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으로 비행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CRT를 끝내고 2001년 7월 1일부텁니다. 원래 F-16은 F-5나 F-4를 타던 조종사들이 기종전환을 했었는데, 저희 기수부터 처음으로 비행훈련을 마치고 직접 F-16 대대로 배속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비행단에 중위 조종사가 있을 수 없었죠. 그래서 처음 왔을 때 정문으로 들어오는데 헌병에게 새로 전입한 조종사라고 하니까 "중위 조종사는 없습니다."라면서 신분을 속인다고 못 들어가게 하더라구요.(웃음) 그 때부터 지금까지 비행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몸을 다쳐서 잠시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과 비행관련 교육을 위해 3-4개월 정도 파견 나갔던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F-16을 탔습니다. 2001년부터니까 8년 정도 되었네요.
비행과 관련된 거의 모든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관자격을 가지고 있구요, 전투 조종사들에게 전술을 가르치는 29전술개발전대에서 고전훈련과정, 그리고 전술무기교관과정(FWIC)까지 모두 수료했습니다. 그리고 HARM(AGM-88), TGP, NVG, 새매, 단기기동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비행단에서 맡고 있는 일은? 저는 표평실의 표준화 평가담당 장교입니다. 주된 업무는 조종사들의 작전수행능력에 대한 평가입니다. 모든 조종사들이 1년에 한 번씩은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악기상하에서 계기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를 담당하며, 또한, 조종사들의 자격 승급 및 재자격 등 비행과 관련된 각 종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또 새로운 전술을 적용하고 교범을 수정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단기기동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 비행단에 외부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시범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1년 동안 몇 차례나 시범을 보이나요?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요, 기본적으로 자격 유지를 위해 최소 45일에 한 번씩 기량유지 비행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손님들, 예를 들어 외국 무관이 부대를 방문하는 경우, 그리고 스페이스 챌린지처럼 부대 개방행사에서 F-16이 이런 항공기구나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단기기동을 선보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1년에 20여 차례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단기기동 시범을 보이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나요? 사람들 앞에서 부대를 소개하는 브리퍼가 항공기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해 주는 것보다 직접 활주로에 데리고 나가서 보이는 시야 내의 작은 공간에서 F-16이 기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기기동 시범을 본 사람들로 하여금 "아~ F-16 항공기가 이렇게 훌륭한 항공기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요. 단기기동은 말 그대로 공대공 항공기 특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연료나 임무 때문에 항공기에 많은 외장을 장착합니다. 연료탱크나 미사일, 또는 전자전 장비들을 달면 항공기 성능이 약간 제한됩니다. 그런데 단기기동은 항공기 외장을 다 떼고 내부 연료만 넣고 기동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순수 기동 성능을 다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공중에서 1 turn을 하려면 F-5나 F-4 같은 경우에는 선회반경이 1 mile, 지름을 따지면 2에서 3km가 되는데, F-16은 1km 내외에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기성 조종사들이 봐도 "와~ 저렇게도 돌아가는 구나"라고 감탄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멋있는 기동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기동도 개발해가고 있는데 앞으로 저나 제 후임이 더 노력해야할 문제입니다.
선보이는 기동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겠네요. 예, 처음은 1000ft 이내의 짧은 거리에서 이륙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항공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타 항공기 이륙거리의 1/3 정도 됩니다. 그렇게 짧은 거리에서 이륙한 다음에 바로 빠른 증속, 그리고 그 속도를 바탕으로 급상승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매우 안정적인 항공기의 롤 특성을 기반으로 한 시범을 보입니다. 7~8G 선회, 루프, Cuban -8 같은 기본 기동을 보이다가 130kts 정도의 저속 기동을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8~9G 수직상승! 그 모든 것들이 단기기동 시범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공기의 공대공 기동성능만 가지고는 따라올 항공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흠. 현대 공중전은 탑재장비와 무장의 뛰어난 성능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하게 항공기의 공중기동능력만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F-15의 경우에도 JHMCS(통합헬멧장착조준시스템, Joint Helmet Mounted Cueing System)와 AIM-9X(수퍼 사이드 와인더로 불리며, JHMCS와 운용시 기축선 바깥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를 활용한 교전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비교하기가 어려운데, 만일 무장을 모두 떼어낸 상태를 가정한다면 F-16은 근거리 교전에서 당분간은 어떤 항공기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물론 어떤 조종사가 타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겠죠.(웃음) 사실 제가 전투기 중에서는 F-16만 타왔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다른 항공기들과 직접 비교해서 이 정도 수준이다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복합적인 임무를 조종사 한 명이 수행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 있고, 잘생긴 비행기이기도 하구요. 제가 타는 항공기라서 그런가 제일 멋있어 보입니다. 조명에 비춰진 모습을 보면 잘생긴 한 마리의 독수리 같이 생겼거든요. (웃음)
전에 F-15 조종사들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F-15는 항공기의 성능이 좋아서 만일 특정한 공중 상황에서 내가 현재 에너지를 가지고 저기 다른 위치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기동하면 그대로 움직여 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F-16은 만일 항공기 외장 등의 이유로 제한사항이 생기면 아무리 조종간을 당겨도 항공기가 스스로 제어가 되는 차이점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것을 장점으로 꼽는 조종사, 반대로 단점으로 꼽는 조종사, 이렇게 두 부류로 딱 갈리던데요. 전 그걸 장점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보통 플릭스(FLCS), Flight Control System이라고 하는데 다른 항공기들은 조종사들이 기동을 하면서 기체의 Limitation, 즉 제한치를 넘지 않기 위해서 항상 모니터하며 비행을 해야 하는데, F-16은 현재의 외장에 따라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속 등 비정상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자동적으로 제어가 됩니다. 그래서 조종사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근접전투 상황일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하면서 가할 수 있는 부하를 자동으로 통제해 주는 거죠. 만일 내가 한 방향으로 일정한 선속으로 움직이고 싶은데 만일 원하는 만큼 선속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여기서 더 움직이면 항공기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제어합니다. 아마 어떤 조종사는 내가 실속에 들어가더라도 원하는 급기동을 해야한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시스템을 단점으로 보겠죠. 제가 F-15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질문하신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드리기는 어렵겠네요.
