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韓기업 신설법인, 中 87개<日 118개 ‘탈중국 가속화’… “중국 기업 기술탈취도 영향”
[글로벌 첨단기술 전쟁]
中에 세운 신규법인 30년만에 최저
中 경기 침체-공급망 이슈도 걸림돌
“새로운 최종 소비재 적극 발굴해야”
반도체 소재 부품 및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 기업인 케이엔제이는 지난달 중국 난징에 있는 사업장의 생산시설 중 60%를 내년 12월까지 축소하고 국내 공장에 약 4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관련 특허 기술을 보유한 케이엔제이는 2014년 처음으로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중국 인건비가 치솟는 데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우려까지 커지면서 결국 중국 사업장을 줄이고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케이엔제이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 들어갈 원자재 조달이 쉽지 않다”며 “중국 기업의 기술 탈취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국내 기업의 대중(對中) 투자가 줄면서 올 상반기(1∼6월) 한국 기업이 중국에 설립한 신규 법인 수가 30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6월 한국 기업의 대중 신규 설립 법인 수는 87개로 집계됐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작은 규모로, 1년 전보다 12.1%(12개) 줄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설립한 신규 법인 수는 2006년(1201개)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이 일본에 새로 설립한 법인 수는 118개로 전년보다 63.9%(46개) 늘었다. 일본에 설립된 법인 수가 중국 신규 법인 수를 웃돈 것은 반기 기준으로 1989년 하반기(7∼12월) 이후 33년여 만이다. 1∼6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설립한 신규 법인 수는 338개로,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지난해 1년 동안 미국에 설립된 국내 기업 법인 수는 659개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였다.
중국에 투자한 금액에서 회수된 금액을 뺀 순투자 금액 역시 올 상반기 5억8113만 달러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4억1694만 달러) 이후 21년 만에 가장 적다.
대중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기술 우위를 갖고 있던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이슈 등도 대중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최종 소비재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장은 “전 세계 국가의 탈중국 현상은 오히려 중국 소비 시장에 한국이 진입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해 중국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