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범부(凡夫) 노릇을 멈추라
노사(老師)께서 법상에 올라 한참 양구(良久)하다가 대중에게 물으셨다.
시회대중(時會大衆) 가운데 눈 없는 사람 있는가?
귀 없는 사람 있는가?
코 없는 사람 있는가?
혀 없는 사람 있는가?
몸뚱이 없는 사람 있는가?
생각 없는 사람 있는가?
시방 삼세불 가운데 머리에 뿔 난 부처 보았는가?
궁둥이에 꼬리 달린 부처 보았는가?
역대 조사와 천하 선지식 가운데 팔다리가 세 개씩인 화상이 있던가?
삼세제불과 천하 선지식과 여기 모인 대중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내가 보니 하나도 없도다.
그런데 삼세제불과 천하 선지식은 무엇이 잘나서 부처이고 조사이며,
여기 대중은 무엇이 못나서 범부(凡夫) 중생인가?
절학무위한도인 絶學無爲閑道人
부제망상불구진 不除妄想不求眞
무명실성즉불성 無明實性卽佛性
환화공신즉법신 幻化空身卽法身
배움을 끊고 할 일을 마친 한가한 사람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진리도 구하지 않는다.
무명이라 하는 것도 그 자체가 불성이고
환화공신 그대로가 법신이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영가 스님의 《증도가》 첫머리에 나오는 게송이다.
영가 스님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대중들은 그대로가 부처로다.
더 이상 무슨 증명이며, 인가가 필요하단 말인가?
한 납자(衲子)가 백장(百丈) 화상(和尙)을 찾아가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백장(百丈) 화상이 대답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
“그대는 누군가?”
“저는 아무개입니다.”
“그대는 나를 아는가?”
“분명히 압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불자(拂子)를 세우고 물었다.
“이것은 무엇인가?”
“불자입니다.”
“이것이 보이느냐?”
“보입니다.”
백장(百丈) 화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방장실로 돌아갔다.
차도인인분상사 此道人人分上事
여하척지불회두 如何擲地不回頭
기손곤면비타물 飢飡困眠非他物
가소기우갱멱우 可笑騎牛更覓牛
이 공부는 사람마다 자기 일인데
어째서 버려두고 보지 않는고.
배고프면 밥 먹고 곤하면 잠자면서
우습구나! 소를 타고 소를 찾다니.
여기서 노사께서는 주장자를 들어 보였다가 내려친 뒤 다시 물으셨다. 시회 대중에게 묻겠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또 묻겠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지 들었는가?
이것을 누가 보았고, 누가 이 소리를 들었는가?
단진범정(但盡凡情)하라. 별무성해(別無聖解)니라.
다만 범부 노릇을 그치라. 성인 공부가 따로 없느니라.
- 월산 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