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 ] 유작가와 신선수 -12-

[달다란]

아. 머리 아파.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도 안나네.

벌컥 벌컥 -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운 생수를 들이키기 시작하는데

푸우웃 - 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

"아악!! 뭐야. 어제 내가 설마....으악!! "

차가운 생수가 한 모금씩 들어가자 어젯밤의 기억이 한 장면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필름이 끊긴 줄로 알았건만. 생생하다.

어젯 밤의 기억이 너무나 또렷해진다.

입술에 가만히 손을 대 본다.

"으악!! 꿈이 아닌가봐. 어떡하지? 아씨.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거야? "

안 그래도 숙취로 인해 지끈거리는 머리가 어제의 기억까지 더해져 머리가 깨질 것 처럼 아파온다.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벨렐렐레-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신선수 전환가? 뭐라고 해야 하지? 태연하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할까?

차마 핸드폰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고민만 하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핸드폰을 들어보니. 김정미양이다.

하아. 난 또 누구라고.

신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도, 내심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 정미양. "

"친구. 목소리가 왜 다 죽어가? 어디 아퍼? "

"나 좀 살려줘. "

"왜그래? 어디가 아픈데? 감기야? 약 사갈까? "

"약 말고 해장국. "

"뭣이라? 난 또 뭐라구. 어제 술 드셨구만. 얼마나 드셨길래 그러는 거야. 암튼 쫌만 기다려. 너네 집으로 갈게. "

"고맙네. 친구. "

탕 탕 -

초인종 두고 꼭 발로 문을 차대는 정미양. 순철군은 이런 정미양 모습을 알까 하고 궁시렁거리며 무거운 몸을 움직여 문을

열었다.

"친구. 초인종 두고 문을 발로 차는 건 좀 그렇지 않아? "

"한 손에 해장국. 한 손엔 숙취해소약. 상황이 이래서 어쩔수 없었던 건데. 이깟 문 좀 발로 찼다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

그냥 가는 수가 있다. "

"아하핫. 친구. 왜 이러시나. 넓은 아량으로 이 친구의 옹졸함 용서해 주시게. "

"그럴까? 호호. 피골이 상접한게 영 안쓰럽다. 해장국 뜨뜻할 때 얼른 속 풀어. "

시원한 해장국에 속을 달래며 먹어 가는데 정미양의 질문에 다시 해장국마저 뿜어낼 뻔 했다.

"야. 너 어제 누구랑 술 마신거야? 도훈씨랑 마셨지? 그지? "

"켁. 켁. 어..어떻게 알았어? "

"어떻게 알긴. 어제 니 덕에 계획에도 없던 데이트 했잖아. "

"그게 무슨 소리야? "

"훈련 중에 도훈씨가 니 전화를 받더니 훈련도 안 끝났는데 뛰어나가면서 우리 순철씨한테 '넌 오늘 정미씨랑 데이트 하는거다'

그러드래. 도대체 어제 둘이 뭘 한거야? 응? 수상하단 말이야~ "

"수상하긴 무슨...그런 거 아니야. "

정미양에게 전화해볼까 했을 때 순철씨랑 데이트한다던 신선수의 단호한 대답이 기억나 웃음이 난다.

뭐야. 그런 거였어?

"친구. 그만 튕기시고 받아들이시는게 어때. 그러다 진짜 튕겨 나가는 수가 있어. 니가 지금 호강에 겨워 눈이 멀었나 본데

세상 나가봐라. 도훈씨 같은 남자가 어디 있는지. "

"알아. 나도 알아. "

"다 안다면서 왜 그러는 거야? "

"무서워. 여태 내가 만나왔던 남자들 전부가 처음엔 먼저 좋다고 다가왔다가 내가 좋아하게 되면 그때는 이미 그 쪽은 마음이

식어있더라구. 너도 다 봐왔잖아. 그리고 이 사람은 니 말마따나 너무 잘 났잖아. 부담스러운 것도 크고. "

"야! 그건 니가 여태 만나 온 남자들이 죄다 겉만 번지르를하고 알맹이는 없는 쭉정이들이었으니까 그렇지. 도훈씨를 어디다

비교하냐? "

"그럴까....이 사람은 다를까? "

"그럼!! 내가 보증할게. 내가 보증선다니까! "

"풋. 니가 왜 보증을 하냐. 암튼 오늘 고마워. "

쿡. 그래도 내가 정미양 덕에 웃는다.

