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이런 저런 동영상을 보며 시간 때우던 도중 유튜브에서 재밌는 동영상을 발견해서 올립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은퇴선수들을 모아놓고 하는 NBA TV의 Open Court란 쇼인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패널들이 "은퇴할때가 되었구나"하고 느낀 순간들입니다.
패널: 케니 스미스, 스티브 커, 그랜트 힐, 아이재아 토마스, 데니스 스캇, 스티브 스미스, 브렌트 베리
간단한 번역을 곁들였는데 실제로 영상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뉘앙스나 말투가 굉장히 재밌는데 제 실력이 모자라 맛깔나게 번역을 못해서요;;;
그랜트 힐:
작년이었죠. (당시 클리퍼스 소속) 멤피스를 상대로 플옵 5차전을 치르고 있는데 이때 시리즈 내내 출장을 안했습니다. 아마 시즌 내내 한 열경기 뛰었을 거에요. (실제로는 29경기 출장) 신났죠, 경기 뛸 줄 알고. 경기 시작 전 layup-line (*역주: 경기 시작전에 줄서서 레이업 연습하는 것)하면서 젊은 녀석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덩크도 했습니다.
경기가 끝났는데, 분명히 안 뛰었는데 무릎이 아픈 겁니다. 그래서 시리즈 이후에 MRI를 찍었는데 무릎반월상연골(medial meniscus)에 파열이 있었던 겁니다. Layup-line에서 부상을 입은걸 보니 "아 때가 됐나보다" 싶었죠.
브렌트 베리:
스티브 커랑 이 얘기를 했는데, 당시 저는 휴스턴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2년 계약하고 1년밖에 안 뛰었는데...그러고 보니 베리 일가가 전부 휴스턴에서 끝장났군요. 아버지 (릭 베리)도 거기서 끝났고 존도 거기서 끝났고. 묘비라도 만들어야겠습니다.
암튼 포틀랜드에서 뛰고 있었는데, 루디 페르난데스란 스페인 애가 뛰고 있었습니다. 블레이저스 루키였죠. 저희 둘다 동시에 경기 투입됐는데 이 놈을 찾을수가 없는거에요;;; 너무 빨리 뛰어다녀서.
속으로 "나도 한때 저렇게 뛰었었는데" 생각했었죠. 잡을수가 없더군요. 그때 진지하게 "은퇴할때가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죠.
스티브 스미스:
자말 크로포드가 제 다리 사이로 공을 통과시키더군요. 그때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다리로 막고 있었죠. "이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다리 사이로 공을 던지고 저를 제쳤습니다. 당시 감독이던 버니 비커스태프를 슥 봤는데 마치 "갈때가 됐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데니스 스캇:
2001년 당시 LA에서 트레이닝 캠프에서 버티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필 잭슨이 부르더군요. "자네 정말 뛰고 싶나?" "네 감독님, 1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 자네 집에 가야겠네"라고 하더군요. 실화에요 ㅋㅋㅋㅋ
그때 이후로 잭슨을 보면 항상 고맙다고 하죠. 그때 집에간 덕분에 뭔가 파열되지 않았고 아직도 멀쩡하게 걸을수 있는 거니까요. 저한테 솔직하게 말해줘서요. "자네는 더 이상 못 뛰네"라고 말이죠.
아이재아 토마스:
당시 원정중이었는데 아마 시즌 종료 2~3주 전이었을 겁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올랜도로 가서 호텔에 체크인했는데, 그 다음날에 11시 연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랬듯이 아침 일찍 일어나 밥먹고 수영장 옆에 누워있는데. 거기 누워있는데... 시계를 보다보니 연습하러 가기 싫은 겁니다.
제 인생에서 체육관에 가기 싫었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게 무서웠죠. 그때 제가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주뒤에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었죠. 왜냐면 제가 정신적으로 이미 끝난 상태였거든요.
