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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카페 : 컵라면에 김밥 담배 한갑 사러
※죽어도 해피엔딩※
어릴 적 읽은 동화에는 늘 왕자와 공주만이 사랑에 빠졌죠.
왕자와 공주가 행복해지는 그런 뻔한 해피엔딩.
신데렐라의 나쁜 언니들. 그리고 백설공주의 일곱 난장이들은 조연에 지나지 않았어요.
절대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그런 조연들이었죠.
그리고 조연들은 절대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말이에요.
조연들도 자신의 삶에선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
“제발 도와줘! 도저히 하찬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저는 제 앞에서 이렇게 쫑알쫑알 열을 내면서 말하는 이 녀석을 짝사랑 중입니다.
하지만 제가 짝사랑하는 이 녀석은 바로 제 친구를.
그러니까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다가 잘생기기까지 한 강하찬이라는 녀석을 짝사랑 중이구요.
“하찬이가 좋아하는 거? 그 녀석 은근히 초콜렛 같은 거 좋아하잖아?”
“정말? 정말? 진짜지? 거짓말 아니지?
근데 이상하다.
저번에 내가 초콜렛 사줬을 땐 싫다고 했던 거 같은데… 너 거짓말 아니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하냐?”
“아싸! 고마워 재광아!”
그렇게 제 대답을 듣고는 쪼르르 자신의 반으로 달려가는 은별이를 보면서 저는 또 혼자서 가슴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제가 은별이를 짝사랑 중이라는 건 10년 지기인 하찬이에게도 비밀이니까요.
말 안 해도 알겠죠? 제가 얼마나 답답한지 말이에요.
아!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
하찬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달달한 사탕이랑 초콜렛이에요.
쉿! 이건 저랑 여러분만 아는 비밀이니까
절대로! 절대로 은별이에게는 비밀이에요!
저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어요.
그러자 하찬이가 제 옆으로 왔습니다.
이 녀석. 자기가 제 속을 얼마나 박박 긁고 있는지도 모르고 매일 은별이가 귀찮다고 저에게 하소연입니다.
이 녀석과 저. 그리고 은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친구랍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은별이 녀석을 짝사랑 했구요.
은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찬이를 짝사랑했어요.
어떻게 10년 동안이나 제 마음을 숨길 수 있었냐구요?
저도 그게 답답해요.
실은 몇 번이고 은별이한테 자기를 좋아한다고 티를 냈는데 이 둔탱이는 전.혀! 눈치를 못 채는 거 아니겠어요?
이러니 저희 셋이 10년 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저 녀석 저러는 거 정말 마음에 안 든다구요!
“야! 집에 안가냐?”
“응? 아, 가야지. 가자!”
잠시 딴 생각을 좀 했더니 벌써 종례가 끝났나 봐요.
집에 가는 길은 늘 저와 하찬이 그리고 은별이. 이렇게 셋이 함께 합니다.
같은 동네에서 산지도 10년째라서 이젠 누구 한 명이 빠지면 정말 허전하고 그래요.
그런데… 최은별 이 녀석. 종례가 끝났을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저희 셋이 만나던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몇 번이나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문자도 없었어요!
걱정이 돼서 은별이한테 전화를 하려는데 하찬이 녀석이 그냥 가잡니다.
“야, 걔 딴 약속 있나보지.
이렇게 늦는 거 보면 우리한테 연락하는 거 깜빡했을 거야.
그러니까 먼저 가자. 나 오늘 과외 있어서 일찍 가봐야 되.”
“그런가? 그럼 우선 집에 가자.”
은별이 없이 집에 가는 길은 정말 적적했어요.
늘 집에 가면서 자기 반에서 있었던 일을 쫑알거리기 바빴던 녀석이 없으니까.
조금 심심하기도 했구요.
“최은별 없으니까 허전하긴 하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진짜 대단하긴 하다. 그치?”
“그걸 지금 알았냐?”
저는 하찬이 녀석 몰래 은별이한테 문자를 했어요.
[너 지금 뭐하냐? 우리 먼저 간다!] 이렇게요.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은별이한테 답장이 왔어요.
