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다환경에서 내륙환경으로의 급속한 식생천이
고천암간척지는 원래 바다였던 환경이 간척사업으로 인해 내륙환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민물로 바뀜에 따라 바다생물들이 죽거나 크게 줄어들는 한편 붕어, 잉어, 가물치, 민물새우 등 민물생물들로 변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경우 염분이 많은 지역은 갈대, 퉁퉁마디, 갯질경이, 나문재, 칠면초, 갯개미취, 매자기, 갯잔디, 등 명아주과의 염생식물이, 탈염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는 갯쑥, 달맞이꽃, 좀보리사초, 갯골풀, 마디풀 등 염생식물과 중성식물이 함께 서식하는 등 식생천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고천암간척지는 식생천이와 함께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가창오리, 기러기, 쇠오리, 고방오리 등 20여종의 오리과 새와 함께 먹황새, 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50여종의 겨울철새들이 서식하는 국내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변모했습니다. 해마다 15% 이상 늘고 있는 가창오리는 최근에는 25만마리까지 서식하여 동아시아 최고의 철새밀집지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고천암호의 저습지에 서식하는 갈대는 55만평에 군락을 이룬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이 갈대밭에서는 다양한 물고기와 습지식물들과 고라니, 너구리, 수달 등 다양한 척추동물들의 서식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3) 호수환경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광활한 저습지
고천암호는 여느 간척호수와 달리 저습지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195만평의 호수 중 60여만평이 수심 1m 미만의 저습지로서 이 중 55만평에 광활한 갈대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갈대밭은 다양한 수서생물들의 서식처가 되기도 하면서 호수의 자정기능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부레옥잠, 미나리, 창포 등과 함께 대표적으로 수질정화 능력을 갖고 있는 갈대가 이렇게 드넓게 서식하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최근 시화호 유입지에서 시험한 바에 따르면 갈대밭을 통해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69%, 질소 52%, 인 63%의 감소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인문사회적환경의 특징
1) 국가가 농지확보차원에서 개발된 간척지
고천암간척사업은 1950년대부터 지역 숙원사업으로 회자되다가 1958년부터는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간척사업이 몇 차례의 형식적인 추진에 그치다가 1970년대 말부터 사업이 본격화되어 1983년에 물막이 공사가 끝났습니다. 1985년부터 간척지 안쪽 공사가 시작되어 지금은 97%의 공사 진척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간척지 갯벌의 어업보상 외에도 간척공사 진행과정에서 고천암호 방류로 인한 간척지 밖 어업피해로 인한 보상문제가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고천암간척사업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가운데 지난 90년대 말 시화호사건이 터지면서 간척사업에 대한 환경문제가 제기되었지만 고천암지구는 환경과 유리된 개발방식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일반 육답보다 4배 가량 물을 많이 쓰면서 화학비료, 농약의 사용량이 많은 간척지 농사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용수와 폐수 개념이 없이 설계되어 호수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고천암간척지가 내년 4월까지 농민들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합니다만 환경농업과 거리가 먼 공개입찰에 의한 매각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문제거리입니다.
한편 벼논으로 사용하려는 인근 농민들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99년 농업기반공사가 고천암 갈대밭을 보전키로 한 점은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해남군내 최초의 광작형 쌀 재배단지
고천암간척지는 10여년간의 가경작에 이어 7여년간 인근농민들에 의해 일시경작지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천암간척지는 해남군내 최초의 광작형 쌀 재배단지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6천평 정도만 경작해도 대농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고천암간척지 농사가 시작되면서는 한사람이 10여만평 이상 경작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자연히 농민들은 보다 더 넓은 땅을 확보하려 들었고, 증산위주의 농사에만 치중하게 되어 환경과 유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염해를 당하지 않으려 물 걸러 대기를 자주 할 수밖에 없어 과다한 화학비료를 살포하게 되고, 실지렁이를 방제하기 위해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쌀의 수입개방이 다가오면서 환경불친환적인 광작농업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남에 따라 보다 경쟁력 있는 환경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 되고 있습니다.
