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심이라는 단어를 맹자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인심은 항산(恒産) 이후라야 항심이라고 했던가. 아마 그럴 것이다. 세상 인심은 우선 배때기가 차고 나야 생긴다나 어쩐다나. 뭐 별로 찬성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뭐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어쨌든 생산이 늘어나서 다들 배고픔을 면하면 세상이 소강(小康), 즉 조금 편안해진다고, 그리고 법이 없어도 해 뜨면 일하러 나가고 해 지면 집에 돌아와 잠을 자니 나물 먹고 물 마시는 세상이라. 이것이 동양의 이상사회인 대동(大同)이라 부른다네.
각설하고 내가 지리산에서 한창 술 마시고 물 마시고 좋은 호시절 춘삼월을 보낼 때의 이야기인즉슨, 하루는 전라도 너머 경상도에 사는 후배집을 향해 나섰다. 뭐 전라도니 경상도니 해도 경계지점의 마을인지라 불과 1-2킬로미터밖에 안된다. 오르막을 올라 겨우 내리막에 서서 룰루랄라 하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간질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 뒤를 바라보니 참 별짝스런 일도 다 있지, 뱀이 한 스물댓 마리는 됐음직한 뱀들이 떼를 지어 어슬렁어슬렁 내 발걸음을 흉내내며 따라오는 게 아닌가? 이런 놀랠 일이, 허이 저리로 가라, 나는 니들이랑은 절대로 친하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죽은 삭정이를 내던지면 대가리를 쫙 내리깔고 안오는 시늉을 하다가, 내가 앞으로 걸어가면 또 대가리를 치켜들고 혓바닥을 벌름벌름거리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따라붙는 것이었다. 휴 정말 애먹었다. 어제 먹은 술이 싹 깨는 느낌이었다. 후배집에 도착하자 바로 뱀 잡는 땅꾼에게 전화를 걸어서 뱀 이야기를 했더만 잽싸게 달려와 봤더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뱀은 한 마리도 없더라는 얘기.
사설이 길었다.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어찌 해보려는 기심을 품고 있으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기심은 칼 냄새, 피비린내 진동하는 심포이리라. 항심은 아마도 맹자가 말한 뜻보다는 아 00 거사처럼, 혹은 무뇌아처럼 무심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글쎄다. 그런 경계에 가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누구와 피비린내 나는 칼싸움을 할 때에도 항심을 가장하면 아마 상대방의 방심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마 가장 재미있을 때가 상대방이 방심한 때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현대적인 기심, 즉 포장을 하는 일이나 자기를 꾸미는 일보다는 무심을 내 안에 만들어서 방심한 상대방을 응시하는 일일게다. 아마 기심은 아무리 열심이 있더라도 항심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일만큼 행복하고 신나는 경우는 없다. 내가 오늘 작정했던 계획이 다소 어긋나더라도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다. 열일 제쳐놓고 지금 바로 여기에서 가장 좋은 차를 내며 접대를 한다. 손님 접대가 가장 중요한 일 아니던가? 그래 그렇더라도 한심한 아니 항심한 인물을 만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압구정을 복원한다고 떠들어댄다. 한명회가 지은 압구정, 그렇게도 많은 새들이 날아들어 뭇 선비들의 갓 위에, 어깨 위에 혹은 지팽이 위에 앉아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어울렸다고 한다. 한명회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한번 압구정에 나가서 새들과 어울리며 풍류를 즐기고 싶었던 게다. 그런데 한명회가 압구정에 도착하자 그 많던 새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새들도 인간 백정 한명회의 기심을 느낀거라는 소문이 저자거리의 술안주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어렵거든 어디 한군데라도 필이 꽂혀서 집중해보라. 그러면 장난을 치는 마음을 잡을지도 모르니까. 네 마음을 가져와 보거라. 글쎄 어디에 두었더라. 못찾겠다 꾀꼬리다. 군남한테 주워듣는 요체는 아마 힘 빼라는 말일 게다. 그렇다. 눈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산삼은커녕 도라지도 안보였는데 제길 온힘이 다 빠져서 어깨가 휘청휘청거리니까 뭐가 보이긴 보이는구나. 그래 몸의 힘도 빼고, 세상살이에도 힘 좀 빼고, 마음에도 힘 좀 빼자. 긴장하지 말고 힘을 웬만큼 빼고 보면 뭔가 보이긴 보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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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명회가 압구정을 지은 이후 압구정은 오리鴨자에서 누를壓자 압구정?, 한갖 새들도 한명회의 기심을 알았다니 .......그리고 철종의 부마 박영효가 압구정에 살다가 갑신정변을 일으킨 이후 그 압구정은 사라졌지요, 세상 조심해서 살아야지..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이라는걸 알아야지.....
크크크, 누구누구는 벌써 다음 정권 때 은팔찌 학교 입학이 확정됐다는구만요. 참으로 퍽퍽한 세상인디. 아무개는 봄날이 한창이라더구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 빼서 더이상 뺄 힘도 없시유 그런디도 안보여유
아직 쪼금 덜 빠진 거 있지 않을까요. 나도 너무 빠졌는지 너무 둔한 것인지 오늘 군남님이 시험본 거 포토는 합격했는디 나는 낙제했다우. 아마 포토가 방방곡곡에 선전할 것이구만유. 그래두 원체 둔한 체질이라 나는 천천히 갈라요.
기심,항심,방심의 공통점은 '마음心'자 구먼요.....제가 읽을줄 아는 글자는 그거뿐이라서.....
잼 있따...잘 읽고 갑니다^&^....심볼 준비를 하고 있는 저 다 빼야할터인데.....(군남님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