[나 오늘 드디어 강하찬한테 고백할 거야.] 라고요.
※죽어도 해피엔딩※
“어..어떻게 됬어?”
“..나 차였어. 완벽하게. 미안하데.”
휴우.
은별이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전 은별이 말을 듣는 순간 쾌재를 부르며 날아갈 것 같았어요.
실은 조마조마 했거든요.
하찬이가 분명 은별이를 친구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불안하고 초조했거든요.
그래도요. 은별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니까 하찬이 녀석이 괘씸하지 뭐에요?
“있잖아. 있잖아. 나. 정말로 강하찬 좋아했거든. 아니, 사랑했거든.
아니 지금도 좋아해. 지금도 사랑해.
근데 있잖아. 나. 너무 힘들어.
그 새끼. 너무 나쁘잖아!
10년이라고. 10년 동안 좋아했다고 말했는데 너무. 너무 쉽게 거절하잖어!
그건 나랑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너무 쉽게 말하잖아!
30분도 안바래. 10분도 안바래. 1분도 안바래! 10초도 생각 안하고 그냥 싫다잖아!
친구가 좋다는데! 난 친구가 싫은데! 어떻게? 응? 재광아. 나 어떻게 해야되?
그냥 그 자식이랑 이렇게 친구로 지내? 소꿉친구로?
난 아닌데? 응?
난.. 난 말야. 난 그 녀석 보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처럼 좋은데!
근데.. 그냥 이렇게 친구로만 지내야 되는 거야?”
저는. 저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이렇게 은별이의 고백을 듣고. 저는. 저는 어쩌면 좋죠?
그냥 이대로 고백 한 번 못 해보고 그냥 포기해야 되는 건가요? 어쩌죠?
저도. 저도 은별이가 하찬이를 좋아하는 것 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은별이가 좋은데.
은별이는.. 제가 그냥 친군가봐요. 이렇게 자신의 고백을 얘기할 수 있는. 그냥 친군가 봐요.
...왕자와 공주의 해피엔딩만 있는 것처럼.
저 같은 사람은 죽어도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없나 봐요.
저는 그냥 조연일 뿐이니까요.
이 동화의 주연은 은별이랑 하찬이니까요.
저는 그냥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못난 친구일 뿐이니까요.
결국엔 그냥 잊혀지는 조연이니까요. 저에게 해피엔딩이란.. 있을 수 없는 건가봐요.
*
그 날 이후로 저는 은별이도. 하찬이도 피하게 됐습니다.
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 이 둘을 멀리하기로 결정했어요.
[야! 뭐해? -은별-]
[야! 문자 씹냐? -은별-]
[감히 나의 문자를 씹었다 이거지! 너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어!ㅋㅋ뭐하냐구! -은별-]
[야! 너 죽을래 답장할래! -은별-]
[...에잇. 나도 이제 너한테 문자 안해! 즐! -은별-]
이렇게 문자도 씹구요.
“야! 한재광!”
“야! 너 죽을래?! 거기 안서!”
만나면 못 본 척. 못 들은 척 다른 길로 돌아가구요.
이젠 정말 마음의 정리를 할 거니까요. 이젠 제 마음에 최은별이란 사람을 꺼낼 때가 된 거니까요.
*
“야! 너 죽을래? 왜 도망가!”
그렇게 은별이랑 하찬이를 피하기 시작한지 며 칠정도가 지났을 때.
저는 은별이에게 붙잡히고 말았어요.
“너 요즘 왜 나 피해?”
“피하다니? 누가? 내가?”
“그래! 너 요즘 내 문자도 다 씹고 내가 불러도 못 들은 척하고 나 봐도 못 본 척하잖아! 아니야?”
“아니야. 너가 오해했나보다.”
“아니라구?”
“그래. 아니야.”
“거짓말 하지마! 다 들었어! 다 들었다구!”
“뭘.. 다 들어?”
“...니가 나 좋아하는 거! 10년 동안 나 좋아한 거 다 들었단 말이야 이 멍청아!”
쿵. 하고 제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은별이가 도대체 어떻게 안 거죠?
“그..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하찬이가...하찬이가 다 얘기해줬어!”
