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워커스: 사랑 이야기*
김밝은
사람들의 삐뚤어진 시선보다 마음에서 꿈틀대는 두려움이 더 무섭다고, 네 표정은 말하곤 했지
하늘에 가까울수록 사랑을 외치기에 아름다운 곳 오늘은 우리의 마지막 날이 아니라고 신앙처럼 믿고 싶어 쉿, 지금은 숨소리도 내서는 안 돼 빛도 없는 구석의 몇 날을 끝내 버텼잖아 달팽이가 제 몸으로 길을 내며 느리게 가는 풍경을 지켜본 날처럼 오래도록 널 바라볼 거야 꿈의 마천루를 눈앞에 두고 무모하다며 발목이 잡힌 사람들의 한숨 대신 주테 아라베스크 에티튜드… 아찔한 첨탑 위에서도 발레리나처럼 우아한 네 몸짓에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겠지 자, 이제 널 나비처럼 가볍게 들어 올릴게, 불법이란 이름표는 떨어지고 인간의 욕망인 철근으로 올려져 속수무책의 공중엔 우리 심장 소리만 가득해질 거야
내려다보면 손톱보다 작게 보이는 지상에서 꽃잎 같은 우리가 한 걸음씩 걸어 올라왔다는 게 까마득하긴 해
*
7년 동안 6개국에 걸쳐 촬영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맨몸으로 초고층 빌딩을 넘나드는 커플 이야기
초승달
고난도의 곡예를 해야 하는
허공의 시간을
허물없는 친구처럼 껴안은 날들
조금만 더 힘내자고
움푹 팬 웃음을 어루만지면
붉게 동그라미 친 오늘이
불끈,
고개를 치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