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2] 동녘이야기] / [허균 얼 톺아보기] 성소부부고 살피기 017#
✦문부1 서(序) / 세설산보주해(世說刪補注解) 서(序)2
https://youtu.be/Zpl55RL0eLk
오늘도 신호열 선생님의 풀이를 먼저 가져 옵니다.
원미는 문장이 너르고 통달하여 천고에 드문 바인데 이 책을 찬탄하여 읊조려 중얼중얼 입에서 떠난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자수(自手)로 산보(刪補)하기까지 하였으니 어찌 보는 바가 없이야 그렇게 하겠는가?
대개 그 단사(單詞)로서 은미에 이른 것과 척행(隻行)으로 공교(工巧)를 부른 것에 있어서는 풍지(風旨)가 소산하여 스스로 말 밖의 무한한 뜻이 있어 지극히 깊은 경지에 이를 수 있으므로 원미씨가 너무 좋아하며 마칠 줄을 몰랐다.
당(唐)·송(宋)의 시인들은 다만 따서 운어(韻語)의 용(用)으로만 삼았으니 이미 제2의(第二義)에 떨어진 것이다.
유설(劉設)과 하(何) 양준(良俊)의 서(書)는 우리나라에서 읽혀진 지 오래이나 유독 소위 산보했다는 것은 보지 못했다. 일찍이 감주(弇州)의 문부(文部) 가운데서 그 서(序)를 보고 전서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소원을 이룰 수가 없었다.
병오년 봄에 태사(太史) 주지번(朱之蕃)이 조서를 받들고 우리나라에 왔는데, 내가 접빈(接貧)의 한 사람이 되어 그에게 깊은 추앙을 입었었다. 이별에 즈음하여 몇 종의 책을 꺼내 내게 주었는데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태사(太史)의 특별한 은혜에 느껴웠고 평생 보고 싶던 책을 얻었기로 마치 큰 구슬이라도 받듯이 절하고서 끝까지 다 보고 두 사람은 편박(偏駁)스럽고 왕 씨는 독조(獨造)가 됨을 알게 되었다. 인하여 널리 전적을 고증하여 주해를 덧붙였는데 비록 효표(孝標 효표는 유준의 자임)의 상세하고 견실함에는 미치지 못하나 왕 씨의 충신이 됨을 잃지는 않았으니, 원미로 하여금 이를 알게 한다면 반드시 저승에서 손뼉을 치며 유쾌히 여길 것이다.
이제 그 풀이한 것을 읽어 내려 가겠읍니다.
원미 왕세정은 문장이 너르고 통달하여 아주 오랜 세월을 거쳐 드믄 바인데 이 책의 좋은 점을 들어 칭찬하고 감탄하며 읊조려 중얼중얼 입에서 떠난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의 손으로 불필요한 것을 깎아 내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까지 하였으니 어찌 보는 바가 없으면 그렇게 하겠는가?
대개 그 단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그 속이 깊어 알기 어려움에 이르면 혼자서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 마치 바람결을 헤아리고 있는 듯 서로 뜻이 맞지 않으면 떨어져 스스로 말 밖에서 무한한 뜻을 찾고 지극히 깊은 경지에 이르를 수 있으므로 원미 왕세정은 너무 좋아하여 마칠 줄을 몰랐읍니다.
당·송나라의 시인들은 다만 같은 운을 규칙적으로 다는 일을 주로 삼고 있으니 근본이 되는 첫째의 뜻이 아닌 그 다음인 둘째의 뜻에 머문 것이지요.
유의경의 세설신어와 하양준의 하씨어림은 우리나라에서 읽혀진 것이 오래이나 여럿 가운데 오직 이들 책은 마치 가볍게 산보하듯이 다루는 것을 보지 못했읍니다. 그래서 일찍이 엄주산인(弇州山人) 왕세정의 여러 문장(文部) 가운데서 그 서(序)를 보고 앞서의 책, 세설산보주해(世說刪補注解)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지요.
여기에서 엄주산인(弇州山人)에서 엄주(弇州)를 신호열 선생님은 감주(弇州)로 쓰고 있는데... 아마 허균도 감주(弇州)로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엄(弇)은 감(弇)으로도 쓰이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무튼 감주는 엄주로 왕세정을 뜻합니다. 이제 그 다음으로 넘어 가겠읍니다.
병오년 봄에 태사(太史) 주지번(朱之蕃)이 왕의 명령을 받고 우리나라에 왔는데 제가 접대를 맡은 접반사의 한 사람이 되어 그를 모셨는데 쑥스럽게도 오히려 저를 높이 받들어 우러러 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헤어질 즈음에 몇 종류의 책을 꺼내어 내게 주셨는데 바로 이 책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주지번의 특별한 은혜에 고마움을 느꼈고, 늘 보고 싶던 책을 얻었기에 마치 보물인 듯이 큰 구슬이라도 받은 것처럼 고맙게 절하고서 끝까지 다 보고 두 사람, 유의경과 하양준은 치우치고 어긋나지만 왕세정은 홀로 일가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읍니다.
그런 까닭에 널리 어떻게 살아온 지를 살펴보게 되어 풀이를 덧붙였는데 비록 효표 유준의 세밀하고, 튼튼하고, 굳건함에는 미치지 못하나 왕세정을 깊이 따르는 것으로 이를 원미 왕세정에게 알리면 아마도 저승에서 손벽을 치며 즐거움에 빠질 것입니다.
이런 오늘도 고마움으로 원미 왕세정, 엄주산인을 만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월요일 아침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성소부부고 읽기' 중에서
왕세정의 책인 세설산보주해(世說刪補注解)를 읽고 남긴
교산 허균의 서(序)를 찬찬히 다시 읽었읍니다.
신호열 선생님의 풀이만으로는 크게 부족했읍니다.
그래서 저의 풀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이 풀어 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