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철(완도수산고)
1. 프롤로그
높고 푸른 가을날. 한통의 전화가 왔다.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독도 견학이 있다고 한다. 작년 일본의 독도영유권 문제로 독도가 우리의 관심으로 다가왔다. 일본은 거의 정기적으로 독도문제를 들고 나와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왔다. 그런데 2004년, 일본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을 언급하며,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물론 우리는 흥분했고, 또 일본의 저의에 분노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독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단순히 역사적으로 우리 땅이었고, 또 지금 실제적으로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독도 문제에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심지어는 학자들을 동원해서 이미 연구를 끝냈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밑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의 의도와 독도의 중요성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당위감과 의무가 있다. 더구나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꾸준히 신사참배를 하며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꾀하는 일본에 대해서 가만히 앉아서 볼 상황은 아니었다. 하여, 일본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한 허구와 의도를 간파하고, 독도를 지키기 위한 수업을 전개했다. 당연히 학생들 또한 분노했고, 또 독도를 지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방법을 고민하였다.
이런 여론으로 독도가 개방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방문하거나 여행이 가능해졌다. 우리 땅이면서 실제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독도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언감생심,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도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학기 중이라서 수업 결손이 있을 수 있고, 또 더구나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매우 난감했다. 그래도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독도 견학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후에 안 일이지만 독도 관련 교과서 개발요원들에게 주는 독도 견학의 기회였다고 한다. 그동안 지역에서 역사교육과 관련한 교과연구회와 독도 수업을 비롯한 역사왜곡에 대한 수업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나에게 주어진 기회였다는 것을 알았다.
2. 첫째날(10/25)
아침 일찍 광주고속터미널, 8시 출발 마산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전남에서 합류하는 초등학교 김용허 샘과 중학교 박종봉 샘은 첫만남이었다. 김샘은 초등학교에서 일찍이 다양한 교과활동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샘이었다. 그리고 박종봉샘은 남도지리교사연구회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해온 분이셨다. 만남 장소인 진해의 해군작전사령부에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빠르게 도착했다. 원래 생각했던 시간보다 적게 걸렸고, 또 마산에서 진해까지 쉽게 차를 탈 수 있었다. 진해는 조용한 도시였다. 진해는 벚꽃 축제로 유명한 곳이지만, 가을에는 고즈넉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벚꽃 구경을 다녀온 경험에서 온 도시가 꽃으로 뒤덮였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2002년에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임진왜란 격전지를 찾아서’라는 답사를 한 적이 있었다. 해군사관학교에서 여수까지 군함을 타고 답사하는 의미있는 답사 프로젝트였다. 그 때 해군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매우 좋았다. 성심성의껏, 그러면서도 절도 있게 안내하는 해군들을 보면서, 얼마나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는지 모른다.
일행과 김치찌개로 빠른 점심을 먹고, 약속 장소인 해군작전사령부의 휴게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서울의 일행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 1시 30분에 정확히 도착했다. 일행과 합류해서 첫 방문지인 해군사령부에 들렀다. 해군작전 사령부의 현황을 비디오로 시청하고, 곧바로 잠수함을 견학하였다. 우리나라는 잠수함이 11척이 있는데, 잠수함명이 모두 유명했던 장군들의 이름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우리가 직접 확인하고 설명을 들은 잠수함은 임진왜란 때 전라우수사였던 이억기 장군의 이름을 따서 ‘이억기 잠수함’으로 명명하고 있었다. 솔직히 군함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궁금한 것이 참 많았다. 여러 샘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고, 잠수함이 우리 기술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억기 잠수함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그 방문을 가슴속에 새겨 넣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구축함으로는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큰 ‘양만춘 호’였다. 그 규모가 2만 톤급이며, 240여명의 승선인원과 갖가지 첨단 장비로 무장한 군함이었다. 우리나라 기술로 구축한 군함으로서 다양한 군사작전과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함장은 대령으로서 구수한 말투와 좋은 인상으로 군함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과 장교들의 안내를 받으며, 군함을 전부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여성들에게도 배를 탈 수 있어 여해군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여자는 배를 타는 것을 금기시하였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그런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여성들에게도 얼마든지 배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해군사관학교 안에 있는 해군박물관을 견학하였다. 해군사에 있어 세계적인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일대기와 임진왜란의 각종 병기와 관련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2002년도에 방문했을 때 관람을 했기 때문에, 대충 둘러보고 건물을 나와 진해 앞바다를 구경했다. 천혜의 군항으로서 명당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군사관학교는 신해양시대를 책임질 해군의 장교를 양성하는 요람이다. 최근에는 여생도들이 많이 입교하고 있다고 한다. 21세기는 바다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무한 자원으로, 또한 국가 간의 영토 분쟁으로 바다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 시기에 바다를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진해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길은 견학에 참가한 전국의 샘들의 소개가 있었다. 저마다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샘들의 소개를 들으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희망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메리어트 호텔은 아주 전경이 좋은 호텔이었다. 샘들과 첫만남은 좋은 인연으로 간직될 것이다.