3) 해남읍민의 하수가 모이는 곳
고천암호를 둘러싼 유역은 해남읍을 비롯 삼산, 화산, 마산, 황산면이고, 이곳에서는 대략 4만5천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중 3만5천여명이 살고 있는 해남읍민의 하수가 고천암호로 모여들게 되어 있습니다. 금강곡저수지로 인해 건천이 되어 사실상 해남읍의 하수천이 된 해남천이 고천암호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1일 평균 1만여톤에 달하는 하수가 별로 정화되지 않은 체 해남천을 따라 고천암호로 흘러들어 수질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해남군에서는 2백20억원을 들여 하수종말처리장을 짓고 있는데 2003년 6월부터 가동되면 5급수 정도인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10이하로 떨어뜨려 배출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농업기반공사에서는 해남읍하수종말처리장의 배출수를 갈대밭을 통해 다시 정화시켜 고천안호로 방류시킨다고 합니다.
Ⅱ 고천암호 수질 개선을 위한 제언
1. 오염요소를 줄이는 길
1) 해남읍하수를 깨끗하게 걸러야 합니다
고천암호로 흘러드는 해남읍민의 하수를 잘 걸러 내는 것은 고천암호 수질개선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금 해남군이 짓고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이 가동된다 해도 4급수인 현재의 고천암호의 수질보다 나쁜 5급수의 물을 배출할 것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호수 부영양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인을 제거하는데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고천암호 수질개선의 기대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농업기반공사는 하수종말처리장의 하루 6천톤의 배출수를 8km의 관로를 통해 고천암갈대밭까지 이동시킨 후 3만평의 갈대밭을 통해 정화시켜 고천암호에 방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30억원을 들이는 이 시공방법 역시 효용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왜냐하면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고천암까지 수질의 변화가 없는 상태로 이동시켜 갈대밭을 통해 정화시킬 경우 저감 효과가 떨어져 비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인의 저감률도 크지 않아 호수 수질개선에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군이 환경부의 배출기준에만 맞추려 하기보다는 인을 보다 더 걸러 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일테면 농업기반공사가 하수종말처리장 배출수의 정화시설을 하수종말처리장 근처로 옮기고, 해남천을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한 후 최종 배출수를 해남천에 방류시키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용성이 뛰어날 것입니다.
2) 화학비료, 농약의 사용을 자제토록 해야 합니다
간척지벼농사에 있어서 염해피해가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때문에 농민들이 물 걸러 대기를 자주 해야 함으로 다른 육답보다 4배 가량의 물을 쓴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물 걸러 대기가 잦기 때문에 비료의 유실량이 늘어 그만큼 화학비료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직파재배가 일반화되면서 비료사용량이 늘고, 실지렁이 방제를 위해 많은 양의 고독성농약을 치고 있습니다. 결국 고천암간척지 벼논에 사용되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고천암호 수질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환경농업이 정착되어야 하지만 우선 모든 벼논이 직파재배에서 기계이양법으로 바뀌는 것이 시급합니다. 왜냐하면 어린모를 못자리에서 키워 이양할 경우 비료유실도 줄어들뿐더러 농약살포를 2회 정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철새들의 대체쉼터를 마련해야 합니다
고천암간척지에 날아드는 철새는 이 지역의 중요한 이미지 자원이자 생물종 다양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마땅히 보전되어야합니다.
