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李 지지자들 “국회로 가자” 진입 시도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한밤까지 시위… 경찰 3700명 투입
일부, 민주당사 몰려가 “불지르자”
온라인선 “수박과의 전쟁” 명단 공유
국회 앞에서 시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이 대표 지지자들이 국회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양회성 기자
“우리가 이재명이다.”
21일 오후 4시 42분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국회 앞에 모인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같이 소리를 질렀다. 일부는 눈시울을 붉힌 채 격앙된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국회 앞에는 오전 11시부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이 대표 지지 단체들이 3개 차로를 점거한 채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촉구 집회’를 열었다. 비교적 질서를 유지하며 진행되던 집회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가결 직후 이 대표 지지자들은 “국회로 가야 한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지지자 중 일부가 국회로 연결되는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으로 몰려가자 경찰은 1, 6번 출구를 봉쇄하고 이동을 저지했다. 일부 시위대는 내려진 9호선 역사 셔터를 강제로 들어올리며 경찰과 대치 상황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로 가는 길이 막히자 일부 지지자는 국회 앞 여의도 민주당사로 방향을 틀었다. 당사 앞에 모인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불지르자”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방패벽을 쌓은 경찰들을 밀치며 당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오후 5시 31분경 일부 지지자가 경찰을 폭행해 양측 간 충돌이 일어나 현장에서 한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오후 7시부터 촛불집회를 열고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앞에도 차벽을 설치하고 여의도 일대에 기동대 63개 부대 3700여 명을 투입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게 들끓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사이트인 ‘재명이네마을’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2시간 동안 약 1500개의 항의글이 쏟아졌다.
이들은 가결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수박(겉으론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이 배신했다” “수박과의 전쟁”이라고 했다.
표결 전까지 의원들에게 부결 투표를 약속하라고 요구하는 등 압박에 나섰던 이들은 표결 이후에도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실제 표결 여부를 따져 묻는 등 ‘색출 작전’을 벌였다. 일부 의원은 이들에게 “앞서 밝혔듯이 부결로 투표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박광온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가결 사태의 총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가결 후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검찰 독재와 야합한 민주당 30여 의원의 독단에 분개한다”며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원내대표단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즉시 총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손준영 기자,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