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엑스(X) 이용자 100만명이 일론 머스크 엑스(X)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통령 후보과 2시간 동안 얘기를 주고받는 것을 지켜봤다고 야후! 뉴스가 전했다. 12일 오후 8시(한국시간 13일 오전 9시)에 시작하기로 약속돼 있었는데 40분 늦게 시작했다. 머스크는 D 도스 공격을 받아 그런 것이라고 억지스러운 주장을 늘어놓았다.
일단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자 머스크는 대화임을 강조하며 얘기를 시작했다. 첫 질문은 역시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있었던 암살 시도에 대한 것이었다. 그 뒤 두 사람은 이민, 외교 정책, 경제 등에 대한 주제들을 섭렵했다.
트럼프의 X 인터뷰는 최근 몇 주 동안 그의 세 번째 소셜미디어 출현이자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대화에 끼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달랐다. 음모이론 전문가 마이크 로스차일드는 트럼프 선거운동에 어떤 유형의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이번 인터뷰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변화하는 선거운동의 지형이 점점 덜 전통적인 매체에 의지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을 덧붙였다.
기술적 문제 때문에 상당 시간 지연
트럼프와 머스크의 대화는 9시 40분이 될 때까지 시작하지 못했다. 당시 100만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머스크는 포스트를 올려 이렇게 늦춰진 것은 D도스 공격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뭐라고 말했나?
이번 대화는 많은 트럼프 주제들을 다뤘다. 지난달 암살 시도를 돌아보고, 대선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격과 그녀의 '국경 차르' 역할론, 그리고 가자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바이든 대통령 공격 등이었다. 여기에다 이민 얘기를 더했는데 예의 트럼프는 살인자와 범죄자가 미국 국경을 넘어 들어온다는 해묵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보다 이주민 인구의 범죄율이 훨씬 낮다. 트럼프는 또 "비생산적인 사람들이" 미국으로 몰려온다는 상투적인 말도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를 포기한 것을 두고 쿠데타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로 화제를 돌려 눈길을 끌었다. 전에 전기 자동차에 대해 날선 비판을 늘어놓았던 그는 테슬라를 "믿기지 않는" 제품이라고 칭찬했다. 지난 3일 유세 도중 트럼프는 "일론이 날 매우 강하게 승인했기" 때문에 전기 자동차를 좋아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적대국들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자신의 게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핵 위협의 책임을 조 바이든 행정부에 돌리면서 자신을 위기관리의 적임자라고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김정은 같은 사람은 나약함보다 강한 힘에 반응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인류의 최대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닌 핵 온난화(nuclear warming)”라고 주장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열거하며 “나는 이들을 잘 안다. 좋거나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총명하고 사악하며 자신의 게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해 “나는 그를 만나 북한 땅까지 넘어갔다. 놀라운 시기였다”며 “내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쌓아 미국에서 북한발 위협이 없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잘 지냈다. 그의 침략 행위를 내가 억제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란 정책과 관련해 “이란산 석유를 사지 못하도록 중국 등을 압박했다. 그 결과 이란의 재정을 효과적으로 고갈시켰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를 회유하고 중국과 이란을 강하게 압박한 자신의 외교 전략이 성공했다는 취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급진 좌파 미치광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암살 시도 당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린 줄 몰랐다. 난 지금 신앙인이 됐다”며 대선을 한 달 앞둔 오는 10월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해리스 캠프는 이날 오후 9시쯤 이메일을 보내 이번 대화를 "큰 거래"라며 "이 세상에서 최고 부자가 팀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아첨꾼임이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와 머스크가 '브로맨스'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는데, 이 표현이 김정은과 트럼프 예에서 보이듯 긍정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트럼프는 지지율 답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J D 밴스 부통령 후보와 번갈아 가며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있다.
머스크는 뭘 얻으려는 걸까?
트럼프는 거의 일년 가까이 X 밖에 있어왔기 때문에 그가 X에 돌아온다는 것은 이 플랫폼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X는 현재 잇단 소송, 이용자 증가세 정체, 광고주 동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고 표명한 머스크는 그동안 X의 부적절하고 부정확한 정치 콘텐트를 검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5억 4000만명에 이르는 X 이용자들에게 트럼프 캠프가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 셈이다.
자신의 것들을 자꾸 빼앗으려 한다고 위기감을 느낀다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무모하고 위험한 정치인에게 알량한 짓을 하는 머스크, 참 저렴하고도 저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