하지만 철새로 인한 수질오염의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 고천암호에는 25만마리의 가창오리를 비롯하여 30여만마리의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중 잠수성오리를 제외한 대부분은 호수를 쉼터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30만마리의 오리가 낮 동안 50g씩 배설한다 봤을 때 하루 15톤을 호수에다 배설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또 이 오리들이 고천암호를 50일간 쉼터로 이용한다면 7백50톤을 호수에다 배설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이 오리들을 고천암호에서 억지로 몰아 내서는 안되기 때문에 대체쉼터를 개발하여 분산시키는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간척지의 무논에 물대기를 들 수 있겠습니다. 무논 물대기 사업을 대폭 확장하여 오리들을 논으로 유인한다면 논에다 배설을 하게되어 호수의 수질개선 효과와 함께 그 배설물로 거름을 얻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4) 금호호-고천암호 연결수로 공사는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농업기반공사는 고천암호의 충분한 농업용수 확보와 고천암호의 수질개선을 이유로 들어 금호호에서 고천암호까지의 도수로를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고천암호가 1천9백20만톤의 담수능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 가능량은 1천1백만톤 정도이기 때문에 가뭄 때면 물이 부족하여 벼논들이 염해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질만 갖고 따질게 아니라 수량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천암호의 수질이 심각한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는 현실 조건을 감안해 볼 때 자칫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일 우려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질환경을 본다면 물의 체류일수가 80일 정도 되는 고천암호에 비해 체류일수가 126일인 금호호가 훨씬 불리한 조건이고, 영암호 보다 수질환경이 좋지 않다고 봅니다. 담수한지 20년이 된 고천암호와 담수한지 8년이 된 금호호의 수질을 막 비교해도 판단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고천암호보다 훨씬 수질환경이 좋지 않은 금호호 물을 유입시킨다는 것은 고천암호의 수질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따라서 이 도수로 계획은 수량의 문제와 수질의 문제를 고려하여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호수의 자정기능을 높이는 길
1) 갈대밭 등 저습지의 활용도를 높여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천암호는 25% 이상이 갈대밭으로 형성되어 있어 호수의 수질정화에 큰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왕 조성된 갈대밭의 효용성을 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호수변의 갈대밭이 물에 더 잠기도록 수면을 약간 더 높이는 방향에서 관리하는 것을 검토하길 바랍니다. 아울러 갈대군락지에 생태샛강과 생태연못을 별도로 조성하여 수질정화능력을 극대화시키면서 생태관광과 생태학습 기능을 살리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의 배수로에는 키가 낮은 수생식물을 심어 우기 때 배수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수질의 정화능력을 높이도록 하고, 배수로와 논 사이에 웅덩이 같은 침전지를 조성했으면 합니다.
2) 환경농업을 육성시켜야 합니다
고천암호 수질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환경농업 육성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천암간척지에 환경농업을 하면 고천암호가 논으로부터 흘러드는 화학비료나 농약 등 오염요소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환경농업의 벼논들이 고천암호의 물을 크게 정화시키는 몫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호수의 물을 환경농업을 하는 벼논에 가두었다가 방류하게 되면 벼가 물 속의 유기물을 흡수하게 되고, 또한 유기물질을 논에 침전시키는 기능을 하게될 것입니다.
고천암간척지에 환경농업을 뿌리내리게 하려면 농민들로 하여금 친환경농업의 영농의욕을 높이도록 이 쌀의 판로 개척이 관건입니다. 시장에서 비싼값에 팔려나가도록 색다른 마케팅 전략이 요구됩니다. 아울러 무논 물대기를 중심으로 하는 생물종다양성관리계약을 확대하면서 기계이양법이 자리잡도록 하는 등 행정적인 지원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또한 간척지를 분양하면서 환경농업시범단지를 별도로 할애하여 선도농가를 육성시켜야 할 것입니다.
3) 물고기 등의 남획을 막고, 호수 바닥의 슬러지를 제거해야 합니다
아무리 깨끗한 물일지라도 수조에 가두어 놓으면 썩기 마련입니다. 물에 서식하는 식물 못지 않게 물고기도 중요한 자정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고천암호에는 불법어로행위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과다한 어로행위가 자칫 고천암호의 생태균형을 깨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계도가 필요합니다.
