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엑스(X, 옛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와 12일(현지시간) X에서 온라인 대담을 나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는 2시간 동안 거의 혼자 말한 것처럼 대화를 주도했다. 말을 가리지 않기로 유명한 머스크 CEO가 이날은 맞장구를 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처럼 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트럼프는 이날도 많은 의문스럽고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다. 불법 이민과 물가 상승 등 낯익은 대선 캠페인 주제들은 물론,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영국 BBC 방송의 BBC Verify(검증)이 다음 날 팩트 체크에 나섰다.
얼마나 빨리 해수면이 상승하느냐?
주장: “가장 커다란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다. 그곳의 대양은 앞으로 400년 넘는 동안 1인치(2.54cm)의 8분의 1(0.13인치, 3.3mm) 높아질 것이다.”
판정: 기후 예측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4~2023년의 10년 동안 해수면 상승을 완전히 과소 평가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구 전체 평균 해수면은 매년 평균 0.19인치(4.8mm) 높아졌다.
한 해 상승만으로도 이미 트럼프가 400년 동안 일어날 일이라고 예측한 것보다 많은 상승을 보인 것이다. 미래 상승 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얼마나 빨리 빙붕이 녹을지 불확실하고, 미래 온난화가 인간 활동들로 말미암아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할지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유엔의 정부간 기후변화 패널(IPCC)은 더 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2100년까지 지구 전체 해수면이 0.28~1.01m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는 일은 수억 명을 위험에 빠뜨릴뿐만 아니라 몰디브 같은 나라들의 많은 부분을 물에 잠기게 한다.
2000만명이 국경을 넘는다?
주장: “내 생각에 2000만명의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온다....내 생각에 매달 수백만명씩 온다.”
판정: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남부 국경을 넘어 얼마나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오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공식 데이터들은 기록적인 수준에 이른 것은 맞지만 트럼프가 주장하는 종류의 숫자만큼은 아니다.
2021년 1월 이후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청은 남부 국경을 통해 800만 넘는 사람들이 오고, 미국의 사법 담당관들과 만나는 불법 이민자가 1010만명에 이른다고 말한다.
이 숫자가 곧바로 미국에 입국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 숫자도 아니다. 몇몇은 본국에 송환됐을 수 있으며 똑같은 사람이 여러 차례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다 조우했을 수도 있다. 공식 숫자는 트럼프가 재임한 4년에도 상당한 증가가 있음을 보여주며, 미국 행정부 전체를 망라해도 가장 높게 기록된 숫자이기도 하다.
데이터는 매달 "수백만명이" 온다는 것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미국 국경순찰대 요원들은 지난달 남부 국경을 따라 5만 7000명가량을 체포했는데 2020년 9월 이후 가장 적게 기록된 것이었다. 숫자들은 지난해 12월 25만명가량의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다 붙잡혀 바이든 재임 기간 가운데 정점을 찍은 뒤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베이컨 값이 다섯 배나 비싸졌다?
주장: “내 생각에 100년 동안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몇 년 전보다 네다섯 배는 올랐다.”
판정: 거짓이다.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재임 기간 정점인 9.1%를 찍었다. 41년 가운데 최고였지만 100%는 아니었다. 베이컨 값은 트럼프가 퇴임한 뒤 17%까지 올랐지만 네다섯 배는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행정부의 첫 2년 동안 상당히 올라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많은 다른 서구 국가들을 비교해 봐도 2021년과 이듬해 높은 인플레율을 경험했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들이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1.9조 달러(약 2592조 5500억원)의 지출 계획을 한 요인으로 꼽는다.
2022년 중반 이후 미국 인플레율은 떨어졌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 6월의 월간 비율이 3%로 나타났다. 베이컨으로 돌아와,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슬라이스 베이컨 1파운드의 평균 가격은 트럼프가 퇴임한 2021년 1월 5.83 달러였는데 지금은 6.83 달러다.
트럼프가 수백 마일의 국경장벽을 세웠다?
주장: 남부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난 수백 마일의 담을 설치했다".
판정: 트럼프 재임 기간 세워진 국경장벽의 길이는 재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새로운 섹션은 물론, 교체하거나 강화하는 것까지 합치면 그는 450 마일 넘게 세웠다.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청 보고서는 458마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재임 기간 세워진 새로운 섹션만 따지면 85 마일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기존 장벽을 교체하거나 강화한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했을 때 건설을 중단시켰다가 지난해 늘어나는 이주 수위를 멈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의 행정부는 장벽 섹션 건설을 허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승인한 것은 텍사스 남부 국경을 따라 20마일의 장벽이었다.
CNN "적어도 20개의 허위주장" NPR "1분에 2건꼴 허황된 주장"
한편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어도 20개의 허위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는데 연방수사국(FBI) 잠정 집계로 지난해 미국의 살인은 13% 줄고, 전체 폭력 범죄도 6% 감소했다. 올해 1분기는 지난해 1분기보다 살인은 26%, 전체 폭력 범죄는 15% 줄었다. 지난해 수치는 그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보다 개선된 것이다. 또 지난해 살인이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최종 집계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대의 연간 살인 사건 감소 폭으로 기록된다.
트럼프는 둘의 대담 생방송을 “6000만명정도” 청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시간 청취자는 최대 130만명가량이었고, 그가 이 발언을 했을 때 그의 X 계정에 표시된 숫자는 110만이었다.
그는 또 해리스 부통령이 “구금 시설에 있는 모든 수감자들의 석방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 이와 비슷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월경자들을 붙잡아두는 사설 임시수용소는 인권침해 등 문제가 많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는 유럽에 팔 수 없고,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액이 미국보다 훨씬 적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말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한편 공영 라디오 NPR은 지난 8일 기자회견 발언록을 분석한 결과, 분명한 거짓말과 과장된 표현이 적어도 162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견이 64분 진행됐으므로 일 분에 2건 이상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