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인성
요즈음 총선을 앞둔 정치판보다 축구계가 더 시끄럽고 요란하다. 그 까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특히 4강전 요르단과의 게임에서 손흥민, 황희찬, 김민제, 이강인과 같은 유럽 무대에서 활보하는 발군의 실력을 가진 최강의 전력으로 유효 수팅 하나 없는 최악의 졸전으로 64년만의 꿈이었던 우승을 허탈하게 날려 보낸 데 대해 축구 팬들이 책임을 물어 감독과 협회장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르단과의 4강전 2:0이라는 참패에 대해 감독과 협회가 전날 있었던 선수간의 불화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언론플레이로 국가적 망신살이 세계적인 가십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와 중에 간과해서는 안 될 일 하나가 있다. 그것은 요르단과의 일전을 앞둔 전날 저녁 식사 후 게임을 대비 미팅을 하려는 주장 손흥민 선수에 대해 일부 젊은 선수들이 반발하며 탁구를 치러 갔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과의 몸싸움이 일어났고 팀 분위기가 다음날 졸전을 치르는 발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은 불씨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 중심에 이강인 선수가 등장하게 되었고 결국 항명을 일으킨 이강인의 인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선배 주장에게 “꼰대, 늙은 선수, 이 바닥에 실력이 선배"라는 등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이강인은 PSG에서 무기한 출전정지, 광고주들의 위약금 요구 등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말 안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선수들이 경기하는 축구장을 사람 사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으로 비교해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며 오늘의 작태에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과연 많은 사람들의 인성은물의를 일으킨 축구 선수들보다 조금 나을까? 장담할 수가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것이 많아지면 어느 사이 교만이 고개를 들고 스승도, 선배도 제치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그러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아들에게 "벼가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며 겸손, 겸손, 겸손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 유럽에서 손흥민의 인성은 찬사를 받고 있다. 여기서 결론은 하나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