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6:1
잿빛 하늘에서 찔끔찔끔 새는 물이 금방이라도 하얀 눈발을 날릴 것 같습니다.
출근 보름째입니다. 미양 공단에 신 그렌다이저를 가져다주고 왔습니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차(car)팔이 했지, 렌터카에 운전 경력30년, 손해사정인까지
저는 우리 회사에 넘치는 사원입니다. 이제 자동차 정비마저 공부하면 누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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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퍼포먼스를 좇아오겠습니까? KT에서 인터넷 연결하면 오늘로 피 씨 방은
쫑입니다. 24살의 저는 자동차 회사를 다니면서도 운전면허증이 없었고 이로
인해 애를 먹었습니다. 한번은 에스페로2000CC를 출고해서 고객에게 인도 해
주는 과정 중 새 차를 긁어먹은 일이 있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깜깜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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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잘 넘어갔습니다. 아마도 그 고객이 압구정동 한신아파트에 살았지요.
저는 영업을 자그만 치 20년 동안 이골 나게 했습니다. 보험, 자동차, 약국, 병원
등등 지금도 영업부서에 일하지만 검사받고 타이어 배달해주는 일은 껌입니다.
GM대우 한국 시장 철수 설이 솔솔 나는 것이 어째 조짐이 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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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너는 알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설마, 진짜면 난 어떡하라고?
판문점에서 북한 군 병사가 지프를 타고 귀순을 했는데 총상을 5군대나 입고
아주대병원에 입원을 한 일로 며칠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그 친구가 깨어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JSA는 공동경비구역의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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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이곳은 무장이 금지된 곳으로 DMZ으로도 부른답니다. 얼마 전에 트럼프가
방문하려다가 못한 곳이지요. 저는 수도방위사령부시절 6박7일 동안 전술훈련을
가서 일주일정도 철책근무를 섰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기록물을 그대로 올립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철책과 철책 사이에는 한 고을 인구 정도가 먹을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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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이 나온다는 드넓은 연주평야가 사마천을 끼고 드러누워 야속한 지난세월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척 일어나기가 싫었지만 ‘북한군이 목따간다‘는
병사의 무용담이 신경 쓰여서 억지로 일어났고 1호 복장으로 무장을 하고서
근무를 나갔는데 여전히 한기가 올라왔습니다. 바람소린지 뭔 소린지 모를 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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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방송이 우리 쪽에서 보내는 대남 방송과 섞이면서 전설 따라 삼천리의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형국입니다(생략). “ 비무장지대 안에 JSA가 있고
판문점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난 공동경비구역(JSA)에는 허가된 사람 외에 출입
금지 지역입니다. 이곳에는 ‘군사정전 위원회’와 ‘중립국 감시 위원단’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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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으로 통칭합니다. 휴전선 155마일 안에는 한국군350여명과 미군 250여명
으로 구성된 ‘유엔 연합사령부 경비대대’가 북측과 함께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1976년 8.18 도끼 만행 이후로 양측 간 충돌 방지를 위해 군사분계선을 표시하고
누구든 MDL을 넘지 못하게 하였는데 영화JSA에 보면 경비병끼리 농담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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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마을 부근과 판문점 내 감시카메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담배나 술을 주고
받기도 한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JAS지역 우리 측 자유의 집 방향
으로 북한 군 1명이 귀순을 한 것입니다. 놀란 북측 경비병들이 사격을 했고 총 맞고
쓰러진 병사를 우리 측에서 포복으로 기어 끄집어 왔는데 연대장이 했네. 대대장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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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 브루스를 치고 있는데 제 생각으론 둘 다 아니고 사병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여론에 밀려 이례적으로 CCTV가 공개 되어서 저도 보았습니다. 완전 007첩보 드라마를
찍었더라고요. 귀순 병사 이름은 오00, 25세입니다. 총탄을 근접거리에서 5발이나 맞고도
살아난 걸 보면 오하사도 명줄 하나는 타고 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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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이 원빈을 닮아다니 사선을 헤맨 만큼 자유 대한민국에서 장가도 가고 취업도 해서
잘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든, 문학이든 반전이 없으면 무미건조합니다. 에스더 왕후의
첫 번째 잔치가 끝난 밤이자, 두 번째 잔치가 시작되기 전날 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하수에로 왕은 잠을 청하지 못합니다. 왕은 잠이 달아나자, 시중드는 신하들로 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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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을 가져오게 합니다. 승정원 도승지 정도 되는 이가 실록을 읽었고 듣고 있던 왕의
귀에 내시의 왕 암살모의를 고발한 내용이 들려왔습니다. 왕은 신하들에게 모르드개에게
존귀나 영예를 내렸는지 하문했고 신하들은 아무것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아니 ,왜, 갑자기, 하필 지금 하문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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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래? 아왕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 일진데 왜 당시에 즉각 처리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원 이는 뭘 하고 있었고? 이 상황은 창세기의 요셉을 떠오르게 합니다.
