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이 숨어들기 좋아하는 아늑한 숨숨집처럼, 외로운 아이들의 안식처가 되어 주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함께 떠난 여름휴가에서 사고로 엄마 아빠를 잃고 홀로 돌아온 진석이, 아빠는 빚쟁이에게 쫓기고 엄마마저 과로로 쓰러지는 바람에 일상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아연이. 어른의 돌봄과 관심을 누리지 못하는 두 아이는 작은 도서관을 찾아가 책에 빠져들고, 그곳에서 만난 하얀 고양이와 교감하면서 깊은 위로를 받는데……. 그림책 《하얀 밤의 고양이》 시점 전후의 두 가지 이야기가 수록된 동화집.
상처받은 아이들이 숨어드는 하얀 밤의 도서관 차디찬 슬픔의 끝에서 만나는 뜨겁고 묵직한 위로 《하얀 밤의 고양이》의 작은 도서관에 남몰래 찾아와 고양이를 만난 아이는 아연이만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도서관 한구석 어딘가에서 나고 자란 고양이들은 상처받은 채 숨어든 아이들에게 기꺼이 다가와 마음을 나누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어디에도 기댈 곳 없던 진석이도 마찬가지다. 엄마와의 추억이 서린 작은 도서관에 오랜만에 찾아간 날, 진석이는 역시나 어미를 잃었다는, 아직 어릴 적의 하얀 고양이를 만나 처음으로 터놓는다. “우리 엄마 아빠도 고양이 별에 있을까? 나도 가고 싶어.” 전작의 프리퀄 격인 진석이 이야기에 이어 도서관에서 며칠 밤을 보낸 아연이의 그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젠 혼자 있어도 괜찮아.”라며 세상 밖으로 나온 아연이에게는 안타깝게도 더 큰 시련이 휘몰아친다. 엄마가 얼른 병이 나아 돌아오도록, 엄마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써 도서관을 찾지 않는 아연이는 그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다. 그렇지만 외로운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 우연히 마주친 진석이가 묻는다. “그런데 너, 하얀 고양이는 찾았니.” 주애령 작가는 어린이에게 슬픈 동화를 권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며 “슬픔은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는 능력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숨숨 도서관》은 시리도록 차갑고 쓸쓸한 감각이 뼛속 깊이 전해지며 슬픔의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이기에, 두 아이의 회복과 귀환이 눈물겹도록 반갑고 진정한 응원을 보내게 된다.
기댈 곳 없이 외롭고 지친 아이들에게 따스한 불빛을 깜박이는 등대 같은 도서관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시작한 작은 도서관을 지역사회의 거점 공간으로 키운 느티나무 도서관 박영숙 관장은 “누구나 예외 없이 꿈꿀 권리를 누리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쓴 《꿈꿀 권리》라는 책은 돈이 되는 물건을 훔치거나 하룻밤 잠자리 삼으러 도서관에 드나들던 소년이 ‘도서관 아이’가 되어 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며, 특히나 진석이와 아연이처럼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막막한 누군가에게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다행히도 진석이에게는 할아버지가 있고 아연이에게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삶에 쫓기다 보니 최소한의 돌봄만 줄 수 있을 뿐 가슴 한편의 쓸쓸함까지 어쩌지는 못한다. 아직 어린 두 아이에게 홀로 묵묵히 버텨야 하는 세상은 너무도 힘겹기만 하다. 외로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기꺼이 넉넉한 품을 내어 준 도서관의 하얀 고양이는 어쩌면 우리가 도서관의 책을 통해, 그곳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위로와 공감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세상 모든 아픈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의 마법은 오늘도 등대지기처럼 묵묵히 책과 도서관을 지키는 이들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댓글 나도 만나고픈 하얀 고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