대염 ㅋㅋㅋㅋ
잘봤습니다'ㅅ' 다음편도 기대할께요'ㅅ'
구웃 꺄울
여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는데용? 담편기대요
엇 설연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보고파용
오호...잼는데여?
재밌어요~~ㅎㅎ
다읽으니 생각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