해양 강좌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해양연구원이신 권석재 박사가 ‘독도 및 독도 주변의 해양 자원’으로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독도 주변의 자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에 공감을 했다. 이것을 보존,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개발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음식 맛이 좋다는 영미횟집에서 부산의 별미, 가오리회를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일행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기 위한 술잔을 주고 받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늘 즐겁다.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2. 둘째날(10/26)
여전히 날은 좋았다. 지난 밤 과음으로 지친 배를 달래기 위해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금수복국에서 매운탕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사람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여러 샘들과 소주잔을 주고받아, 조금은 무리했었다.
오전에는 국립수산과학원을 견학하는 것이었다. 부산의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수산과학원은 해양생물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곳이었다. 수산과학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 해양생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다양한 어구와 파도연구 등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보여주었다. 바다와 생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존경스럽다. 수산물은 매우 중요한 식량 자원이기도 하다. 자꾸 지구의 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어족이 고갈되어 가고 있고, 또는 어종이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어쩌면 미래의 우리 후손들은 전혀 다른 어종을 만나고, 또는 해양수산물의 고갈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수산박물관은 각종 어류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잘 꾸며 놓았다. 주로 바닷가에 위치한 학교에서 근무한 해온 나로서는 여러 수족관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부산수산과학원의 수족관이 규모면에서 제일 커 보였다. 동해바다가 인접해 있고 실물 크기의 어선의 전시되어 있었다. 마침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온 것인지, 아주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초등학생들이 수첩을 들고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사이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시 바닷가를 구경하고 있는데, 용왕님에 비는지 어느 무속인과 사람들이 바다에 절을 하며 기원을 하고 있었다. 무엇을 기원했을까, 어느 누가 몸이 좋지 않아 건강을 기원하던지, 아니면 사업 번창을 기원했을지도 모른다. 저마다 사람들은 아픈 사연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을 터,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고 부산 항만청을 견학했다. 세계 3대 항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남항, 북항, 다대포 항 등 5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부산항은 교역하는 물류뿐만 아니라 각종 시서들이 전부 기계화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버스로 부산항을 견학하는데 엄청난 콘테이너 박스들이 적재되어 있었고, 거대한 상선에 물류 적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항만 회사에서 나온 아리따운 아가씨가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만 위험해서인지 차로 견학하는 것이 아쉬움이 남았다.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부산을 떠나 경주로 향했다. 부산에서 참가하신 강내희 샘이 부산에 대한 역사, 문화, 또는 풍물들을 아주 구수하게, 재미있게 설명을 하신다.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부산지역에 대한 애정과 내공이 묻어난다. 아는 것도 많고, 또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듬직한 교사의 모습를 보여주었는데, 강내희샘은 경주의 토함산 자락에 위치한 ‘괘릉’을 소개해 주었다. 역사가 전공인지라 경주 답사도 다녀오고, 또 문화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터라 자기 지역에 있는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하다고 생각한다.
괘릉(사적 제26호)에 서있는 각종 석인상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서역과 교류한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있어 보였다. 다양한 인상의 모습과 머리 모양, 담낭 모양은 서역인, 특히 아라비안 인들과 교류가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괘릉에 대한 일화는 원성왕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왕릉의 크기는 당대의 역할보다는 후대의 왕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며, 동서고금의 진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두 번째 강좌가 예정되어 있었다. 해양대학 교수인 김현수 박사의 ‘국제법상의 독도 영유권 문제’라는 강의가 있었다. 독도의 중요성, 그리고 법적인 지위 등에 강의를 들으면서, 독도 문제는 국제관계 속에서 잘 풀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소 정리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는데, 뭔가 차분하게 정리된 내용이 필요할 것 같다. 독도의 법적 지위는 국제 관계의 미묘한 역학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객관적이면서 냉철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주의 가을밤은 아름다웠다. 경주에서 제공되는 소주는 ‘참’이었다.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소주의 이름이 다르다. 전라도에서는 ‘잎새주’, 충청도에서 ‘화이트’, 강원도에서 ‘산’... 그런데 ‘참’이란 말은 정말 아름답다. 일행 중에 시를 쓰시는 시인 교장샘이 계셨다. 성남에서 오신 최병엽교장샘은 다정다감하시고, 또 멋을 간직한 분이셨다. 마음이 통했는지 몇 분의 샘과 깊은 경주의 가을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엄혹한 시기에 정을 나누며 산다는 것은 또다른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 꼭 연락하기로 하고, 명함을 챙겨 두었다.
