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직원 횡령액, 560억 아닌 3000억… 금융권 최대 규모… 금감원 “母회사도 문책”
허위서류 만들어 PF대출 실행 등
부실 관리속 15년간 77차례 횡령
기존 횡령 덮으려 새로운 횡령도
당초 560억 원 정도로 알려졌던 BNK경남은행 직원의 횡령 금액이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사고다.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뿐 아니라 모회사인 BNK금융지주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20일 경남은행에 대한 긴급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직원 이모 씨(50)가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2988억 원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검사 초기 단계에서 확인된 횡령액(562억 원)에 비해 약 5.3배 많은 수준이다.
이 씨는 경남은행에서 15년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17곳의 사업장에서 77차례 횡령을 저질렀다. 우선, 고객사가 요청한 적이 없는데도 허위 서류를 만들어 1023억 원의 PF 대출을 실행했다. 허위 대출금은 무단으로 개설한 계좌와 가족, 지인 명의 계좌 등으로 나눠서 이체했다.
이 씨는 또 PF 대출자가 정상적으로 납입한 원리금 상환 자금도 지인 또는 가족 명의 법인 등으로 빼돌려 1965억 원을 챙겼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을 골드바 및 부동산 매입, 골프 및 피트니스 회원권 구매,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했다.
이번 사건의 규모(2988억 원)는 지난해 확인된 우리은행 횡령 사건(8년간 약 700억 원)의 4배 이상 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만 이 씨가 기존 횡령을 덮기 위해 새로운 횡령을 저지르는 ‘돌려막기’를 했기 때문에 경남은행이 실제로 입은 손실은 이보다 적은 595억 원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구 경남은행 강남지점 모습. 뉴스1
금감원은 경남은행과 BNK금융지주의 부실한 내부 관리로 전례없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남은행은 이 씨에게 자신이 취급한 PF 대출에 대한 사후관리 업무까지 맡게 하는 등 직무분리 원칙을 위반했다. 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가게 한 뒤 그 기간 동안 업무 비리, 부정을 확인하는 명령 휴가도 실시한 적이 없었다.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의 PF 대출 취급, 관리 업무를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횡령 금액의 사용처를 추가로 확인하고 현장 검사가 마무리되면 해당 내용을 수사 당국과 공유할 계획이다. 또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경영진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