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묵주이야기] 잠결에 들리던 부모님 묵주기도 소리
‘묵주기도’ 하면 어릴 때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잠결에 속삭이듯 들리던 기도 소리에 실눈을 떠보면 늘 묵주기도를 하고 계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반질반질하게 닳은 나무 묵주가 무척 좋아 보였다. 기도보다는 묵주가 윤이 나길 바라며 묵주알을 바삐 굴리기도 했다. 예수님의 일생이 담긴 묵주기도에는 우리들 삶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고 부모님의 삶도 느껴진다. 그래서 묵주기도의 신비를 묵상하면 때로는 부모님이 곁에 계시면서 그 신앙이 내게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으로 일상에서 힘을 얻곤 한다. 아직도 기도는 잘하지 못해도 부모님의 신앙을 닮으려고 버릇처럼 곳곳에 묵주를 놔두고, 요즘 유행하는 팔찌 묵주와 묵주 반지도 끼고, 가방마다 주머니마다 묵주를 넣고 다닌다. 그리고 눈에 보이거나 가깝게 손에 쥐어질 때 감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묵주 9일 기도를 절실한 마음으로 바치면 꼭 들어주신다는 말을 믿고 있지만 나는 어떤 형식을 따라 시간을 따로 정해 촛불을 켜놓고 차분히 앉아 기도하기가 어려워 그냥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각 날 때마다 손가락을 꼽으며 기도하다가 마치지 못할 때도 많고 끊어졌다 다시 이어 바치기도 한다. 이런 부끄러운 일상 속에서 나는 얼마 전 성모님의 도우심을 깊이 실감하는 특별한 체험을 하였다.
나는 늦깎이로 시작한 문단 생활 10여 년의 어설픈 글쟁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지만 글이 잘 안 써지거나 회의를 느낄 땐 의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때 나의 삶을 동반해주고 있는 묵주기도로 영감을 얻고 위안도 받는다. 흔히 맘이 편하고 즐거울 땐 엄마를 찾지 않던 자식들도 아프거나 힘들 땐 엄마를 찾는다. 나 역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만큼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한 가닥 나에게 떠오르는 부모님의 묵주기도 소리, 간절함이 있으면 들어주신다는 성모님의 손길이 있었다. 9일 기도 중 특히 빛의 신비 2단, 가나의 첫 기적을 묵상하면서 가슴 뭉클하게 와 닿는 느낌이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성모님께 절실한 마음으로 빌었다. 때가 되지 않았어도 당신의 부탁으로 기적을 이루신 예수님께 전구해달라고….
때마침 나의 능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그 기도를 들어주셨다. 작품으로 인정받고 약간의 부상으로 어미 노릇도 하고, 용기를 주신 글쟁이로서의 큰 기쁨을 나에게 안겨 주셨다. 가슴이 뛰었고 내겐 기적 같은 은혜로움이었다. 참으로 감사했다.
내 침대 머리맡엔 밤톨만한 묵주알의 1단짜리 나무 묵주가 제법 반들거리며 늘 나를 기다린다. 기도를 많이, 잘해서가 아니라 나의 삶을 동반해 주는 묵주를 손에 들 때 성모님이 예수님의 구원 역사에 동반하신 것처럼 주님 안에 평안과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자주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는 묵주만 들면 수면제처럼 기도하다가 잠이 들곤 한다. 묵주기도는 장미꽃을 한 송이씩 정성껏 봉헌하는 것이지만 마음처럼 제대로 된 장미꽃을 피워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그래도 늘 성모님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장미 꽃내음 맡으며 잠들 것이다. 부족함도 어여삐 보아주시리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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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모님 우리사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때도 있지만 , 밉게보여질때도 있지요? 알면서 자주 심술부리는 제가 참 바보처럼 느껴집니다. ^*^
오늘도 성모님의 보호 아래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