그때 당시 집에 가서 마누라에게 "자기야, 이제 끝났어"라고 말했는데, 그때 아내가 경기전에 항상 식사를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그 때부터 (부상을 당하기전까지) 2주동안 경기전 식사로 뭘 먹었는지 아세요? ㅋㅋㅋㅋㅋ 땅콩버터와 젤리 샌드위치만 먹었습니다. 아내가 "나도 은퇴할거에요"라고 하더군요ㅋㅋㅋㅋㅋ
케니 스미스:
저걸 능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ㅋㅋㅋㅋ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첫번째는... 젊었을때는 스틸을 하고 달리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이렇게 뛰고 있어요(조깅하는 시늉). 그런데 늙은 다음에는 스틸하고 나면 다들 ...(이 악물고 뛰는 시늉)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거죠. "은퇴할때 됐다" 싶었죠.
그런데 확신을 갖게 된건...두가지가 있는데 실력이 형편없다 싶은 애들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투입되서 그놈들을 막으면 못 막겠는 겁니다. 벤치에서 "진짜 못한다"하는데 내가 투입되면 신나게 털리다가 다시 벤치에 돌아오면 "진짜 못하네"하는 겁니다. 그러면 "잠깐만...내가 못하는거네"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감독이 젊은 녀석들에게 상담해주라고 할때입니다. 뛰어난 선수들은 이런 거 시키지도 않아요. 그런데 "케니, 린지 헌터랑 얘기좀 해" "케니 ~~랑 얘기좀 해" 막 이러는 겁니다.
스티브 커:
재미없어서 생략. 원래 말 잘하는 분인데 여기선 유독 재미가 없네요;;;
첫댓글 저렇게 들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당시엔 정말 서글펐을듯...근 20년간 잡고있던것을 놓아야하니... 은퇴선수들 다불러봤으면 ㅎ
하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박사님 데릭로즈 연습 동영상 보고 생각난건데요 아직도 착지를 한발로 하며 불안하던데 예전에 박사님이 쓰신 글을 본 것도 같고 가물가물한 내용이 있거든요 어빙에 관한건데 선수시절 몸관리를 철저히 해서 덩크하고 나서도 어지간해선 꼭 두발로 착지하며 무릎보호를 했다 그래서 말년까지 건강히 뛰었다 이런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혹시 맞나해서요 ^^;;
@맛보면 예 맞습니다. 덩커는 점프보다 착지가 더 중요함을 늘 강조했던 선수가 바로 어빙이죠.
재밌네요.확실히 떠날 타이밍이란걸 안다는게 참 대단하기도하고요. 토마스 얘기도 재밌네요 ㅋㅋㅋ 와이프도 은퇴한다고 ㅋㅋㅋㅋ
아 저는 왜 이렇게까지 안들리죠 ㅠㅠ 해석에 감탄하고 갑니다. 내일 이걸로 10번 돌려 들어야겠네요.
웃프네요 언젠간저도 저런날이온다니
ㅋㅋㅋ 올레 ㅋㅋㅋ 근데 웃으면서도 씁쓸한 모습들.
음...그렇네요 ㅠㅠ
저도 아직 동농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젠가 저런 날이 오겠죠? ㅠㅠ;;;
오 이런 이야기는 참 신선하네요
정말 재미있네요...어떤 기분일지 ㅎㅎ
이 오픈코트 에피소드들이 재밌더라구요. 얼마전에 현 리그에 자신과 플레이스타일이 흡사한 선수가 누구인가?(You remind me)라는 토픽으로 이야기 하는걸 봤는데 그것도 재밌게 봤었습니다. 자기 입으로 이 선수가 자길 닮았다고 하는걸 다들 좀 쑥스러워 하더라구요(그래서 주로 다른 선수들이 대신 뽑아주더라구요) 여기 보시면 에피소드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nba.com/opencourt/
재밌는 사람들이네요
재밌네요!ㅎㅎ 잘 봤습니다.
