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마약 제조법 배우고 인맥 구축
올 상반기 마약사범 재범률 51%
초범-재범, 유통-제조업자 한 방에
출소후 다시 마약범죄 연루 악순환
“범죄 유형별 분리… 치료 병행해야”
송모 씨(52)는 2016년 1월 마약류 밀수 혐의로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경북북부교도소에 수감됐다. ‘마약사범을 다른 수감자와 차단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송 씨는 교도소에서 다른 마약사범들과 함께 지냈다. 수감 중 사귄 ‘교도소 동기’를 통해 중국인 마약상을 소개받은 송 씨는 출소 후 국제 마약 유통망을 구축했다. 캄보디아, 중국, 나이지리아 등 해외에 거점을 둔 마약조직을 완성하면서 다른 교도소 동기 6명을 국내 유통책으로 활용했다.
송 씨는 올 4월 서울과 대구 등에서 623억 원 상당의 필로폰 18.7kg을 유통하려다가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더 큰 규모의 마약 범죄를 저지른 전형적 사례”라고 했다.
● 교도소에서 신종 마약 제조법 전수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적발된 마약 범죄 상당수는 교도소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현행법에는 “마약사범의 경우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는 이를 근거로 마약사범을 다른 수용자들과 분리해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초범과 재범, 유통업자와 제조업자가 한 방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마약사범끼리 네트워크가 생기고, 출소 후 다시 마약류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교도소 내에서 신종 마약 제조기법을 전수받기도 한다. 2021년 7월 부산에서 약 3만3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만들어 유통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30대 남성은 제조법을 교도소 동기로부터 전수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화학 약품을 분리하거나 섞는 계량컵과 원심분리기 등을 갖추고 필로폰을 만들었는데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제조법을 자세히 배우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감 동기의 권유로 새로운 마약에 빠지거나 겨우 끊었던 마약에 다시 손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 마약 사범 재범률 50% 넘어
마약사범들의 재범률이 높은 것도 교도소에서 쌓은 네트워크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약을 구하기 어려웠던 초범도, 교도소 동기를 통해 손쉽게 마약을 다시 구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사범 재범률 현황’에 따르면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50.8%에 달했다. 마약사범 재범률은 2019년 54.5%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소폭 줄었다가 올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 사이에선 교도소에서 마약사범끼리 지내게 하는 현재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재직 시절 마약 수사 전문이었던 김희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지금은 교도소가 마약사범 양성소 기능을 하고 있다”며 “공급자와 단순 투약자 등으로 유형을 나눈 다음 위험성이 높은 공급자는 일반 재소자와 섞여 지내게 하고 단순 투약자는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교도소가 교화보다 사고 방지에 치중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당장 분리가 어렵다면 소규모로 나눠 치료와 교화를 병행하면서 재범률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주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