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조선왕조 실록(139편)
(6부작)화냥년이 무엇이더냐.5
예조판서의 환향녀와 이혼 요구남들에 대한 각개 대처법.
과연 그 각개 대처법의 내용은 무엇일까.그리고 환향녀들의 정신적 데미지란 무엇일까
확대 관계 장관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는 대전으로 가보자.
에또, 그래설라 무네.이번에 넘어온 환향녀들 배울만큼 배웠고, 살만큼 사는 집에서 태어나, 살만큼 살고, 제법 방귀 깨나 끼는 집에 시집들 간 애들입니다.
얘네들 지금 거의 정신붕괴 상태입니다. 생각해 보십쑈. 그네들 잘못해서 끌려간 것도 아닌데.가서 죽을 고생하고 지내다 겨우겨우 몸값 내고 빠져나왔다니, 손가락질 하고 욕먹는다니.기분 얼마나 엿같겠습니까.
글치.문제는 얘네들이 오피니언 리더들의 딸이란 건데.얘네들한테 어떤 면죄부 같은 걸 줘야 한다는 거죠.
면죄부.예, 면죄부.이를테면, 국가에서 네들이 처녀란 걸 증명해 준다거나.네들이 청나라에 끌려가서 당한 일은 불문에 부친다거나 하는.그런 상징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야! 예조판서! 바로 그거야 좋아. 어떻게 하면 될까 응.뭐가 좋을까.처녀 증명서 같은 걸 동사무소에서 찍어주는 건 어때.
거시기…얘들이 무슨 원조교제 하던 애들입니까.그런 걸 찍게? 일단은 어떤 상징적인 게 좋을 거 같은데.상징적인 거 뭐.혹시 홍상수 감독이 찍은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보셨슴까.
응 그 뭐시기한 영화.그 아저씨 영화는 보다보면 불편해져서 꼭 그 알고는 있는데.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다 까발려 보여주는 듯 해서.
거기 보면, 남자주인공이 여자애 씻겨주는 거 나오지 않슴까.
씻겨주면서 자기가 씻겨주니까 이제부터 순결해 지는 거라고.아!그거
그거 어떻슴까.환향녀들 한테도 몸만 씻으면 네들도 깨끗해지는 거니까 몸만 깨끗이 잘 씻으라고.그럼 깨끗한 여자로 국가에서 인정해 준다는.홍상수 영화 같아서 좀 께름직하지만, 어떻슴까.
야! 그거 굿 아이디어인데 좋아 당장 실행하자구!이리하여, 인조 행정부는 하나의 포고문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그 뭐시기냐.
환향녀들.네들 끌려갔다 온거 다안다.뭐 네들이 끌려가고 싶어서 끌려갔겠냐 네들 심정 다 알어.
근데 네들이 거기서 몇년간 주방 식모살이만 하다 돌아왔다는 건 지나가던 개도 안믿을 소리고.네들 다 오랑캐 놈들이랑 뿅뿅 했다는 거 우리도 다 안다.
그렇지만, 그게 또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란 거도 알거든.원래 법대로 하면, 네들은 정조를 잃은 실덕한 여자들이고. 실덕한 여자들은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여자라는 게 정답이지만.
이게 또 법이란 게 너무 빡빡하게 적용하면 너무 인정머리 없어 보이거든.
그래서 우리들이 생각한 건데, 일단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자들은 홍제원 냇물 (오늘날로 치면 연신내다)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서울로 들어오면, 네들이 청나라에서 했던 ‘죄’는 불문에 붙이는 걸로 할게.
홍제원 냇물에서 씻고 서울로 들어온 여자들은 국가가 인정한.아니 왕인 내가 인정한 ‘깨끗한 여자’니까 얘네들한테 손가락질 하고, 욕하는 애들 그리고 특히 남편들…네들 이혼하자고 하면 내손에 죽을 줄 알어!”
이리하여 환향녀들은 연신내에 모여 옹기종기 목욕을 하고, 서울로 입성하게 되었는데.정부에서 야심차게 시행한 이 연신내 목욕 면죄부’정책은 지나가던 소도 비웃는 실패한 정책이 되었는데, 아무리 연신내에서 목욕을 해도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가시질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남편들의 이혼 요구는 도를 더해갔다.
이 대목에서인조.특유의.승부수를 던졌으니, 바로 ‘남편과의 대화’였다.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인조가 던진 승부수 였던 ‘남편과의 대화’ 과연 대화는 잘 이루어 졌을까.
전하, 솔직히 묻겠습니다.같은 남자들끼리 생각해 보십쑈!
마누라가 언놈이랑 살을 섞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전하라면 받아들이 겠습니까.남자대 남자로 솔직히 대답해 보십시요!
아니, 뭐 꼭 그렇게 감정적 으로 나가지 말고.혀 깨물고 죽지는 못할망정, 뭐 잘났다고 꾸역꾸역 조선까지 넘어와서 연신내 에서 목욕하고는 나 깨끗해요 이러는데.전하,정말 이거 좀 어떻게 해주세요.
야야,나도 다 알어.네들 심정 다 이해해.그런데 어쩌냐.네들이 참아주지 않으면, 나라가 절딴나게 생겼는데.
야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네들이 왕 가오 좀 세워주라.그래, 차라리 첩을 두는 거야.
네들 첩 두는건 내가 적극 이해해 줄테니까.그래 걍 호적상 으로만 마누라라고 받아만 주고.그 다음에 지지든 볶든 그건 네들 맘대로 해라.
응.한번만 봐주라.응.
