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텃새… 어른 되면 머리에 '금빛 왕관' 깃털 생겨
회색관두루미
▲ 회색관두루미는 머리 뒤에 화려한 술 모양의 아름다운 깃털이 달려 있어요. /국제두루미재단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회색관두루미가 농민들이 일부러 뿌려 놓은 독극물을 먹고 죽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 걱정이 크대요. 회색관두루미는 우간다 국기에 등장하는 이 나라 국조이고,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새 중 하나거든요. 우리에게 겨울 철새로 친숙한 두루미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사는 지역에 따라 모습이 다양해요. 동·남아프리카에 사는 텃새인 회색관두루미는 두루미 무리 중 단연 화려한 외모가 돋보인답니다.
이름처럼 머리 뒤에는 금빛 왕관을 쓴 것 같은 화려한 술 모양의 아름다운 깃털이 달려 있어요. 이 깃털은 특별한 기능이 있는 건 아니고, 다 자라 어른이 됐음을 보여주는 '주민등록증' 역할을 한대요. 목덜미에는 붉은색 주머니가 달려 있어요. 이 주머니는 닭의 볏처럼 흥분했을 때 부풀어 올라 상대방을 겁주는 역할을 하죠. 회색관두루미는 두 발로 섰을 때 키가 92㎝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두루미나 재두루미보다는 몸집이 작아요.
두루미 특유의 늘씬하고 길쭉한 부리 대신 부리가 짧고 굵어요. 여느 두루미처럼 습지에서 물고기나 물풀을 먹지 않고 풀숲에서 곤충을 주로 잡아먹기 때문에 식습관에 맞게 부리 모양이 바뀐 것이죠.
키도 작고 부리도 짧지만, 회색관두루미에겐 우리나라 두루미가 따라 할 수 없는 재주가 있지요. 바로 나뭇가지나 횃대에 사뿐히 내려앉기랍니다. 풀숲과 초원에서는 언제 습격할지 모르는 포식자를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잠을 잘 때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자는 게 안전하죠. 회색관두루미는 다른 두루미와 달리 뒤쪽 발가락이 튼튼해서 나뭇가지를 움켜쥘 수 있답니다.
반면 다른 두루미들은 물가처럼 천적의 위험이 작은 곳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앉을 만큼 뒤쪽 발가락이 튼튼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나라 옛날 민화 중에는 소나무 가지 위에 앉은 두루미를 그린 작품이 있어요. 이 그림이 사실에 부합하려면 그림 속 두루미가 회색관두루미여야 하죠.
두루미는 암컷과 수컷이 짝을 지으면 대부분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 금슬과 화려한 사랑의 춤사위로도 유명해요. 회색관두루미도 번식 철이 다가오면 암컷과 수컷이 머리를 까딱이고, 날개를 퍼덕이는 등 아주 다채로운 동작을 선보인답니다. 암수가 서로를 바라보고 동작을 반복하며 부부애를 과시하죠.
회색관두루미는 "우왱 우왱" 하는 울음소리를 내요. 1㎞ 밖에서도 소리가 들릴 만큼 아주 우렁차답니다. 울음소리를 통해 자신의 세력권을 주장하고, 배우자에게 자신이 용감하고 튼튼하다는 걸 과시할 수 있대요. 회색관두루미뿐 아니라 대부분 두루미는 여느 새에 비해 울대(새나 곤충이 소리를 내는 기관)가 아주 길어서 우렁찬 울음소리를 낼 수 있어요. 예로부터 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날아가는 두루미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대요. 그래서 부족 의식 때 두루미 몸짓을 흉내 낸 몸동작을 선보인대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국립생태원 생태평가연구실 유승화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