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가물해지는 노년의 기억.
삶의 순간 내가 왜 이러지? 혹시 치매 전조증?
조식 후 약을 먹었는지 긴가민가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시계를 차는 걸 잊어버리고 시간이 궁금해 팔을 들었다 아차 내가 깜빡했구나.
내가 왜 이러지?
무슨 말을 하려 했는데 순간 떠오르지 않는 그 어떤 단어를 생각해 보나 기억은 가물거립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이렇게 깊었나 싶어 허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전언을 듣고 옮기는 것도 기술인데, 이젠 돌아서면 까맣게 변한 모습에 옛 어른들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늙으면 죽어야 돼.
이제 여기까지 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백세 시대라 잘 관리하면 이십여 년은 남았다고들 합니다.
어떤 분이 저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늘 뵈어도 멋진 모습 한결같습니다. 2: 8 헤어스타일에 기름 바른 머리 모습이 압권입니다.
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요. 늘 웃으시는 모습은 세상을 통달한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왜 기분이 좋을까요?
또 이런 분도 있습니다.
사장님! 올해 춘추가 몇이세요?
아니 속으로 자기 나이를 밝히고 나이가 얼마냐고 묻는 게 예의인데 남의나이가 그렇게 궁금한가.
저는 올해 몇인데 사장님은 몇 세이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 갑장이시네. 자기는 자기보다 세 살은 올려봤다고 합니다.
아니 제가 보긴 사장님이 더 많아 보였다고 하자, 다시 하는 말이 잘못 봤다고 해서 거울 앞에 불러 세웠습니다.
머리에서 발 끝까지 저보다 더 젊다고 자신하는 모습을 꼬집어 설명해 보라고 하자 머뭇거립니다.
늙어가니 시각 청각, 느낌, 꾸밈까지 달라집니다.
이 모습으로 계속 가다가는 건망증 넘어 치매 올까 두려운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되새겨 봅니다.
기억 살려내기가 급하겠구나.
할멈 전번은 금방 떠오르는데 당황하면 아들 딸 전번이 가물거립니다.
핸드폰이 켜지지 않을 때 비밀표시가 까맣게 흐려집니다.
이럴 때 잠재의식을 동원합니다. 평소 하던 대로 선을 그어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소년시절 불렀던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일본 엔카 가사를 외우기도 합니다.
그것도 3절씩이나 있는 가사를 몇 곡 씩 외우는 걸 보면 치매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손가락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 양손으로 타이핑을 합니다.
1분에 300타를 보지 않고 찍어보면 오타가 발생은 하나 아직은 쓸만하다고 자신을 달래기도 합니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칠십 줄에 매달린 인생길.
혹자는 아직 한창 때라고 합니다.
소변을 보면서 휴지를 안 쓸 정도면 청년이라고 합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데 늙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허무하고 않다깝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시어!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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