그랬다. 인조는 이혼을 요구하는 남자들에게 첩을 두라고 권했던 것이다.공식적으로 첩을 인정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미봉책이었다.인조는 이런 식으로 대충 환향녀 문제를 덮어두려고 하였으나.이런 인조의 바램은 그저 바램으로 끝이 났으니.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화냥년이 무엇이더냐.는 다음회로
엽기 조선왕조 실록(140편)
화냥년이 무엇이더냐.6
인조가 환향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두가지 대책.바로 홍제원
냇물 면죄부’정책과 첩 권장 정책은 환향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었는데.
이런 정책의 실패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영의정 장유의 사건이었다.
전하,거시기 제 며느리 말입니다.
응.자네 며느리가 왜.저번 난리통에 강화도로 피신을 가다가.그만 오랑캐 놈들한테 끌려갔습니다.
저런, 어쩌겠나 개똥 밟았다 생각하게. 어쩌겠나 다 팔잔데.
그렇죠.지나가다 똥 밟았다 생각해야 겠죠.그래, 그런 긍정적 사고가 세상을 바꾼다니까!
그런데,똥을 밟았으면 그 똥을 닦아 내야지 길을 걸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똥 밟았다고 길을 멈추면 대인의 도량이 아니지요.오호 영의정 역쉬.뭔가 좀 멋있어 보이는 대사인데 멋져!역시 영의정은 남자야.
그래서 말입니다.찝찝하게 똥을 밟고 살수도 없는 법이고.
영의정, 오다가 똥 밟았소
어이! 얘들아 볏짚 좀 가져와라!
영의정이 똥을.
저.전하 그런게 아니옵고. 이건 저 은유법 이라서.은유법.거시기, 이번에 제 며늘 아기가 돌아왔습니다.
며느리가 오호 축하하네.그런데, 그게 왜.똥=며늘아기,대인=똥 닦는 거.
이해 하셨슴까.영의정,너 개념을 가출시켜버렸구나.
개념을 가출시킨 놈은 일단 맞고 시작해야 겠지.국가시책 으로 환향녀 구제작전에 들어섰는데,
나라의 영의정 이란 놈이,국무총리란 놈이.뭐.똥을 닦아내.아예 똥에다 밥 말아 먹는다 그러지.이걸 영의정이라고.어휴 이걸 그냥 확!
영의정 조차도 홍제원의 냇물로 씻으면 잃었던 순결이 되돌아온다고
믿지 않는 상황에서 일반 백성들이나 양반들이 이 말을 믿었을까.
영의정 조차도 거들떠보지 않은 환향녀의 운명은 그 뒤로 영의정 장유 집안이 닦아 놓은 정석 코스대로 움직이게 되었으니
전하!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재상이 부탁하는건데 이렇게 쌩까시면 제 체면은 뭐가 됩니까.
네 체면만 있고,내 가오는 없냐 이걸 그냥! 야!넌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모르냐 사회 지도층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거 아냐!
모범은 모범이고,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겁니다!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라 네 마음대로 하세요다.
난 절대로 이혼 허락 안할 테니까 알아서 지랄을 틀던 데리고 살던 맘대로 해라!인조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장유 일가는 주춤하게 된다.
그렇다고 포기할 장유 일가도 아니었으니,영의정 장유가 죽고 나자.다시 이혼 소송을 걸게 된다.
어쭈, 아버지 죽자마자 들이대는 거야.이것들을 그냥 확!좋은 말로 할 때 마누라 그냥 데리고 살아라.
아니 그게 아니라요.우리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 울 마누라가 시부모한테 너무~아주 너무 불손하게 굴어서요.
시부모 한테 그렇게 박정하게 구는지.보는 제가 다 민망할 정도입니다.
어떻게 삼강오륜이 살아있는 조선에서 시부모 보기를 똥같이 하는 제 마누라를 그냥 둘 수 있겠습니까.
원래 이런 일이 알려지면 집안망신이라 대충 넘어가려 했지만 땅에 떨어진 조선의 윤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 그냥 밝히기로 했슴다.
전하, 이런 못되먹은 며느리는 집안에서 쫓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장유의 아들이 내민 이혼 소송이었다.
마누라가 실덕했다는 이유로는 이혼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깨달은 후 내놓은 히든 카드였다.
아니, 거시기.휴 징허다. 그래, 이혼해라 이 잡것아!환향녀들의 운명은 거의 대부분 장유 집안의 그것과 비슷했으니.돌아오는 즉시 주변의 손가락질 속에 처녀들은 목을 메거나 산으로 도피 은둔생활을 하거나 비구니로 생을 살았고,
유부녀 들은 시댁의 눈총 속에 살아야 했다. 그나마 시댁에 몸을 의탁해 살면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환향녀들은 장유의 예처럼, 실덕 이외의 핑계로 이혼을 당했으니 참으로 한스러운 팔자라 할 수 있겠다.
병자호란 때 끌려간 조선인의 숫자가 약 60만명.이들 중 50만명이 여성이었다는 것만 봐도 당시 조선이 겪었을 혼란을 예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환향녀란 단어는 화냥년이란 단어로 발전해.결국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를 빗대는 욕으로 발전한 걸 보면,
이 당시 환향녀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쓰레기 같은 위정자의 통치기에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진 고초에 시달려야 했던 당시의 여성들.역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들일까.
화냥년이란 욕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지금이지만(슬슬 사라지고 있는 욕이지만)그 이면에는 이 나라 남성들의 무지몽매와 유약함 나라 잃은 부끄러움이 묻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함부로 화냥년이라는 욕을 쓰지 않기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