어떻게 보면 우리 전체 공군이 가지고 있는 전체 전력을 보면 여전히 F-16이 우리의 주력임에 분명한데 그런 항공기를 오래 조종한 조종사로서 다른 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이런 점 때문에 자신이 있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예를 들면 누구랑 붙어도 자신있다 라던가. F-16은 이전 세대의 항공기와는 전혀 다른 항공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후배 조종사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전 세대 항공기들은 그 기종에서 비행시간이 많은 조종사들이 항공기 특성을 더 잘 파악해서 비정상 상황으로 들어가지 않는 영역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나 비행시간이 항공기의 기동 성능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많이 탄 시간도 고려가 되겠지만 좋은 항공기로 갈수록 비행경험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 따라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더 많이 좌우합니다. 항공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선속을 얼마나 적절하게 주느냐 보다는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많이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어느 누구와 붙어도 자신이 있다 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베테랑이라고 불러 주시니까 조금 낯이 뜨거운데, 제 생각에는 지금도 계속 비행을 하면서 공부를 쉬지 않고 하고 있지만 저도 이 항공기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많이 사용해야 70% 정도만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빡빡하게 평가하자면 60%? 알고는 있지만 조종을 하면서 그걸 다 활용하지 못하거든요. 내려와서 "아! 그 상황에서 이걸 썼어여 하는데"하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전술이 나오면 항공기의 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제 비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조종사가 새로운 기동을 하면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나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자신의 항공기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이 항공기는 겸손하게 자기가 계속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야 하는 항공기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도 후배들하고 자주 비행을 하는데, 항공기가 정말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른 구세대 항공기들은 자신이 기동하고 싶은대로 항공기가 따라와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항공기는 생각하는 대로 기동을 해 줍니다. 전형적인 기동이 아니라 엉뚱한 다른 형태로 기동할 수도 있거든요. 보통은 일반적으로 최적화된 기동을 하는데, F-16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동 패턴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매번 비행할 때마다 환경이 다르고, 저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황판단이 되지 않는 때는 고전하고 내려오기도 합니다. 그럼 내려와서 혼자 분석하고 고민합니다. 후배들에게 혼나는 경우가 적기는 하죠, 그런데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힘들게 방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선은 다하겠지만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이제 막 F-16 비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비행대대에 온 까마득한 후배 조종사들에게 "F-16은 이런 항공기야"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아....... 미리 보내주셨던 질문지에도 그런 질문있어서 고민을 해봤는데요, 그래서 준비했던 것은 "만능 엔터테이너"다였습니다. 하지만 그냥 편하게 후배 조종사들에게 이야기한다고 가정한다면 약간 우스갯소리로 요즘 모 CF에도 많이 나오던데 "생각하면 하는대로~~♬"(CF 버전으로) 라고 말합니다. 네가 공부한 만큼, 연구한 만큼 받쳐주는 항공기다. 어떤 기동이던지 가능하지만 연구가 해야한다 라고요. 클린한 외장으로 비행을 자주 하는 조종사의 경험으로 보면 이 항공기는 기동 성능만으로는 정말 엄청납니다. 물론 요즘은 근접전투로만 싸우는 시대가 아니고 원거리에서 끝나는 시대라서 딱 잘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격무장이 발달하면 할수록 방어기술도 발전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근거리에서 만납니다. 그런 상황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원거리 전술이 물론 더 중요합니다. 레이더를 보고 상황을 분석하고 전술을 적용하는 것은 정말 경험이 아니라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 훨씬 유리합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운전하는 차는 뭐죠? 스포티지입니다.
그럼 F-16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어떤 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웃음) 요즘 나오는 제네시스 쿠페? 제일 잘달리는 스포츠카. 크지 않고, 중우한 맛은 떨어지지만 제동력이 좋고, 외관상으로 멋있거든요. F-16이 약간 작고 경량화하면서 전투기동에 적합하게 나온 단좌개념의 항공기니까 스포츠카 계열의 자동차에 비유하는 것이 적당하겠네요.
비행 중에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기억에 남는 훈련이라던가......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고, 29전대에서 받았던 고전고급과정과 FWIC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제 비행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던 계기였거든요. 그 교육을 마치고 나니까 정말 "아~ 이렇게 비행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게 이런 기동이구나" 하는 것을 배운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저에게 있어서 가장 큰 동기가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연구를 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그 이후로 공부하는 방법도 바뀌었구요. 그 교육으로 인해 오늘날의 제가 있다고 저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9전대가 더 활성화되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앞으로 조종사로서, 아니면 인생의 꿈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항공기에 일체감을 느끼는 단계까지 가고 싶습니다. 이 비행기와 함께 올라갔을 때 하늘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것으로는 훌륭한 가정을 꾸리는 것입니다.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는 것이 제 소박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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