호수하류의 바닥에는 슬러지가 많이 쌓여 있는데 저희가 채집해 본 결과 심하게 썩어 있었습니다. 이 슬러지는 호수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므로 제거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슬러지 준설시 인 등을 활성화시켜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공법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Ⅲ 지역사회 중심형 고천암생태공원 조성 전략
1. 원론적인 의미의 생태공원(Ecological Park)
1) 생태적 요소를 주제로 한 관찰, 학습 공원
자연관찰 및 학습을 위하여 일정한 지역을 생태적으로 복원, 보전하여 이용자들에게 동물, 식물, 곤충들이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는 모습들을 관찰하거나 학습할 수 있도록 제공된 공원을 말합니다.
2) 환경생태적 원리에 입각하여 조성된 공원
생태계의 질서인 종다양성, 생태적 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에 의해 스스로 유지되도록 조성되는 공원으로서 야생생물의 서식처를 도입한 공원입니다. 최소에너지를 투입하여 유지관리가 가능하며 건강한 야생을 도입한 공원으로서 환경생태적으로 비교우위성에 관하여 존재가치가 있도록 합니다.
2. 고천암생태공원의 개념
1) 희망을 담보로 고천암환경을 보전하려는 수단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고천암은 자연환경이나 인문사회적환경이 매우 복잡하게 얽힌 곳으로서 우리가 방관하면 환경재앙을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
고천암간척지는 생긴 원인과 과정이 어찌 됐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이용할 터전으로서 이 곳 환경의 결과도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고스란히 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환경과 인문사회적환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 갈까가 관건이 됩니다. 이에 대해선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인문사회적환경부터 풀어 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천암간척지를 관리하고 이용하는 사람의 문제를 제쳐두고 환경을 살리겠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사람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선 고천암간척지 환경이 주민들에게 필요의식으로 자리잡아야 하고, '희망'이라는 가닥을 잡아가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2) 주민과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신개념의 생태운동입니다
저희는 3년전 환경부가 고천암호를 습지보전지구로 지정하여 생태공원으로 개발하려는 것을 반대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생태공원으로 개발한다는 것을 환경단체가 왜 반대했을까요? 주민을 배제시키면서 강제화 시킨 가운데 철새를 보전한다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일렴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각 지역들이 생태환경을 대표 이미지로 삼으려 발버둥치면서 생태공원 조성에 앞다투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들의 생태공원 성격은 대부분 환경중심이거나 인간중심이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저희들은 주민과 환경이 공존하는 생태공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고천암호를 중심으로 하는 습지생태자원과 고천암호와 생태고리가 형성되어 있는 간척지 벼논을 함께 아우르면서 환경도 살고 농민도 사는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생태관광사업과 더불어 환경공생형쌀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이 쌀을 새로운 차원의 브랜드로 옷 입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추진하면 생태관광의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곧 21세기 세계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국제적인 모델이 되어 생태환경의 명소로 각광받게 되리라 믿습니다.
3) 국제적인 생태관광지로 변모시킵니다
고천암호는 겨울철새들의 낙원이 되어 국내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 이상인 25만 마리 가량이 서식하면서 창공에서 군무를 펼치곤 합니다. 25만마리의 새들이 3차원의 그래픽을 연출하듯 군무를 펼치는 모습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도 드물 만큼 드넓은 갈대밭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천암갈대밭에서만 '서편제' 등 5편의 영화가 촬영되었고, 올해만도 '청풍명월' 등 3편의 영화와 1편의 TV드라마, 1편의 CF가 촬영되기도 했습니다. 