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는 매우 이해하기 힘든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디플레이션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고 있고, 어마어마한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한국보다 높습니다(일부 신평사는 우리와 같은 등급 책정). 더 나아가 국가부채가 그렇게 많은데도 금리는 한국보다 훨씬 낮습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일본 국가부채에 대해서는 아주 강한 논쟁이 벌어지죠. 상당수 (한국) 사람들은 일본경제가 과도한 부채 때문에 금방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일부에서는 그렇게 금방 망할 것 같은 나라의 금리가 아래 '그림'처럼 낮게 유지될 수 있느냐라고 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출처: 국가부채의 증가가 일본 금리에 미치는 영향 - IMF 그림 설명: 붉은 점선은 일본 국채 평균 금리, 파란선은 GDP대비 일본 정부 부채. 흥미로운 주제죠? 여기에.. 어떤 이웃분이 아래(일본국채, 과연 어찌될 것인가?)와 같이 귀한 글을 올려주셨기에 간단하게 답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일본국채, 과연 어찌될 것인가? 1. 왜 그렇게 거대한 국가부채가 생겼는가? 일본이 왜 그렇게 어마어마한 부채를 지니게 되었는가? 그 이유를 알아야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겠죠. 이 부분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1990년부터 시작된 걷잡을 수 없는 자산가격 폭락 사태는 일본경제에 두 가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 가지 악영향은 구매력의 감퇴입니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인의 자산 1,500조엔 (한화 1경 5천조원=GDP의 13배 전후)이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는 소비 및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5억짜리 집에 살다 하루아침 2억짜리 집에 살게 된 가정이 예전처럼 소비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을겁니다. 가계야 그렇다쳐도.. 기업이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당장 이회사의 자산이 사라진 셈이며, 부채비율 등 재무제표가 급격히 악화될 것입니다.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합니다. 자산을 자기 돈으로만 매입했다면 '평가손실'로 끝나죠. 그러나 만일 차입해서 자산에 투자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일본의 자산시장이 1985년이후 5년간 지속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에 힘입은 차입 증가 때문이었죠. 그러기에 더욱 '자산 디플레'의 충격이 컸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지면, 가계나 기업이 파산을 선언하거나 혹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마진콜이죠. 1억원의 주식을 담보로 신용대출 6억원을 받아 추가 매입했는데, 이 회사 주가가 하한가를 맞으면? 한 방에 원금이 다 날아갈겁니다. 그럼 증권사에서 전화가 오죠. 추가 담보를 설정하지 않으면 동시호가에 담보로 맡긴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말입니다. 이게 마진콜입니다. 마진콜이 출현하면 자산시장에 일대 패닉이 출현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 마진콜이 새로운 마진콜을 부르는 거죠. 이를 '민스키 모멘트'라고도 합니다. 암튼.. 자산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이게 다시 새로운 패닉을 부르는 상황이 자산 디플레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림설명: 일본인들이 1990년 시작된 자산가격 폭락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자산디플레가 발생하면, 기업이나 가계가 할 일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빚을 못 갚겠다고 두손을 들거나, 아니면 저축을 늘려야죠. 문제는 가계와 기업 모두가 함께 저축을 늘리면, 경제에 극심한 불황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소비를 안하고 저축만 늘리고, 또 저축한 돈을 빚 상환에 쓰니 경제 전체에 유효수요가 고갈되는 겁니다. 아래의 <그림>은 일본의 90년대 상황을 보여주는데, 1998년 7월 말 일본 시중 은행의 전체 자산은 761조엔(1998년 명목 GDP 489조엔)이며 민간부문의 신용(=대출)은 592.1조엔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민간부문에서 적극적으로 대출을 갚은 결과 2006년 7월 은행의 총자산은 799조 엔 (2006년 명목 GDP 548조 엔)으로 비슷했지만, 민간부문의 신용은 493조 엔으로 줄어듭니다. 즉 8년 전에 비해 무려 99조 엔(원화 기준 1천조원)이나 줄어든 것이죠. 다행히 일본 정부가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1998년 7월 공공부문의 신용(=대출)은 133조엔이었는데, 2006년 7월에는 2배 이상 늘어난 266조 엔으로 팽창했거든요. 만일 이때 일본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료: 리처드 쿠, "대침체의 교훈" 그 답은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1929년 이후 미국경제 상황인데, 당시 후버 행정부와 연준은 자산가격 폭락을 계기로 시작된 대출 축소 움직임을 수수방관했죠. 특히 연준은 1931년까지 정책금리(=재할인율)를 인상하기까지 했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 은행의 자산은 대폭 감소했고, 연 10%대의 마이너스 성장을 무려 3년이나 겪었습니다. 1929년 6월 말 미국 은행의 총 자산은 455억 달러(1929년 명목 GDP, 1,036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은행위기가 절정에 도달해 아예 은행영업을 정지했던 1933년 6월에는 330억 달러(1933년 명목 GDP, 564억 달러)로 수축되었습니다. 