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23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저널리즘포럼에 과분하게도 한국 대표 연사로 초청받아 다녀왔습니다. 이번 포럼의 슬로건은 <역사적 선거의 해, 저널리즘의 역할>이었는데요. 주최측으로부터 6개 세션 중 3개 세션의 발표와 토론을 제안 받았고, 나름대로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첫번째 세션에서 저는 영부인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대통령의 대파값 875원 발언, 그리고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을 이번 총선 결과를 좌우한 세가지 장면으로 꼽았고, 각각의 장면에서 한국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발표하고 참가자들과 토론했습니다. 그리고 신냉전과 다극화, 미국 대선 등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동안 미일에 치중했던 한국 외교 정책에 변화가 시급한데 현 정부는 총선 참패에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한국에서 정권 비판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현재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정치인들의 가짜뉴스 공세가 점점 고도화 무기화되면서 한국의 비판 언론들이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앞에서 빈 접시를 들고 섰다가 해외연수를 받아내는 등 애완견 논란에 휩싸인 한국 기자들의 실태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야당 대표에 대한 살인 시도가 자행될 만큼 후퇴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현상을 발표했고, 입틀막 또틀막 삼틀막으로 대표되는 '표현의 자유' 제한, 그리고 법치와 자유를 가장한 선출된 권력의 횡포, 그 안에서 한국의 기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지에 대해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토론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일본, 필리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영국, 중국, 대만의 기자와 언론학자들도 발표자와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제가 이틀간 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I already know and see what you did in the President office", "I pray and support you", "I admire your courage" 등 이었습니다. 한국 뉴스는 그들에게도 큰 관심이라고 하네요. 포럼 주최 측은 저에 대한 기사들을 대만에서도 많이 봤고 어떤 기자인지 호기심이 생겨 이번 포럼에 초청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MBC 상황도 예의주시하겠다고 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척박한 언론 환경에서 두테르테, 마르코스, 탁신 같은 권력자들을 취재하는 아시아권 기자들을 보며 저 역시도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함께 힘내자고 그들과 다짐했습니다.
포럼 후에는 Radio Taiwan International 이라는 현지 국제 방송사의 섭외 요청을 받아 한국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쓰나미가 코 앞까지 다가왔네요.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죠. 모두 건강 유의하십시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 아시겠지만 용산 출입기자 시절 스레빠(?슬리퍼ㅡ쓰레빠는 일본말, 슬리퍼는 미국말) 신고 대통령께 질문한 용감한 기자 입니다 기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용감한 '이라는 꾸밈 말을 쓰게 되는. 한국의 현실이 웃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