"친구. 내가 이렇게 와주고 해장국이랑 약도 사다주고 무지 고맙지? "

"응. 고마워. 근데 어째 뭔가 대가를 바라는 듯한 말투다? "

"호호. 대가는 무슨 친구. 그냥 오늘 나랑 같이 방송국 좀 가자. 그거면 돼. "

"너 일하는 데 가서 나 혼자 멀뚱 멀뚱 뭐하고 있으라구. "

"야! 나 오늘 아이템 준비 하나도 못 했단 말이야. 그리고 이게 다 어제의 계획에도 없던 데이트 때문이잖아. 그니까 너라도

데려가서 내 옆에 앉혀 놔야 조금이라도 덜 구박 받는단 말이야. "

"핑계 대기는. 암튼 알았어. 어쩐일로 나에게 희생 봉사하나 했더니 역시 목적이 있는 거였구만. "

"호호. 우리 사이에 목적이란 단어는 너무 살벌하지 않아? "

김정미양의 계략에 휘말려 숙취에 쩔은 몸을 힘겹게 이끌고 방송국에 와 있다. 남들 일하는데 와서 혼자 멀뚱 멀뚱 구경만

하고 앉아있으려니 당장에라도 나가고 싶지만,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정미양 덕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중이다. 계속

멍하니 앉아 있으니 사람들 말소리도 왕왕거리는 것처럼 들리고, 머리도 웅웅거리는 것이 다시 술기운이 올라오는 듯 하다.

아. 다시 취한다.

정미양은 회의가 끝나고도 여전히 나를 이리 저리 끌고 다녔다. 이제는 프로그램 녹화장까지 날 끌고 들어와선,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구석 한 켠에 잠자코  있어야 하는 신세다.

무슨 방송국 견학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구.

녹화 시작하기 전이라 정신없이 바쁜 김정미양을 간신히 붙잡아 겨우 말을 붙였다.

"정미양. 나는 그만 가봐도 되지 않을까? 여기 있으니까 다시 취하는 것 같아. "

"안돼! 녹화 끝나고 내가 거하게 쏠테니까 기다려.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더 참으시게 친구. "

단호한 김정미양의 대답에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와아-

방청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시작된 녹화. 요즈음 가장 인기있는 토크쇼라는 김정미양의 말이 맞는지 방청객들의 반응이 대단

하다. 진행자들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오프닝을 하고 게스트를 초대해 본격적인 녹화를 시작한다.

"네. 오늘의 게스트는요. 이야. 화려합니다. 최고의 매력남 최정혁씨와 말이 필요없는 청순미인 정지수씨를 모십니다. 나와

주세요~ "

잠깐! 정지수? 청순미인 정지수?

설마 그 정지수일까 했는데 환호성을 받으며 무대로 나오고 있는 게스트는 정말로 신선수의 스캔들 상대인 그 정지수다.

김정미양을 힘껏 째려 보았더니, 정미양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입모양으로 말한다.

'너. 랑. 상. 관. 없. 잖. 아. '

정곡을 콕 찌른다.

그러고 보니 어제 그렇게 헤어진 후로 연락 한 번 없는 신선수.

뭐야. 오히려 이 사람이 기억 못 하는 거 아냐? 그럼 나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건가. 먼저 연락해서 슬쩍 떠 볼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연락하지 못한채로 시간만 흘러갔다.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녹화에 지쳐갈 때 쯤, 귀에 번쩍 들어오는 한 단어. '신 도 훈'

"정지수씨. 얼마 전에 신도훈씨와 스캔들이 나셨는데요. 민감한 부분이겠지만 솔직하게 답변해 주실 수 있나요? 데뷔하고 2년

만에 처음 난 스캔들이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

"호호. 그런가요? 스타데이트라는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정말 팬으로서 신도훈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서

출연했는데요. 그 프로를 통해서 하루라는 시간을 같이 있었더니 정말 매력있으시더라구요. 그 프로를  통해서 오빠와 동생

사이로 친하게 지내기로 하기도 했구요. 우선은 거기까지에요. 호호. "

"이거 어감이 묘한데요? 우선 지금은 오빠 동생 사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건가요? "

"어머. 그냥 한 말이에요. 그러지 마세요. 안 그래도 요즘 도훈 오빠 팬분들이 많아서 제가 많이 미움받고 있거든요. "

할 말 다 해놓고 이제와서 아니라고 하는 건 또 뭐야. 청순가련은 무슨. 속에는 꼬리 백개 달린 불여우가 들어앉아 있구만.

