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9:20
몸도 마음도 엄동설한인지라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아주
모처럼 릴 렉스 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설치하고서 밀린 예능을
하나씩 먹어치우는 중입니다. 지누 션# 핫 치킨 걸이 파이널에서 ‘말해줘‘를 불렀고
효린# 다비드가 ‘있다 없으니까’를 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게스트가 모두 91년
-
산, 양띠들인데 저는 왜 치킨 걸도 효린도 모두 우리 에스더로 보이지요.
치킨 걸은 음악 신동입니다. 랩이면 랩, 보컬이면 보컬, 즐기는 모습이 솔직히
엄 정화 보다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데요. 저는 우리 두 딸들이 미술도 인생도
좀 천천히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핫 걸 은혜야, 넌 잘 될 거야, 에스더도 swag.
-
효린과 디바드가 부르는 “있다 없으니까‘는 완전 소름끼치는 연기력이 돋보였습니다.
27살 양띠는 뭘 해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치킨 걸이 워낙 잘해서 디바드가 떨어졌지
감성연기는 100점을 주고 싶습니다. 쉰 넷 줄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참
건성건성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한번 언급했던 ‘서둘음‘은 결국 ’서툴음’으로
-
인생을 즐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저는 엄정화가 지누션 멤버이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challenge라는 단어가 ‘이의를 제기하다’와 ‘도전‘이라는 뜻이 같이
있다는 것도 건성건성 살 때는 몰랐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라는 말이 아니라 느릿느릿 보면서, 관찰하면서, 느끼면서, 정리하면서
-
사전도 찾아가면서, 택배도 부치면서, 음악도 영화도 듣고 보면서, 시장도 홍대입구도
바람 새러 나가면서, 콘서트도 뮤지컬도 구경하면서, 그리고 가끔은 노동일도 해가면서
인생을 충분히 인조이 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 두 딸들도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91년 산 딸내미 생일이 이번 주 수요일입니다(11.29). 한 달이 지나면
-
28세가 되지만 만으로 하면 아직은 26살입니다. 4수해서 세종 대 동양학과를 다녔는데
연애는 안하고 허구한 날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더니 기어이 학부 3년을 때려 치고 다시
수능을 보겠다는 딸내미가 우리 에스더입니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데 할 말 없습니다.
-
그리고 원하던 0예0 무대미술과를 갔다는 것 아닙니까? 전 학년 35명 중 저는 단연코
우리 딸이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하늘에서 별을 따다가 줘도 아깝지
않게 키운 딸이지만 고집도 포스도 장난이 아닙니다. 연애는 언제할거냐고 물으면 걱정
안 해도 된다는데 아빠가 보기에 남자를 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어느 날 보내온 문자에 “아빠, 나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라는 글을 보며 제가 얼마나
내 자신을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진로를 바꾼 동생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기껏 미술 1년
한 아이를 서울 대 보내겠다고 아빠는 걱정하지 말랍니다. “윽, 대박, 대한민국 만세.
겨울바지 4개에 목 폴 라1개를 현찰 박치기를 했더니 판매원이 양말4족을 서비스로
-
담아줬습니다. 허리가 34‘로 잘록해지면서 또 제 사치 병이 도졌나봅니다.
참고로 저는 브랜드 아닌 옷은 절대 안 사는 아저씨입니다. 쪽박 차고 취업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옷 사는데 100만원을 쳐 바르고 지금 담배를 못 사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월급날이 10일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거지처럼 살아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Swag.
-
제가 18살 때 쌀팔아 산 양말(아놀드,1800원)로 시작된 제 명품 병은 라코스테-
잭니클라우스-먼싱, 블랙 앤 화이트-꼬꼬에서 주춤하다가 데쌍트-언더아모정도로
유행을 따라다녔습니다. 물론 루비 통, 구찌, 페라가모, 프라다, 에레메스, 아르마니,
돌체, 디젤, 디스퀘어드, 몽클레어, 스톤아일랜드는 꾸준히 저의 사랑을 독차지
-
하고 있습니다. 주얼리는 불가리화이트골드 링, 크로우마치 펜던트, 팔찌는 24k 골드가
딱 제 스타일입니다. 등산복은 몬츄라와 아크테릭스를 제가 단벌로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청용상은 택시운전사로 송 강호가 받았고 단골 mc김 혜수가 김 주혁을 위해
울어준 것이 포토 존에 잡혔습니다. 고인이 된 김 주혁은 미인들이 울어줘서 저승길이
-
외롭진 않을 것 같습니다. 에스더서가 내일 끝나지만 저는 오늘 책 걸이를 했습니다.
10장까지 끝내 있는 듯 없는 듯 테 내지 않고 숨어 계신 하나님을 보면서 신앙이란 내가
메가폰대고 소리 지르지 않고 새벽기도에 통성기도, 주일성수로 요란스럽지 않아도 되는,
매 순간 하나님을 의식하면서 마라톤처럼 긴긴 레이스를 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 챘습니다.
저도 남은 인생을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에스더 생일이 낼 모렌데 어쩌나?
-
끝내 용안을 보여주지 않으신 주님,
에스더서를 통하여 숨어계신 하나님의 역사를 보았나이다.
하만과 에스더의 싸움은 궁극적으로 사단과 우리 주님의 싸움인 것을
배웁니다. 소명은 사명을 위한 것이고, 하나님이 움직이실 때까지
인내하면서 하나님의 통치를 기다리는 것이 구원이며, 성도의 삶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웃는 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하나님과
주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믿고 부림 절을 즐겁게 자원함으로 지키겠습니다.
2017.11.26.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