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에는 수많은 간이역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반곡역은 가장 아름다운 역이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인상으로 중앙선의 산세를 연상케하는 역 건물,
넓고 반듯하지만 한적하고 고요한 지저귐이 울리는 역 구내,
역 한구석에 황홀하게 꾸며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휴양림,
그리고 역 너머에 위풍당당하게 우뚝 솟은 치악산까지...
어딜 내놔도 빠질 게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주는 역이다.
시내 동쪽 외곽에 너무나 조용하게 숨어있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낮은 인지도 덕분에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고,
자연과 숨쉬면서 더욱 아름다운 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치악산 기슭에 조그맣게 박혀있는 보석, 반곡역.
동식물의 숨소리가 재잘재잘 들리는 황홀한 자연휴양림이다.
반곡역을 찾아가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반곡동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2시간 30분 배차를 자랑하는 84번 버스가 전부인데다,
그나마도 역 앞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역에서 도보 10분정도 떨어진 입구에 세워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입구마저도 민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 촌이고,
반곡역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위치다.
버스에서 내려서 반곡역 표지판이 난 곳을 따라 10분간 직진하면,
반곡역의 모습이 조심스레 눈 앞에 펼쳐진다.
물론 반곡역 광장에 사람 사는 집이 몇 채 있고,
나무들의 틈 사이로 조그맣게 역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주변 분위기상 역이 있다는 것만 지레 짐작할 뿐이다.
처음 찾아간 반곡역, 내게 다가온 첫인상은 '구둔역'이었다.
다만 구둔역이 가을과 조화를 이룰 것 같은 느낌이라면,
반곡역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 여름과 조화를 이룰 듯한 느낌이다.
내가 찾아갔던 때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었기에,
더욱더 뾰족역사 특유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답기로 명성이 자자한 반곡역.
2004년엔 MBC 베스트극장에서 '몬트하임'역으로도 소개되기도 했다.
"곰스크로 가는 열차"라는 테마로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내용으로,
이상향과 동경의 이미지가 반곡역의 한적한 이미지와 잘 맞아서 채택된 듯 싶다.
전국 수백개의 간이역 중에 반곡역이 채택될 정도였으니,
이 쯤 되면 반곡역의 이국적인 느낌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역 광장은 광장인지, 단순한 시골마을인지 분간하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역 광장에 사람 사는 집이 나타나는 경우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여러모로 반곡역은 다른 역에선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많이 형성하고 있다.
반곡역 내부는 1940년, 개통 당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추억의 미닫이문이 드르륵대며 소리를 울리고,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역 한 켠으로 아련하게 들어온다.
무언가를 홍보하는 포스터도 오래 전에 만들어진 나무 틀에 조심스레 끼어있다.
마치 30년 전 모습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다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2004년 MBC 베스트극장에 소개될 당시의 '몬트하임역'.
그리고 그 이전에 찍은 듯한 반곡역의 예쁘장한 야경.
지금의 파란색 역명판보다는 예전 검은색 글씨체의 하얀 역명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게다가 은은히 비춰오는 불빛까지 어우러져,
유럽의 별장과 같은 이국적인 느낌이 빛을 더욱 발하는 것 같다.
구둔역과 더불어 유럽풍의 이국적인 건물을 간직한 반곡역.
하지만 하루 6편의 열차가 서는 구둔역과는 달리 현재 정차하는 열차는 한 편도 없다.
구둔역의 경우는 역 앞에서 근처 지방도까지 마을이 형성되어있는 반면,
반곡역은 광장의 민가 몇 채를 제외하고는 근처에 마을이 전혀 없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치악산 연계, 한적한 휴양쉼터 등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법한데...
단순히 수요가 없다고 모든 열차를 통과시켜 버린 것이 씁쓸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푸르른 나무들 틈에 쌓여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반곡역이지만,
그 틈 사이로 바라보는 역 건물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멋있다.
뭔가 웅장한 듯 하면서도 아담한 느낌, 동양적인 기와에 서양적인 건물형태...
정말 '보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법한 아름다운 건물을 지녔다.
반곡역 건물 옆엔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화장실이 있다.
그 화장실 앞으로는 몇 십년은 된 듯한 웅장한 소나무와 함께 아름드리 화단이 꾸며져 있다.
꽃만 해도 몇 종류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이라서 그런지,
화려하게 이파리를 드리운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예쁘다.
유교신호장까지만 해도 평탄한 지세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던 반면,
반곡역부터는 본격적으로 산악철도의 웅장한 풍경이 펼쳐진다.