작년부터는 전국의 여행사들의 남도여행 상품에 고천암이 단골로 자리잡았고, 대표적인 겨울여행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더욱이 고천암간척지를 국제적인 자연사학습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우항리공룡화석지와 연계시키면 국제적인 생태관광지로 부상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곳은 최소한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5개월간 요긴한 관광자원이 되면서 관광사업의 비수요기인 겨울철 관광 수요를 유발시켜 이 지역 관광사업의 효자노릇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갈대밭 등을 활용하여 습지생태 학습장을 조성하면 연중 환경학습을 위한 청소년과 관광객을 유치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4) 주민과 행정이 창조적으로 결합하여 지역사회중심형 환경모델을 창출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들이 생태공원을 관 주도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가운데 주민들은 관의 통제 대상이자 시설 이용자에 불과합니다. 물론 행정이 주도하면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천암간척지는 자연과 사람의 환경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기 때문에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이는 온전한 생태공원을 이루기가 불가능합니다.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일과 농업의 희망을 함께 일궈가려는 농민들과 지역사회 이미지 제고를 통해 지역활성화를 꾀하려는 주민들, 올곧은 환경보전을 위해 힘쓰는 환경단체들은 매우 유익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창조적인 참여의식과 미래지향적인 행정의 개발정책이 결합하여 고천암생태공원을 꾸린다면 국내 대표적인 지역사회중심형 환경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곧 고천암간척지가 신개념의 '환경 메카'로 재창조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3. 고천암생태공원추진본부의 성격
1) 농민, 지역 사회단체,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범군민운동체입니다
고천암생태공원화 사업이 이 지역의 새로운 희망을 여는 터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결집된 참여가 요구됩니다. 고천암간척지를 경작하는 농민으로부터 각종 지역사회단체, 환경단체가 망라함으로서 주민환경자치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지속가능한 생태공원의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참여합니다
민화식군수님이 고천암자연생태공원을 3기 민선군정이 공약으로 삼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눈앞의 성과에만 치우쳐 고천암생태공원을 관 주도로 조성할 경우 시설 중심의 개발로 치우치게되어 결국 고천암환경의 균형을 깨트리게 될 우려가 높습니다. 따라서 고천암생태공원화 사업이 고천암간척지구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전제로 깔고 있는 만큼 민간기구가 생태공원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제시해 가야 할 것입니다.
3) 중앙정부, 자치단체, 농기공 등의 효율적인 역할을 도모합니다
고천암간척지구는 농림부, 환경부를 비롯 전남도, 해남군 등 행정쪽과 농업기반공사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관련기관들이 거시적인 목표와 방향, 그리고 당면과제조차 공유하지 않은 체 접근하고 있어 생태환경에 요긴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지역사회의 일관성 있는 주도하에 관련 기관들의 효율적으로 결합하도록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4) '고천암환경공생형쌀'의 경쟁력 제고에 앞장섭니다
10여년 전부터 고천암지구에서 오리농법 등 환경농업이 시도되다가 최근 들어 해남읍, 황산면 관내 농민들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이들 농민들이 참여하는 '고천암환경공생형쌀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서 생산되는 쌀을 토대로 '고천암환경공생형쌀'이라는 신개념의 브랜드를 개발하면 보다 경쟁력을 드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고천암환경공생형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벤트나 축제를 통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생태환경문제를 이슈로 내세우는 가운데 소비자와의 결연을 맺는 일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5) 국내외 친환경 선진 사례에 대하여 벤치마킹합니다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각 지역들도 친환경을 테마로 하는 개발사업에 앞다투고 있습니다. 이런즉 고천암생태공원은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타 지역에 차별화 하는 방향에서 기획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러기쌀' 브랜드화로 성공을 거둔 일본 미야기현 타지리초(宮城懸 田尻町)와 두루미를 테마로 삼는 큐슈의 이즈미(出水)등 선진외국의 사례를 분석하여 이 지역에 알맞게 재구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4. 고천암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향후 과제
1) '고천암환경공생형쌀' 시범단지 운영
○ 해남읍, 황산, 화산면 등 농민단체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고천암환경공생형쌀 생산자 모임' 결성 (2003년 1월 중)
○ 중앙정부로부터 임대 또는 매입 방식으로 고천암간척지에 시범단지 조성 (2003년 4월 내)
○ '환경공생형쌀'이라는 신개념의 브랜드 개발 (2003년 6월 내)
