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려라 참깨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 중에 재미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란 책이었다. 가난한 나무꾼 알리바바는 어느 날 산중에서 도둑들이 숨겨놓은 동굴을 발견한다. 도둑들이 외우는 주문까지 알게 된 나무꾼 알리바바는 마침내 도둑들이 사라지자 동굴 앞에 가서 이렇게 소리친다.
“열려라 참깨.”
그러자 동굴의 문이 스르르 열리는 것이다. 마침내 알리바바는 열려진 문 안으로 들어가서 도둑들이 숨겨놓은 갖가지 보물들을 집으로 가져와 큰 부자가 되었다던가, 어쨌다던가. 그의 욕심 많은 형 카심은 그 비밀을 알고 동굴까지는 들어가지만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잊어버려서 ‘열려라 땅콩, 사과, 포도’ 등 갖은 주문을 외우다 뒤늦게 돌아온 도둑에게 잡혀서 죽었다던가, 어쨌다던가. 내용은 거의 잊어버렸지만 주인공 알리바바가 동굴 앞에서 외우던 주문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열려라 참깨.”
그러면 문이 열렸다. 갖은 보물이 들어 있는 동굴의 문이. 내 가난하던 시절, 껌 하나가 생기면 벽에다 붙여놓고 며칠을 씹던 어린 시절. 그 어린 시절에 온갖 화려한 꿈과 환상이 가득히 들어 있던 비밀의 동굴이 스르르 열려지던 그 주문을 잊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주문을 주님께서도 기억하고 계신 것일까. 주님은 귀머거리 반벙어리를 고쳐달라고 사람들을 데려오자 손가락을 그의 귓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열려라.”
주님은 이상한 분이시다. 귀머거리를 고치실 일이면 ‘들려라’ 하고 말씀하시든지, 벙어리를 고치시려면 ‘말하라’고 말씀하셔야지 ‘열려라’ 하고 말씀하시다니. 주님은 귀머거리의 안 들리는 귀가 도둑이 보물을 숨겨둔 동굴의 문쯤이나 되는 것으로 착각하셨던 모양이다. 아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하느님도 마찬가지다. 아브라함의 다른 아들 이스마엘이 목이 말라서 울자, 하느님은 그의 어머니 하갈의 ‘눈을 열어주시어’ 물이 나오는 샘을 보여주셨으니까 말이다.
그래 맞다. 우리가 불구에서 벗어나려면 주님을 향한 마음의 문이 열려야 한다. 우리가 똑바로 듣고 똑바로 보고 똑바로 말하는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온갖 보물로 가득 찬 주님의 동굴 앞에서 무엇보다 마음의 문부터 열려야 하는 것이다.
주님, 나의 하느님. 내 마음의 문을 열어주소서. 그리하여 있는 사물을 있는 사물대로 볼 수 있고,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볼 수 있는 온전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