역 입구 반대편으로는 급한 경사의 치악산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역 입구쪽으로도 꽤 급경사의 고원(高園) 비스무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더군다나 반곡역이 산 중턱에 있다보니,
저 멀리에 우뚝 솟은 아파트 숲의 원주시내가 한 눈에 절경처럼 좌르륵 펼쳐진다.
경치도 좋고, 공기도 맑고, 지저귀는 소리마저 아름다운 반곡역.
시내를 빠져나와 치악산을 넘기 위해 구불구불 굽어지는 중앙선,
치악산 고개로 올라가는 중심에 있기 때문일까.
다른 역들과는 다르게 이색(二色)을 넘어 이국(二國)적인 느낌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원주~제천 구간은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이 무척 먼 편이다.
반곡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원주역과는 9.3km나 떨어져 있고 그 다음역 신림역과는 무려 18.2km나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신호장을 많이 만들어 두었는데,
여객취급조차 하지 않는 '유교', '금교' 신호장이 반곡역 역명판엔 버젓이 나와있다.
어차피 이젠 여객취급조차 하지 않는 만큼 다소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은...
풀밭으로 변한 승강장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초록 숲의 세상.
어딜 둘러봐도 초록 빛깔이 안 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반곡역은 푸른 숲의 세상이다.
중앙선의 어느 간이역에서나 쉽게 풀밭을 볼 수는 있지만,
반곡역만큼 자연과 가까이하는 풀밭 승강장도 없을 것이다.
잡초가 마치 잔디처럼 고르게 자라 있어 소풍을 온 듯한 느낌도 들고,
풀이 워낙 무성해 승강장 밑의 흙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잔디처럼 자란 잡초 속으로는 나비, 벌, 잠자리가 꿀을 먹으며 노닐고 있다.
이처럼 한적한 자연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반곡역은 사진작가, 소풍 온 가족, 웨딩사진을 찍는 신혼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역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매력덩어리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반곡역을 아름답게 하는 건 바로 이 휴양림이 아닐까 한다.
반곡역 건물 바로 옆으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제각기 키 자랑을 하고 있다.
그 밑으로는 각종 운동기구와 나무의자가 있어 마치 뒷동산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반곡역은 주변에 건물 하나 찾기 힘든 만큼,
뒷동산이라기 보다는 '자연휴양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밝은 햇살 속 그늘은 너무나도 시원하고,
푸르른 숲 쉼터의 공기는 너무나도 맑다.
나무를 감싸고 있는 흙을 맨발로 밟는 감촉 또한 너무나 좋다.
문명을 상징하는 철도 옆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데,
반곡역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을 일궈내고야 말았다.
반곡역의 휴양림 옆으로는 수없이 열차가 통과하는 철길이 자리잡고 있지만,
정작 나무들 속에 둘러싸인 휴양림에서는 철길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열차가 빠-앙 기적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통과하여도 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이미 반곡역은 열차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역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역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하나의 자연을 이루는 반곡역에 매료된 사람들 덕분에,
수많은 사진작가들과 가족, 유치원 등의 소풍장소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반곡역.
아무리 좋은 사진을 찍어도 모든 모습을 담을 수 없는 역이기도 하다.
선로가 이설되고 주변 지역이 혁신도시로 개발된다 할 지라도,
반곡역의 아름다운 정경만큼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를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첫댓글 크...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반곡역이네요 잘봤습니다.
잘 봤습니다. 저는 8월 9일에 내일로 일주 3일차되는 날에 등록문화재라 해서 방문, 답사를 했었습니다. 거의 한달 반이 다되어가는데 그 때 갔었을 때하고 느낌이 새록새록하고 감회가 새롭네요.^^ 반곡역을 방문을 마치고 버스가 한참 뒤에 있는지라 반곡역에서 반곡관설동 kt 강원본부 건너편까지 50여분을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원주시내로 갔었답니다^^;;;;
할아버지댁이 근처에 있어서 많이 가본 곳이고, 명절에 표못구하면 비둘기호,통일호 타고 청량리까지 갈때 이용했었는데.. 지금은 다른곳으로 이사가셔서.. 제겐 여러모로 아쉬운곳입니다.ㅠ 그땐 시간 오래걸린다고 통일호타는거 싫어했었는데. 지금와서 보면 그때 탄게 정말 감사할지경ㅋ 그리고 반곡역은 솔직히 여객열차 정차 안할만 합니다;; 제가 탈때 보면 항상 다른사람들은 없더군요... 여객열차 운행할 당시 6시 37분인가랑.. 15시 27분차가 있었는데.. 두 열차 합쳐서 한 10회정도 탔는데도 한번도 다른사람 본적이 없습니다..;;;;
언제쯤 지나볼수있을깡 열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