힐형...조던이랑 그리핀이 덩크찍는거보고 덩크하고 그랬구나ㅠㅠ
저도 youtube 나 nba.com에 있는 open court 에피소드 재밌게 봤는데.. 올라왔네요~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하아 뭐랄까 갑자기 좀 아련한 느낌이 드네요..20대일때 스피드랑 키, 점프력으로만 경쟁우위를 하던 동농가드로써..30대가 되고 난 후 상대편 빠른가드들만 만나면 아예 다리가 따라가질 않더라구요..어느새 패스, 리바, 스크리너로써만 플레이하는 제 모습이 싫다는건 아니지만 가끔 독기품고 코트를 휘젖던게 그립긴 합니다. 얼마나 기본기가 부족했었나 느끼기도 하구요 ㅋㅋ
댓글좀달아주십쇼ㅜ_ㅜ
네? 다들 재밌게 보셨다고 해서 그냥 흐뭇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저한테 질문하신 것도 없고 토론할 주제도 없고 해서 따로 피드백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
아...다시볼려고 댓글부탁드린것입니다 감사합니다^_^;
@Bob Kidd 아 ㅋㅋㅋㅋㅋ 넵
ㅎㅎㅎㅎ 아내'나도 은퇴다' ㅋㅋㅋㅋ
잘봤습니다. 필 잭슨은 정말 ㅋㅋㅋㅋㅋㅋㅋ
케니 스미스의 이야기는 동농에서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을 수가 없네요.
밖에서 보면 정말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매치업이 되면ㅜㅜ
잘봤어요~ 짠하네요
마이클 조던 (시카고시절) - "유타와의 경기에서 더 샷을 넣은 순간 '아 이제 정말 가도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근데 제가 은퇴하고 나서 코비랑 카터가 날뛰는 모습을 보니 아직 갈때가 아니었더군요"
헐ㅋㅋㅋ
찰스경, 샼, 밀러옹 그리고 CB도 나와야 할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만...내가 못하는거네" ㅋㅋㅋㅋ
아이재아 토마스 말이 진짜 와닿네요..ㅎㅎ
스티브 커는 바이옥스라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무릎이 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하네요. 옆에 케니 스미스도 거들고 ㅎㅎㅎ 근데 이 바이옥스가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약이죠.
2020년 어느날...
던컨: 펠리컨즈와의 경기였습니다. 여느 때처럼 페인트 존에서 자리잡고 공을 받았죠. 갈매기군을 등지고 한 두번 드리블 한 후에 푸쉬샷을 하려고 휙 도는데 갈매기를 보고 말았어요. 바로 눈앞에 갈매기가 날개짓을 하고 있는거에요. 저는 빵~ 터졌고 조이는 테크니컬을 줬죠. 그때 느꼈습니다. 얼굴로만 웃기다니, 아~ 더이상 내 개그의 자리는 없구나.
ㅋㅋㅋㅋㅋㅋㅋ 펠리컨즈 보는 순간 아 데이비스에게 블락당하는 순간이라고 쓰실려는구나 했는데 보기좋게 제 예상을 빗겨가시네요 ㅋㅋㅋㅋㅋㅋ
케니 스미스의 두번째 사례는 정말 와닿습니다... '에휴.. 슬렁 슬렁 뛰어도 이기겠다.. 요새 애들 진짜 못하네...' -> 쳐발림 -> 내가 저거보다 못하는구나... -> 자체 은퇴.
아이재아 토마스처럼 오늘 일하러 가기 싫다고 느낀다면 은퇴해야 하는건가요 ㅎ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출근 일주일째에 끝장난거네요
@maverick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아이재아 ㅌ마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농수준이지만...어느순간 "아...이제 농구랑은 끝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많이 서글퍼질듯하네요....
인제 내쉬도 은퇴하는 날이 오고 있네요
재밌게 유익하게 잘 봤습니다
힐형 연습경기도 아니고 덩크몇번했다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