대공황 당시 명목 GDP가 반토막 난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은행권의 민간신용(=대출)이 축소되고 이 대출 축소가 다시 경기의 수축을 낳는 치명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되며 은행 경영이 이려워지자, 다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해 은행이 연쇄 파산하는 등 참혹한 위기가 연속되었습니다. 자료: 리처드 쿠, ""대침체의 교훈" 참고로 아래는 1929년 이후 미국 경제성장률인데.. 처절합니다. 물론 어떤 위기를 초래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부채를 지지 않았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민의(民意)를 받을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저렇게 가혹한 불황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http://research.stlouisfed.org/fred2/graph/?g=Dse 2. 일본 정부 부채, 큰 문제 아닌가? 이제 다음 문제로 넘어가, '일본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견뎌낼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주요국가의 조세부담율과 조세 증대 능력을 보여주는데, 일본이 유독 낮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조세부담율은 국세와 지방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데, 일본은 OECD 국가 최저 수준이죠. 즉 일본의 국가부채가 치솟은 첫 번째 이유가 90년 이후 시작된 자산 디플레에 있다면, 두 번째 이유는 일본 정부의 조세 정책에 있는 듯 합니다. 다시 말해 일본에는 다른 선진국에 비길 수 없을 정도로 큰 '조세 수입' 증가의 여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아베정부가 지난 4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했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증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얼마만큼의 증세가 필요한가? 그것은 명목 GDP 성장률에 크게 달려 있긴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수준 정도로 세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단, 아래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명목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하는 순간, 필요한 세금인상의 폭은 훨씬 낮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KB 국민은행 연구소, "최근 일본경제의 개선흐름과 엔화 강세의 배경" 왜 명목 성장률이 중요한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그림>들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첫 번째 <그림>은 재정수지이며, 두 번째 <그림>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입니다. 예.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본 재정수지가 악화되며, 반대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때(2000년대 중반)에는 재정수지가 개선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죠. 세금은 '명목 소득'에 대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명목 소득'이나 '명목 이익'이 줄어드는 환경에서는 세금이 잘 걷히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 일본 재정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되겠죠. 또 인플레가 발생하면, 과거 발행한 고금리 국채의 실질가치가 하락해 국가부채의 규모가 축소되는 면도 있을테지만.. 지금 일본경제는 이것까지는 고려 안해도 되는 상황 같습니다. 출처: http://www.tradingeconomics.com/japan/government-budget 출처: http://www.tradingeconomics.com/japan/inflation-cpi 3. 결론 및 요약 암튼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이상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일본의 자산디플레는 매우 큰 충격을 경제에 줬다 2) 부채를 갚기 위한 일본 가계와 기업의 노력은 신용감소로 이어졌다 3) 신용감소에 따른 대공황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개입했다 4) 대규모의 재정적자가 발생했지만, 대신 대공황급의 불황은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5)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금인상이 필요하다 6) 다만 세금인상은 디플레가 추방되는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 7) 현재 일본은 인플레 속에 세금인상이 이뤄지고 있어서 재정수지가 빠르게 개선될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정말 디플레가 끝난 것인지,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일본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복귀하는 지 등등 여러 문제가 아베 정부의 앞에 기다리고 있죠. 이 도전을 잘 이겨내면 일본 국가부채 문제는 큰 탈 없이 해결될 것이고, 이게 아니면 다시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해쟀겠죠. 암튼, 현재까지만 보면 아베 정부가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
첫댓글 흠.. 잘보았읍니다 딱한가지가 살짝 부족하네요 일본이 디플에 빠진 진짜이유 .. 미국이 밟았기 때문으로 알고요 부채가 이리 많아도 어티는 진짜 이유는 미국 시키는데로 잘하고 있기에 갈수록 심각해져도 아직 괜찮은거로 압니다 .. 이제 달러는 모든 것을 같이 끄집고 들어갈 준비를 착착 하고 있구요 7월에 금을 기준으로 하는 브릭스체재가 출범하면 좀 더 가속화 과정을 밟아나아갈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