요셉은 옥에 갇힌 바로의 술 관원이 꾼 꿈을 관직 회복이라 해석했고 그때 풀려나가거든
자신의 사정을 왕에게 고해 구해달라는 요청도 했는데 관원은 새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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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왕의 꿈 해석이 필요할 때가 돼서야 관원은 요셉의 일을 기억했고, 그 결과
요셉은 옥에서 풀려나 총리가 되었었지요(창41:9-43). 모르드개의 경우도 왕의 목숨을
구한 공이 완전히 잊어진 듯 했지만 절묘한 시간에 왕에게 기억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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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그 때 잠이 안 오고, 술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역대 실록을 읽느냐고?
신앙이 좋은 분들은 이것이 하나님의 섭리이고, 역사라고 말할 테지만 저는 믿음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음모와 술수와 착각이 뒤범벅이 되어 불의가 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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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듯 보이는 세상이 사실은 제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는 세상의 힘과
모사가 작동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은 줄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그 밤을 계기로
극적으로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울며 통곡하던 모르드개는 존귀와 영광으로,
오만한 하만은 굴욕으로 말입니다. 번뇌하는 하만에게 이 굴욕은 시작에 불과하며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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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이기지 못할 것 이라고 세레스까지 대못을 박습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만은
불려나가고 아말렉을 향한 예언은 신속히 성취되었습니다. 누가 그러던데 높은 건물을
지을 때 한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이 원칙은 건물이 높아질수록 더 단단하게 짓는
것이 아니라 더 부드럽게 짓는다는 것이지요. 억지로 바람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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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바람을 받아들이도록 합니다. 이 공법이 세찬 바람이 불어올 때 더 안전하게
건물을 지탱해 준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높이 쌓아둔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은 큰 목소리와
고압적인 자세가 아니라 부드러운 미소와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열린 마음입니다.
강한 것으로 세상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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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부드러움이 세상 모든 강함을 이겨낸다고 믿습니다. 이솝우회에 바람과 해님이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게 하는가? 내기를 했습니다. 바람은 세찬 입김을 아무리
강하게 불어도 나그네는 점점 외투를 여미기만 하였으나 해님은 부드럽고 따스한 미소를
보내자 나그네는 외투를 벗어 들었어요. 유연한 물 한 방울이 커다란 바위에 구멍을 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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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있게 됩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손길에는 정말 기적 같은 힘이 존재합니다.
큰 목소리로 거칠게 내 뱉는 언어는 누구에게든 상처만 될 뿐입니다. 사람들에게도
부드러운 눈높이로 다가서서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면 분명 좋은 반응을 할 것입니다.
강하기보다 부드러워야 하고, 거칠고 큰 목소리보다 낮은 목소리가 영향력이 있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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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지면 높이신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것은 중요할 것입니다. 하나님 어디 계시나요?
끝도 없는 하만의 욕망, 역전의 역사를 주신 하나님
우연을 가장한 개입, 나는 우연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이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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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속에서도 역사하시는 하나님,
세상은 하나님의 섭리를 믿지 않기에 자기 지혜와 권모술수, 권력과 돈, 힘과 건강,
목청 큰 악다구니를 의지 하나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제가 평강을 잃지 않고 양보와 희생을 선택하는 바보가 되게 하옵소서.
특별히 사선을 넘어 자유대한민국으로 귀순한 오 하사의 생명을 지켜주옵소서.
2017.11.23.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