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크고
나의 이야기라
이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쑥스럽습니다
임실 오수 귀향하신 도반
우천 최영록 선생 글입니다
[찬샘별곡]아름다운 사람(3)
‘산신령’청담 변동해
보라. 이 얼마나 정갈한 술상인가?
살다보면, 그저 ‘친구’라는 이름에 사죽을 못쓰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나의 도반道伴 변동해(71) 형도 그런 분 중의 한 명이 틀림없다.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의 경계를 이루는,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축령산 정상에 25여년 전부터 황토집을 짓고는 ‘산신령’같이 사는 이 양반은 전생에 아마 친구가 없이 억울하게 죽었는지, 억세게도 도반(친구)들을 끼고 산다. 이름하여 ‘세심공화국洗心共和國’이다. 원조 통나무집 당호는 ‘세심원洗心院’. 펜션의 이름은 ‘휴림休林’. ‘축령산 휴림’으로 검색을 해보시라. 거기에다가 최근 하몽이나 어란 등 좋은 먹거리를 발효시키는 ‘발양루醱養樓’까지 지어, 마침내 그만의 왕국을 건설했다.
500년이상 된 먹감나무. 이름 짓기를 '부모의 마음'이라 했다. '변신령'은 새벽마다 이곳에 정한수를 떠올린다
한때 명리학자 조용헌이 『고수』라는 저서를 통해 ‘방외지사方外之士’로 소개하는 바람에 매스컴도 상당히 탔는데, 어디 나서는 것은 질색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변변한 수입이 없는데도 유유자적, 만사태평, 통 크게 사는 불가사의한 인물, 말하자면 기인奇人이다. 논어論語 첫 구절인 <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를 온몸으로 날마다 즐기는 분이라 하면 맞을 터. 철따라 제철음식을 손수 만들어, 같이 노놔 먹는 재미로 산다고 할까. 태평성대 아즐까/아으 다롱디리가 따로 없다. 한번은 유치환의 <심심산골에는/산울림 영감이/바위에 앉아/나같이 이나 잡고/홀로 살더라> 라는 시를 들려줬더니 영락없이 맞다며 낄낄댄다. 좋은 음식(막 잡은 홍어애와 홍어회, 천연 육포, 하몽, 숭어 등 각종 어란, 양애장-무침 등)이 갈무리만 되면 전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친구’들을 불러대는데, 나도 그 중의 하나다. 참 별나다. 어떤 조건도 없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그중에서도 으뜸은 양질의 먹을거리 제공이 아닐까 싶다.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거늘, 언젠가 산골 저수지에서 막 잡은 민물새우를 몽땅 드렸더니 입이 함박만해지더니, 인근의 친구들을 부른다.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물려내려온 화로이다. 이 불씨가 끝나면 세상은 끝나리라.
이처럼 못말리는 분을 알게 된 것도 희한한 인연이다. 200년 9월호 월간지 <신동아>에 나의 졸문이 실려 처음으로 매스컴을 탔다. <전라고6회 홈피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10쪽이나 실린, 나에게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같은 호에 나의 글과 나란히 실린 게 조용헌이 쓴 ‘방외지사 21회’ 변동해 편이었다. 애써 지은 흙집 열쇠를 100개 만들어 지인들에게 아무 때나 자고 갈라며 나눠줬다던가. 각박한 대처생활에 지치고 찌든 마음을 쉬면서 닦고 가라는 뜻의 ‘세심원洗心院’이 속세에 등장하여 알음알음 화제가 되었다. 세심, 마음을 씻는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 세심원을 다녀간 사람들이 해외까지 포함해 수많은분이 다녀갔으니, 어디 이게 예사일이겠는가. 난다긴다하는 박정자 선생 등 문화계 인사들의 힐링센터도 된다. 사람 사귀는 방법도 아주 독특하다. 나이, 남녀, 이런 것 아랑곳없이 유난히 말끝이 짧다. “우천, 인문학이 뭐 벨 것이요? 짜-안헌 것이 인문학이요” 등 입에서 나오는 말이 판판이 어록語錄이다. 십 수 년 동안 새벽마다 짧은 단상의 글을 써 명물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는 기이한 습관의 소유자. 바보같다. 재밌다.
온갖 좋은 먹거리를 천연발효시키는 발양루이다.
아무튼, 그이후 인생도반이 되어 친숙하게 지내고 있으니, 이 풍진 강산江山이 두 번이나 변하고 있다. 그의 살림살이(경제)는 잘 모르겠으나(은행빚이 만만찬은 것같아 솔직히 걱정이 너무 되지만), 청담(그의 호) 형을 만나면 덩달아 내 마음도 풍요해진다. 언제나 늘 한결같은 사람, 그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또한 그는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고 탐닉하는 ‘문화인文化人’이어서 더 좋다. 그림 감식안도 아주 고급인 듯싶다. 긍이 안목으로 소장한 작품들이 빛을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유서깊은 향교나 사당에서 고른 대나무 줄기로 ‘세심비’를 300여개나 만들어 서울 청와대 앞 효자동에서 전시회도 했다. 박근혜 탄핵 직전인 2016년 11월 11일 11시, 부패한 정치와 정치인을 다 쓸어버려야 한다며 구중궁궐 앞에서 이색 퍼포먼스도 했으니, 또한 3.1운동 100주년에는 광주 금남로에서 구리로 만든 거대한 세심비를 들고 거리행진도 했다.
그 유명한(?) 세심비이다. 이 빗짜루처럼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한꺼번에 몽땅 쓸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산신령같지 않은 산신령, 골마리 까고 이 잡을 시간이 부족한 이 ‘가짜 산신령’은, 해마다 10월말에서 11월초까지 천년고찰 문수사의 단풍나무숲(천연기념물)에서 당단풍나무를 지켜보면서 삶의 지혜를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며 사진을 보내오고 있는 ‘멋진 남’ ‘아름다운 사람’이다.
첫댓글 "변신령"~~~하하하하하... 듣기 좋네요.~~~^^*.
댕겨오리다.~~^♡^
ㅎ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