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삐뚝바리(눈개승마) 첫 수확을...
2023년 4월 24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닷샛날
어제 오전 영주 막내네 과수원에서 사과꽃 따주기,
적화(適花)를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심조심
꽃 하나하나를 살피면서 솎아주는 일이라서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과수농사에 있어 일련의 모든
과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사과농사에는
완전 문외한인 촌부가 생각을 하건데 적화(適花)도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그 많은 꽃 중에 어떤 것을
솎아주느냐에 따라 사과가 잘 열리고 못 열리느냐
판가름이 나게 되니까 말이다. 이다음 과정이라는
적과(適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첫 단추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초보인 우리는
막내네가 시키는 그대로 배워서 했다. 나름 정성을
다하여 열심히 일을 했다. 키가 큰 사과나무에 손이
닿는 위치에 핀 꽃을 솎아주었다. 나머지는 막내네
부부가 자동차 처럼 생긴 차의 발판을 타고 올라가
마무리를 하는 것이었다. 결국엔 일을 다 못해주고
다시 산골집으로 와야했다. 마음같아서는 며칠 더
머물면서 마무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우리의 일정도
있는지라 어쩔 수가 없이 그냥 와야만 하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아주 이따금씩 막내네에 가면 막내처제가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주곤 한다. 젊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자매 중에 막내의 요리솜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아내와 처제 또한 나름의 솜씨, 각자의 소질은 있다.
하지만 젊은 감각의 막내 솜씨와는 비교할 수 없다.
사과농원을 운영하느라 바빠서 요리를 자주 못하고
있다지만 그 솜씨는 녹슬지 않은 것 같았다. 이번에
세 끼는 막내가 정성껏 차려준 것으로 맛있게 먹고,
어제 올라오기 전에 점심은 영주에 가면 이따금씩
가곤 하는 온갖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오는 음식점인
송정식당에서 먹었다. 우리식구들 입맛에 안성맞춤
음식맛이다. 어찌되었거나 일을 도와주러 갔었는데
맛난 음식만 먹고 온 것 같아 막내네에게 미안하다.
오는 길, 원주에 들려 조카 딸내미를 내려주고 잠시
대형마트에 들려 생필품을 구입하여 산골집에 왔다.
오자마자 단지를 둘러보았더니 이틀새 삐뚝바리가
쑥쑥 자라 꺾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아 아내를 불러
손맛을 보라고 했다. 둘째네도 손맛 보라고 불렀다.
이서방이 나와 함께 꺾었다. 보기에는 얼마 안 될 것
같았는데 제법 되어 둘째네 조금 나눠주고 나머지는
데쳐서 맛을 보고 묵나물로 말리기로 했다.
우리고장에서 '삐뚝바리' 라고 부르는 이 산나물의
본명은 '눈개승마'이다. 어떤 연유에서 삐뚝바리로
불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산나물은 고기맛이
난다고들 한다. 몇 번 음식점에서 먹어보긴 했으나
그렇게 느껴보지는 못했다. 4년전 아주 자그마한
모종 50그루를 심었다. 이듬해는 더 번식을 위하여
꺾지않았고 3년次인 지난해에는 야생동물 피해로
수확을 못해 아쉬웠다. 추측컨데 고라니의 소행이
아니었을까 싶어 올해는 일찌감치 밭가에 그물망을
쳐놓았더니 무사히 수확할 수 있었다. 첫 수확이다.
오늘은 삐뚝바리 첫 맛을 봐야겠다.
길냥이 사료를 주러갔던 이서방이 표고버섯이 많이
피어 따야할 것 같다고 했다. 비닐봉지를 들고 가서
보니 제법 많이 피어 세 번째 손맛을 보면서 따왔다.
버섯목을 세워놓고 첫 번째인 지난해는 겨우 손맛만
봤을 뿐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세 번째, 앞으로도 몇
번 더 따게 될 것 같다. 참나무를 베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종균을 넣고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더니 이렇게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많은 수확은 아니지만
손수 길러먹는 버섯이 너무 맛있고 값진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둘째네 나눠주었고 말려 막내네에게도
조금 나눠줄 것이라는 아내의 아우들 챙기는 마음이
참 곱다. 매사에 맏이의 모습이 뚜렷하게 엿보인다.
첫댓글 손수 가꾸고 수확한 것으로 차려진 밥상을 보니
촌부님의 삶의 멋드러짐과 맛이 이곳까지 울리는 듯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멋진 월요일 출발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따금씩 식구들이 먹는 밥상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소중함을 느끼게 되지요. 이번 한 주일도 보람으로 채우세요.^^
적화 ,적과..
적과때도 사과 열매를
솎아 줘야지 실한 사과를
얻을수 있다고들었어요.
앞으로 한번 더 다녀오셔야
할 듯합니다. ㅎ
잠시도 쉴 틈없이
바쁘신 일상입니다.
5월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과농사가 힘든 줄은 이제 알겠더군요. 사과 하나 먹더라도 농부의 마음, 농부의 정성을 생각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