3. 셋째날(10/27)
드디어 울릉도에 입도하는 날. 경주에서 포항까지는 가까운 거리였다. 썬플라워 호는 우람했다. 3시간 만에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했다. 생각보다 날씨가 좋았고, 거의 미동을 하지 않은 쾌항이었다. 5년 전에 울릉도 여행은 참 고역이었다. 날씨도 좋지 않았고, 바람이 세서 심한 배멀미를 하기도 했었다. 결국 주의보로 이틀이나 울릉도에서 허송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울릉도를 방문하고 있었다. 도동항은 모습은 5년 전과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예전에 묵었던 그 모텔도 그대로였다. 속절없는 마음은 도동항에 말리고 오징어에 가 머문다. 어느 어부가 오징어를 연식 뒤집고 있었다. 평생을 그 작업을 해왔을 것이다. 그 바람과 정성이 울릉도 오징어의 맛을 만들어 냈으리라.
울릉도 육로 관광. 미니 버스 2대에 분승해서 울릉도 일주를 나섰다. 울릉도는 650여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어 자연박물관이라고 한단다. 울릉도에만 자란다는 식생들의 설명을 들으면, 약재가 아닌 것이 없었다. 안내하는 기사 아저씨는 울릉도의 예찬론을 편다. 거의 개그맨 수준이다. 하기사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을 안내하면서 그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터득했을까. 관광객들을 유쾌하게 하는 비법은 우리 교사들도 간직해야 할 터, 아무리 좋은 내용도 재미없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여튼, 울릉도는 올해 불어 닥친 ‘나비’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골짜기에서 떠밀려 내려온 각종 돌멩이와 나무뿌리가 그 태풍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쪽빛 동해바다는 아름다웠다. 기암괴석과 갖가지 식물로 치장한 울릉도는 한폭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울릉도민의 마음은 ‘촌’ 스러운 순박함이었다. 갖가지 형상을 갖은 바위마다 여러 이름이 명명되어 있었다. 코끼리 바위, 사자 방위, 거북이 바위, 또는 처녀 바위 등등. 중간에 조그만 해양 박물관도 견학하고, 울릉도에서 난다는 부지깽이 나물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울릉도에 유일하게 위치한 나리분지에서의 독특한 형태의 토막집, 그리고 막걸리는 독특한 맛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셔도 절대 머리가 아프지 않는다는 안내자의 말을 듣고, 기꺼이 막걸리 한잔 하고, 감자전을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마침 가을이어서 나리 분지를 둘러싼 산에는 형형색색 치장을 하며, 육지에서 들어온 우리를 이쁘게 안아주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도로사정이 좋아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모든 것을 직접 걷거나 지게를 이용했다고 한다. 문명의 이기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꾸 조급하게 우리를 밀어가는 그 상실감 또한 적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비단 울릉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최근에 조성했다는 대아호텔은 리조트 형식으로 전경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겨울밤 동해바다는 엄숙함이 느껴진다. 망망대해에서 오징어를 잡는 배들의 불빛만이 하늘의 별처럼 떠 있다. 그 안의 어부들의 고통이야 오죽하련만, 속절없는 육지인은 그저 아름다운 그림으로만 생각한다. 최근 오징어 어획량이 많이 줄어들어 힘들다는 소식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게 세상인심인지도 모른다. 동해의 밤바다는 그렇게 겉과 안의 모든 것을 포용하듯 조용하기만 하다.
룸메이트와 호텔 라운지에서 맥주 한잔 하는 여유도 참 좋았다. 일상에서 벗어나 그것도 사람 인적이 별로 없는 외딴섬 울릉도에서 그런 여유는 행복했다. 전북 고창에서 오신 유승상 샘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유샘은 3차원 동영상(PVR)을 제작하여 누리집에 탑재하는 대단한 능력과 지리 분야에 내공을 쌓은 분이었다. 어쩌면 오랜 고집과 정열로 그런 기술을 익혔으리라. 사회 분야에서 공간을 설명할 때는 가장 확실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다양한 ICT의 방법론과 매체 이용에 관한 강조를 하는데, 이미 유샘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있었다. 누리집을 방문하니 무려 349개의 PVR이 올라와 있다. 앞으로 적극 활용을 해야겠다.
