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다양성 교실’은 ADHD, 자폐 스펙트럼, 난독증, 불안장애가 있는 주인공들과 친구들이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키우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통합학급 이야기입니다. 이 교실에서는 ‘장애’가 관계 맺기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닙니다. 장애를 친구의 특징으로 이해하고, 친구가 잘하는 것을 보고 격려합니다. 《좋아하면 박사가 돼요》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주인공이 평소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기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대해 인정받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별이’가 EBS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흔치 않은 특별한 사건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통합교육 또는 다양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오랫동안 있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열려라! 다양성 교실’은 무엇보다 나와 다른 사람, 특별히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이야기합니다. 개인의 특성이 존중되는 만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사는 방식 또한 어려서부터 배워 나가자고 손을 내밉니다. 찰리는 친구들과의 대화가 어렵고 시끄러운 게 정말 싫어요.
찰리는 힘들어 보였어요. 찰리는 시끄러운 걸 싫어하거든요. “찰리야, 이걸 써 볼래?” 앤드류가 찰리에게 귀마개를 건넸어요. (본문 22쪽)
‘칙! 칙! 폭! 폭!’ 찰리는 오늘도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기차 터랜스를 가지고 노는 데 빠져 있습니다. 선생님이 과학 박람회에 참가할 모둠별로 이름을 부르지만 도통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찰리와 같은 모둠이 된 친구들이 찰리 근처로 모여들어 기차 모형을 만들기로 하자 찰리도 참여하며 관심을 보입니다. 찰리는 기차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기차 박사’이거든요. 발표를 맡았던 친구가 아파서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기차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장착한 찰리가 발표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찰리는 박람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숨어 버려요. 찰리는 시끄러우면 힘들거든요. 친구들은 이런 찰리의 특징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찰리가 사라진 걸 알고도 당황하지 않고, 책상 아래에 숨은 찰리를 찾고서도 핀잔을 주기는커녕 귀마개를 건네요. 귀마개를 쓰고서 편안해진 찰리는 준비했던 발표를 멋지게 마칠 수 있었답니다. 특정 주제나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박식해요.
“와! 너 기차에 대해 정말 많이 아는구나!” 앤드류가 찰리의 메모를 보고 놀라며 말했어요. “찰리야, 우리 모둠 발표를 네가 하지 않을래?” 찰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본문 19쪽)
자폐 스펙트럼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읽고 해석해서 적절하게 반응하는 게 어려운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짐작되듯,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은 다양합니다. 보통은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각을 다루는 게 어렵다 보니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렵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찰리처럼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한번 들은 구절을 반복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또 큰 소음, 이상한 냄새, 특정한 빛 등 감각이 예민해서 사람들이 붐비거나 시끄러운 곳에서는 집중하기 더 힘들다고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주인공이 자주 등장하고 보았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한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예체능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걸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는 특정 주제나 분야에 유별나게 큰 관심을 보이고 박식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강점을 이용해 흥미를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규칙을 기억하고 사용하게 돕는다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선 찰리의 친구들처럼 장애가 있는 친구의 특징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주고, 강점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친구들이 필요합니다. 이 책을 통해 강력한 포옹의 힘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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