“하찬이가?”
하찬이는..알고 있었나 봐요.
제가 은별이를 짝사랑 중이라는 걸.
역시 못하는 게 없는 녀석입니다.
눈치까지 빠르네요. 역시 전 하찬이한테 안되나봐요.
“너 바보야?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해야 될 거아니야! 이렇게 피하기만 하면 다야? 다냐구!”
“그럼. 그럼 어쩔건데? 내가 너 좋다고 말하면 넌!! 넌 하찬이 좋아하는 마음 접고 날 좋아하기라도 해 줄 거야? 응?”
“몰랐어. 몰랐다구! 네가 나 좋아하는 지 정말 몰랐단 말이야!”
“알아도..달라지는 건..없어. 나 간다.”
“가지마!”
은별이가 저에게 소리치는 걸 들었지만 전 멈추지 않았어요.
“멈추라구!! 너 거기서 한 발짝만 더 가봐!”
살짝. 멈칫 하긴 했지만 전 다시 한걸음씩 걸어 나갔어요.
“이 바보 멍청아! 나도 좋단말이야! 네가 좋아!!”
...은별이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 말이에요.
“좋아! 나도 몰랐는데! 내가 널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단 말이야!
너가 연락 없이 지낼 때 너가 정말 보고 싶었단 말이야!
하찬이한테 네가 날 좋아하고 있었다는 얘기 들었을 때 정말 많이 혼동 됐단 말이야!
난 내가 하찬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단 말이야! 하찬이 보면 떨리고. 좋아서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단 말이야!
너랑 있을 때 정말 좋고 편안했던 걸 그냥 친구라서 그런 줄 착각하고 있었단 말이야!
근데.
근데 이젠 알겠어. 너... 한재광, 널! 좋아해!”
더 이상 한 걸음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죽어도 해피엔딩※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서 해피엔딩을 맞이할 준비가 됐습니까?
왕자와 공주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키가 크지 않아도 좋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습니다.
운동을 잘 하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못생긴 건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꼭 키가 크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왕자가 아니더라도 괜찮아요.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서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니. 이미 당신은 주인공이니까요.
죽어도 해피엔딩일 테니까요.
※죽어도 해피엔딩※
완벽한 해피엔딩을 그리며...
The end.
첫댓글 이런 해피엔딩 진짜 쪼아!
동물님 감사합니다! 동물님도 꼭 해피엔딩 하시길^_^
아아 너무 재미있어요>_<
은세아♥ 님 감사합니다>_< 재밌다니 어믕.....>_<
잘 읽고 갑니다~
맛난아이쮸크림님 감사합니다^_^*
저두요 저두요 소설이든 영화든.. 뭐든간에 'HAPPY'가 좋아 "HAPPY CHRISTMAS"
바부진이님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전...결코 해피가 될것같지 않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두 해피엔딩 넘 좋아해요^_^*
진짜 잼있네요잘읽구 갑니다담에 또 좋은 글 써주세용 히히>_<//
love님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단편으로 또 찾아뵐께요^_^ 감사합니다!
보구 참 뿌듯한 글이네요 항상 해피엔딩만 됐음 좋겠어요^^ 2008년두 해피엔딩하자구요
꼬마미야님 감사합니다! 꼬마미아님 앞으로 언제나 모든 일이 해피엔딩일 순 없겠지만 마지막은 꼭 해피엔딩 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죠!조연들도주인공이될수있는거죠오!재밌는소설잘일었습니다~메리크리스마스!
그린비님 감사합니다! 조연 없는 드라마, 영화, 소설은 없답니다!!!!!!! 조연이 있어야 주연도 빛나는 법이죠^_^ 감사합니다! 그린비님! 메리크리스마스!
잼나게 읽었어요~소설읽고 나도 모르게 웃게되는..ㅎㅎ해피엔딩조아요!ㅎㅎ
-_-서러워라님 감사합니다!^_^ 메리크리스마스!
우와 달달한 소설 ㅋㅋㅋ 메리크리스마스요~~
원빈♡민둥님 감사합니다! 민둥님도 메리크리스마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