4. 넷째날(10/28)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독도 방문이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도동항에 도착한다. 그런데 어제부터 ‘주의보’가 온다는 예상이 있어 독도의 입도가 가능할 것인지에 걱정이 있었다. 일행들에게 열심히 자기가 믿는 신에게 기도를 하라고 했다. 어느 샘은 일행 중에 가장 정갈한 여자샘은 용왕님에게 제물로 보내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독도를 무사히 입도하는 것이냐에 달려있다. 예정된 시간에 배는 출항했다. 2시간 10분정도 소요되는 독도. 처음에는 그런대로 물결이 좋아 보였다. 잠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잠을 자고 있는데, 드디어 독도가 보인다.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더니,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는 홀로아리랑이 생각난다. 늘 그 노래를 부르면 독도가 애잔하게 가슴으로 다가오곤 했다. 이미 다양한 사진과 그림을 통해 독도를 보긴 했지만, 직접 독도를 지근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흥분이 되었다.
그런데 선장의 벼락같은 멘트. 파도가 거칠어 접안을 하지 못한단다. 불과 2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우리는 안타까운 탄성을 내고 말았다. 독도는 우리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가다가 못가면 쉬었다 가더라도, 홀로아리랑’을 불러야 했다. 대신에 독도 주변을 천천히 아주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구성되어 있고, 면적은 5만 4천평 정도 되는 섬이다. 독도수비대가 지키고 있으며, 지하에는 천연지하자원을 포함해서 어족자원까지 갖춘 귀중한 영토임에 틀림없다. 최근 일본에서 그 자원을 탐내서 미리 좋은 조건을 선점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도에는 한반도 모형의 모습이 선명하고 그려지고 있었다. 여튼 멀리 태극기가 힘차게 날리고 있었으며, 분명 우리 영토임을 확인할 수 없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라는 학생들의 패거리들이 있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함성을 지르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적어도 그들 마음속에도 독도는 우리의 영토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길은 거친 파도로 조금 힘들었다. 아쉬움은 남지만, 독도는 각자의 가슴 속에 새기었을 것이다. 주의보로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포항을 향해 바쁜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그래도 오징어는 울릉도산이 가장 맛있다는 의견에 오징어 몇 죽을 선물로 챙긴다. 그리고 짧지 않은 독도 견학과 해양관련 시설 관련의 일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포항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일행과 헤어졌다. 늘 여행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과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더구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이번 여행도 분명 그런 것이었다.
6. 에필로그
3박 4일의 여행. 전국에서 오신 40여분의 샘과의 좋은 인연, 그리고 만남. 독도 견학은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특히 처음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해양수산부와 그 관계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특히 신영락 과장과 임종우 과장은 말없이 뒷바라지를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일행들이 맘 편하게, 그리고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 다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전국에 오신 샘들, 특히 사회과 지리전공 샘들이 많았는데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좋은 만남이었고, 배움이었다. 더구나 각자가 현장에서 있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은 교사로서의 모범이었다.
국회도서관에서 오신 분들도 좋은 인연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배치하고, 또 자료관리를 가장 잘하는 곳이 국회도서관이다. 개인적으로 몇 번 방문도 하고, 또 자료이용을 했는데, 요즘에는 시골이다 보니 힘들다. 이후 자료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면 잘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했다. 기꺼이 도와주신다고 하니, 든든했다.
최근 역사왜곡과 관련해서 대책을 종합적으로 담당하기 위해 청와대 직속으로 ‘바른역사기획단’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 관계자들의 만남도 소중했다. 개인적으로 이미 안면이 있는 분이 계셔서 더 편한 만남일 수 있었다. 앞으로 동북아재단으로 발전할 수 계획이라고 하니, 이제 우리도 역사문제를 비롯하여 동북아 시대를 대비해서 각종 연구와 실천이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싶다.
* 늘 여행은 사람들은 즐겁게 만든다. 더구나 낯선 곳에 대한 자극, 새로움에 대한 확인, 좋은 사람들과 인연, 그리고 재미는 쏠쏠하다. 이번 여행 또한 그랬다. 다만, 좀 더 많은 분들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답사를 다녀오거나 여행을 하면 꼭 후기를 적는다. 이번에도 그런 작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소 장황하게 정리했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소회이다. 조금 주의 깊게 메모를 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머릿속으로만 기억해두었다가 정리하려고 하니, 다소 불분명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그래도 어쩌랴!
마지막으로 좋은 인연, 좋은 만남을 오랫동안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