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돼지 브렌디를 찾아 로빈과 아미르는 숲 속을 헤매다 이윽고는 로빈이 떠나온 도시 포틀랜드까지 들어가게 되는데...거기서 아미르가 어느 식당을 가리키면서 옛날 저 레스토랑에서 자기 아부지와 어머니가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고 하자, 로빈은 아미르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니 아미르의 아부지 다리우스가 갖은 애교를 떨면서 이 식당의 음식이 훌륭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로빈이 손짓으로 그에게 앉으라고 권하고, 다리우스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음식 테이블에 합석하자마자 로빈이 단호하게 돼지의 행방을 추궁하지만, 다리우스는 얼버무리며 언능 일어서서 궁색한 자리를 모면하려 하지만...로빈이 얼른 일어나 그를 따라가 마주서자 다리우스가 뜨악한 표정으로 왜 그러냐고 물으니, 로빈은 자신이 만든 모든 요리와 자신이 접대한 모든 손님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주방으로 들어가 과거 다리우스 부부에게 요리해 줬던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 그러자 다리우스는 자살한 아내와 옛날 이 음식을 함께 먹었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돼지를 훔쳐 오라고 고용한 마약쟁이가 거칠게 다루는 바람에 그 돼지가 이미 죽어버렸다고 고백한다. 로빈이 눈물을 흘리며 무너진다.
에공! 이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음식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퍼 오려 하니 혹시나가 또 역시나구만 그랴. 무릇 세상사 피하고 싶은 건 비켜가는 법이 없거등. 혹여 관심 있는 동문 제위께선 유튜브 'At the restaurant in film「Pig」'를 열어보시길...
니콜라스 케이지가 로빈으로 주연한 영화 「pig」에서 무너진 건 두 사람이네. 로빈과 다리우스 둘 다 아내를 잃어버렸지만, 이후 두 사람의 삶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니 전자는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돼지가 냄새로 알려주는 대로 송로버섯(truffle)을 채취하며 살아가지만, 후자는 식재료 납품업을 하면서 경쟁자로 부상하는 아들 아미르까지 해치려고 돼지를 납치하는 파렴치한(破廉恥漢)이 되고 말았으니...하지만 다리우스는 음식 앞에서 무너지고 로빈은 돼지의 죽음 앞에 무너진다. 아래 미국에서 상영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간단한 감상평 몇 개를 올리면서 음식 앞에 무너지는 아픈 사연들을 곱씹어 보느니...
감상1.
영화를 본 사람들 상당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영화 존 윅(John Wick)식의 최후의 결전(showdown)이 될 걸로 기대했지만, 우리 모두는 영화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가장 아름답고, 자기 성찰적이고, 인간적인 결말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상2.
우리가 뭘 먹을 때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음식이 당신에게 주는 정서적인 영향에 관한 어떤 것이라고 할 것이다.
감상3.
시간과 장소에서 서로 떨어진 일들을 연결하고 현재 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깨달으면서 아미르의 아버지 다리우스가 와인 한 잔을 마신 후의 미묘한 심경의 변화란...그는 자신의 과거를 소환하고 오랫동안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었던 감정에 북받친다. 실로 이 장면은 경이적(phenomenal)이랄 수밖에 없다.
당신은 서서히 무너지는 그 무엇들을 볼 수 있는 바, 애써 눈물을 삼키고 허망함을 감추기 위해 마침내 다리우스의 입이 찡그린 얼굴로 옮아갔으니...
감상4.
2021년 개봉된 영화에서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영화 중의 하나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영화는 상실, 분노, 우리들 모두가 서로를 분리시키는 허울, 그리고 우리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비탄을 여러 가지 비유를 사용하여 뒤집어 버린다.
감상5.
이 영화에서 신체적 폭력성은 거의 없으나 다른 영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식의 정서적인 야만성을 보여주고 있다.
감상5.
주인공 롭은 외면적으로 다리우스를 때리는 대신 공감(empathy)이라는 방법으로 다리우스가 내면으로부터 자신의 일을 성찰하게 유도한다.
감상6.
음식과 음식의 맛의 힘은 기억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켜 준다.
감상7.
'돼지'란 제목부터가 어떤 심오한 의미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영화중 음식과 요리의 힘을 보여준 가장 중요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감상8.
아버지가 돌아가신 몇 달 뒤 이 영화를 봤는데, 아버지와 함께했던 삶들이 마치 지금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회상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좋아하던 음식들이 언제까지나 기억날 것 같다.
감상9.
식당에서 3인이 만난 장면은 영화의 최고 장면으로 그들 세 명의 행동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감상10.
장삿속으로 보자면 이 영화의 제작 방식은 천재라고 해야 할 듯...누구나 이 영화를 떠올릴 땐 아내가 죽으면서 남겨준 개를 죽인 놈들에게 무자비하게 복수한 존 윅(John Wick)의 우스꽝스러운 패러디쯤으로 여겼을 법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롭이 복수와 허세가 난무하는 이 세계에서 음식과 요리라는 특이한 수단을 통하여 죄를 지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성찰하게 유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결국 다리우스는 인간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