2) 외국 선진지 견학
○ 일본 카부쿠리누마 습지지역, 이즈미 지역을 견학 (2003년 2월 중)
○ 농민, 환경단체, 행정공무원 등이 참여
3) 고천암생태공원기본계획 수립
○ 군에서 용역을 발주 (2003년 중)
○ 환경조경, 조류, 수질 전문가와 환경단체인, 친환경농업인, 문화단체인 등이 참여
○ 공청회 등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계획 수립
4) 축제 등을 통한 이미지 마케팅
○ 고천암생태환경과 고천암쌀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 매년 고천암갈대축제를 개최
○ 철새 탐조, 환경농업 체험, 습지생태 탐사 등 관광,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 고천암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 CF촬영을 유치
○ 고천암생태환경을 테마로 하는 다큐멘타리 CD를 제작하여 관광기념품으로 판매
○ 전국 여행사들의 여행상품에 고천암지구가 포함되도록 하고, 프로그램을 도움
5) 대기업 등을 대상 '고천암생태공원 공식후원사' 컨텍
○ 기업주들을 대상으로 공식후원사 모집을 위한 홍보활동
○ 고천암환경을 배경으로 CF를 촬영토록 편의를 제공
○ CF에 '고천암생태공원 공식후원사'를 표기하도록 함
○ 갈대축제, 환경공생형쌀 마케팅 등에 후원하도록 함
Ⅳ 접는 말씀
고천암간척지는 국가가 개발의 주체였지만 이용의 주체는 이 지역 주민입니다. 때문에 이곳 환경이 잘되든 잘못되든 그 결과 또한 이 지역사회가 더 크게 떠 안게 될 것입니다.
저는 시화호 지역에서 활동하는 어느 분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시화호의 오염이 위험수위에 달할 때 오염사실을 전국적인 이슈로 삼아 국가로 하여금 해결해주도록 요구했던 일이 한편으론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 일로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라는 딱지를 온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시화호의 수문을 연 후 생태환경이 살아나고 있지만 한번 각인된 '죽음의 호수'는 지워낼 길이 막막합니다. 국가가 잘못 저질러 놓은 개발의 결과를 지역사회가 보듬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역은 고천암호, 금호호, 영암호 등 거대 간척호수를 갖고 있습니다. 세 개의 호수 면적을 합하면 시화호의 1.5배나 된다고 합니다. 저는 핵발전소 저지운동을 끝내고는 곧바로 간척지 담수호 문제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칫하면 우리 해남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애달파하는 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불도저들의 삽날 앞에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시화호는 사용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바닷물을 끌어들이기라도 했는데 농업용수를 대체할 방법이 막막한 우리는 그리하지도 못한다는 게 아닙니까?
이제는 간척지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고, 나름대로 대안을 찾아보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정일의원님도 이 문제의 대안을 찾으려 영산강Ⅲ-Ⅱ지구(금호호, 영암호 지구)를 중심으로 환경농업특구화 하자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책을 만든다 해도 입법 취지가 농민과 주민들에게 온전하게 접목되지 않으면 빛 바래기 마련입니다. 또한 간척지환경의 유기성을 간과한 체 어느 한 부분에만 집착하다 보면 전체적인 환경의 균형을 깨트릴 우려도 큽니다.
때문에 농민과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따라서 고천암생태공원화 운동은 환경문제를 문제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향후 영산강Ⅲ-Ⅱ지구 간척지 환경문제를 풀어 가는데 준거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고천암간척지가 내년이면 우리 주민에게 돌려지게 됩니다. 이제 고천암환경의 영향이 개발을 저지른 국가보다는 이 터전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우리에게 더 크게 다가서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고천암생태공원화 운동은 철새, 갈대 등 생물종다양성을 확보하는 일, 생태관광자원화 하는 일, 고천암쌀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 고천암호 수질 보전 등 4마리 토끼를 쫓는 일을 중요 범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일이 고천암간척농지 분양의 시기 때문에 서두른 점도 있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다 보니 오해의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천암환경을 보전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숙제로 다가온 만큼 이 숙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갈 방법이 고천암생태공원화운동 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나선다면 고천암환경은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고천암생태공원운동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농민들과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주민들에게 다소나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