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7일, 서커스가 열린다는 송현녹지광장과 서울공예박물관에 가다

[행노]

2023년 5월7일, 송현녹지광장과 서울공예박물관에 갔습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가니, 곧바로 'Welcome to Circus Land'라는 플랭카드가 걸린 광장이 나옵니다.

송현녹지광장은 미대사관 직원들 숙소였던 자리에, 대한항공이 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서울시가 매입해서 110년 만에 시민에게 돌아온 땅이라고 합니다.

입구에 각종 소품 판매대가 있고, 유료 체험 부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투명 페트병을 어지러이 펼쳐 놓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이들이 발로 그것들을 짓밟게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시범인지...

도대체 어디서 서커스를 하는 건가 두리번거리면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기웃거렸어요.

나중에 저쪽에 설치한 계단 위도 올라가 봤어요. 

찾아봐도 뭐 별게 없는 거예요.

청색 모자에 초록색 옷을 입은 행사 요원이 아이들과 악수를 나누는데, 그럴 때마다, 삥뽕 하는 소리가 났어요. 응? 어디서 나지? 악수하면서, 발이나 손으로 뭘 누르는 거겠죠. 워낙 볼거리가 없으니까, 아이들과 함께 잔뜩 기대를 하고 나온 부모들이 빙그레 웃으며 놀란 척 합니다.

장애물 경주를 시키는지, 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네요.

그네를 타는 아이도 있고, 외줄 타기를 하는 아이도 있어요. 일종의 체험 코너들인가 봐요. 어른 무릎 높이의 밧줄 위를 아이가 걸어갑니다. 위에 달린 끈을 붙잡고 균형을 잡습니다. 옆에서 행사요원이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며 따라갑니다. 

아이가 끈을 잡고, 줄 위를 걸어가는 게 보이죠? 그나마 제일 그럴 듯한 광경이었어요. 너무 썰렁해서,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풍선 하나 얻는데도 긴 줄을 서야 해요.미리 만들어 놓으면 큰 일 나나.

여러 아이들이 나무 기둥을 붙잡고 낑낑 매는데 뭘 하는지 모르겠네요.

키다리 아저씨가 풍선으로 칼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하도 실망스러워서, 높이 올라가서 보면, 다를까 싶어, 높은 계단을 꾸억꾸억 올라가 봤어요. 내려다 보이는 광경이에요. 서커스다운 서커스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어요. 

별 것도 아닌 것에 길게 줄을 선 아이들과 부모들이 보이네요. 

아이고, 이게 서울의 행사 수준이라니...쯧쯧. 너무 했다!

광장 한 구석에 화단이 있습니다.

나가면서, 입구에 있던 체험 부스를 기웃거려 봤습니다. 체험료는 거의 일률적으로 15000원이더군요. 그게 또, 강아지 머리를 만드는데, 이미 뚫려 있는 구멍에 까만 나사 3개를 꽂아 두 눈, 코를 만들고, 송곳으로 털을 쏙쏙 쑤시는 게 전부예요. 저 위험한 송곳이 아이들이 다루어야 할 도구라니 씁쓸하네요. 창의력 여지도 없어 보이고요. 아이가 몇 번 하다 싫증을 내면, 후딱 해줘버리겠지요.

향기초 만들기래요. 물론 가격은 다 15000원이에요.

가격을 다 물어보면서 다니지는 않았지만, 들리는 소리로는 민 모자가 2만원, 솜사탕은 8000원, 장소값을 받는 것도 아닌데,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동남아에 가면 흔한 바이크 투어가 한 대 서있네요. 

바로 옆에 한국공예박물관이 있어 들렀어요. 그러잖아도,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던 참이었거든요.

송현녹지광장과 서울공예박물관이 바로 옆이라는 걸 알겠죠?

건물이 두 동이었는데, 한 건물에서는 3층에서만 전시물이 있었고, 다른 건물에서는 2층과 3층에 전시물이 있었어요.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잔잔한 칠보가 화려하게 예뻤어요.

일층에서 도시락 가방 만들기가 있었는데, 아이들을 동반했을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다네요. 

옆의 건물로 들어섰어요. 자수로 만든 보자기들과 다른 작품들이 있었어요.

위 사진들 외에 3층에 전시된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에 보자기 5000점과 그 귀한 공예품들을 기증한 허동화 선생님에 대한 글이 감동적이었는데, 새 컴퓨터와 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사진이 사라졌네요. 아쉽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에 대한 소개로 대신 하겠습니다.

2021년 7월,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은 서울시에서 (구)풍문여고 건물 5개 동을 리모델링하여 건축한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품뿐만 아니라, 공예를 둘러싼 지식, 기록, 사람, 환경 등을 연구하고 공유함으로써 공예가 지닌 기술적·실용적·예술적·문화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역동적인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2만여 점의 공예품과 공예자료를 수집, 보유하고 있으며 공예역사전시, 현대공예전시, 지역공예전시, 어린이공예전시, 공예 아카이브, 공예 도서관, 공예자원관리시스템, 공예작품설치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 자료와 시스템을 준비중이다.

서울공예박물관 터는 세종의 아들 영응대군의 집, 순종의 가례를 위해 건축된 안국동별궁 등 왕가의 저택으로 사용되거나 왕실 가례와 관련된 장소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며, 수공예품을 제작하여 관에 납품하던 조선의 장인 '경공장(京工匠)'들이 존재했던 종로구의 중심 지역이기도 하며, 주변에 북촌, 인사동, 경복궁 등이 인접해 있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가능한 장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