3시간여의 길고 긴 녹화가 끝나고. 드디어 방송국을 탈출 할 수 있구나 하는 기쁜 마음에, 대본 정리를 하고 있는 김정미양의

주변을 배회하며 얼른 끝내라는 눈치를 팍팍 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녹화장의 스탭들이 술렁이는 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그 스탭들 무리 속에는 나의 존재는 무시하고 있는 김정미양도 포함되어 있다.

무슨 일이 생겼나. 이러다 또 못가는 거 아냐? 하고 불안해 하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김정미양이 급하게 뛰어오더니

"친구. 다 끝났으니까 얼른 나가자. 아까 약속대로 내가 쏜다! "

"뭐야? 무슨 문제 생긴 거 아니었어? 분위기가 이상한데. "

"아냐! 그런거 아니야. 빨리 가자니까. "

"그래.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서둘러? "

"서두르긴. 호호. 너 지겨울까봐 그러는 거지. "

"그래? 알았어. 이야. 드디어 방송국을 탈출하는 구나. "

조금 미심쩍기는 하지만 아니라기에 얼른 정미양을 따라나섰다. 정미양과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가고 있는데,

저 앞에 익숙한 형상의 남자가 보인다. 그 옆에는 아까 녹화장에서 보았던 정지수도 서 있다. 익숙한 형상의 그 남자는 하루

종일 연락도 없던 신선수였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서는 재잘대며 얘기하는 정지수와 조용히 들어주고 있는 신선수의

모습이 내 두눈에 들어오고, 난 멈추어 섰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진다.

툭 툭 - 정미양이 나를 찔러대기 전까지 멍한 상태로 서 있었나보다.

"야. 괜찮아? 아씨. 이거 안 보일려고 빨리 나온건데. 친구. 정신 차려봐. "

"응?.....응. 어. 가자. 얼른. "

"인사 안 할거야? "

"인사는 무슨. 얼른 가자. 맛있는거 사준다며. "

날 걱정하는 정미양의 배려에 애써 무덤덤한 척 하는 나. 하지만 그 둘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표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시선은 어디다 둬야 할지, 걸음걸이는 또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

아까 그래서 스탭들이 술렁거린 거였구나. 신선수가 정지수를 만나러 온걸 알고 정지수와 신선수의 스캔들이 사실인가 보다

하며 수근거린 거였구나. 하아. 그런 것도 모르고 하루종일 안절부절한 나는 뭐였니.

"김정미양아. 너 보증 잘못 선 거 같다. 쿡. "

쓴 웃음이 난다.

"야. 유은호. 앞 뒤 따지지도 않고 너 혼자 결론 내지말고 일단 가서 물어봐. 오해일 수도 있잖아. 응? 아님 내가 물어볼까?

아니다. 순철씨한테 물어보자. 그래. 그럼 되겠다. 응? "

"이이고. 됐습니다. 아. 머리 울린다. 이 놈의 술은 왜 이렇게 안 깨냐. 얼른 나가자. "

그 둘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숨소리라도 들릴까봐서 조용히 숨죽이고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겨우 그 둘을 지나쳐 간

후에야 한 숨을 내쉰다.

후우-

탁 -  그 때 갑자기 누가 내 손목을 덥썩 잡는다.

"악!! 깜짝이야! "

"왜 못 본체 하고 가냐. "

나를 못 본 줄만 알았던 신선수가 뒤에서 내 팔목을 덥썩 잡은 것이다.

[이용약관에]

다음편은언제나올런지

[lovesick]

누굴까요? 아아 궁금해ㅠㅠ

[NHolic]

잘잡앗다신선수.

[봉지군]

재밌어요재밌어요재밌어요재밌어요재밌어요 진짜 재밌어요. 유작가와 신선수.

[키키하하]

다음 고고고

[푸치니(얼~)]

speed 부탁드려여~~~~~~~~~~~~~~

[story가 조아]

오오옷!!! 멋있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