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유독 극성을 부리는 놈이 있다.
이놈은 축축한 걸 좋아하는데 포유류의 눈곱을 특히 편애한다. 시골길을 걸을 때 눈가에 바짝 다가와 왱왱거리기도 하고 소나 강아지의 눈앞에 나타나 꽤나 성가시게 한다.
눈앞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알짱거리다가 눈 속으로 잽싸게 침투하는 기술도 가졌다.
손으로 낚아채보지만 동작이 재빨라 좀체 잡을 수 없다. 이놈의 몸은 좁쌀만 한데, 이놈에게 당하는 괴로움은 좁쌀 한 가마는 될 것이다.
초파리인지 날파리인지, 아니면 하루살이 종류의 하나인지 그 이름을 아는 이가 별로 없다.
하루는 이놈이 호랑이의 눈가에 나타났다.
호랑이는 대수롭잖게 여기고 눈을 껌벅거리다가 잠을 청했다.
때를 놓칠세라 이놈은 호랑이의 눈곱을 향해 돌진했다. 눈꺼풀이 간질거리는 통에 호랑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호랑이가 눈을 떴는데도 이놈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호랑이의 눈 속을 파고들 기세로 달라붙었다가 호랑이가 고개를 흔들면 목덜미 뒤로 잠시 도망가 숨곤 했다.
이놈의 공격은 집요했고, 그때마다 호랑이는 앞발을 휘휘 저어 쫓았다.
그러다가 호랑이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앞발에 힘을 주고 단단히 발톱을 세운 다음, 호랑이는 이놈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토끼를 낚아챌 때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런데 발톱 끝에 찍혀 나온 것은 이놈이 아니라 호랑이의 두 눈알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놈을 ‘호랑이눈깔뺀파리’라고 불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