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은 부산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다. 부산을 대표하는 진한 맛으로 어떤 나눔을 이룰 수 있을까. 합천일류돼지국밥은 밥과 고기를 나누며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 뜨끈뜨끈한 돼지국밥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밥과 고기를 나누다
박지영(36·여) 합천일류돼지국밥 동래점 대표는 식당 문을 열자마자 돼지국밥을 선뜻 내놓았다.
지역아동센터·보육원…
결연·후원 닿지 않는 곳 없어
구청서 "무리하지 말라" 할 정도
"아이들 방긋 웃는 모습 흐뭇
보육원 만들어 보살피는 게 꿈
사회적기업도 만들고 싶어요"
사상점 어머니의 나눔 대물림
동래점 딸 이웃사랑 온기 확산
2012년 초여름 부산 동래구 사직3동 동래점을 새롭게 열어 그해 가을부터 이웃들에게 돼지국밥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무려 1천 인분의 돼지국밥을 매달 동래구청 푸드뱅크에 기부했다.
본점인 사상구 괘법동 사상점에 이어 개설한 동래점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먼저 '퍼 주기'부터 시작했다. 가게 수지가 맞는지 안 맞는지 따져보기도 전이다.
"동래점을 열면서 기념 화환 대신 쌀을 받아 기부했습니다. 동래구청에서 고맙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더 할 게 없나 생각하다 돼지국밥 1천 인분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드리기로 마음먹었지요. 사실 계산기도 안 두드려 보고 막무가내로 시작했어요."
1년 꼬박 돼지국밥 1천 인분을 나눴더니 가게가 휘청거렸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 까닭이다. 그래도 세상에 대고 약속한 게 있어 날짜를 어기지 않고 묵묵히 포장 팩에 국물과 고기를 담았다.
장사가 잘 되는 사상점에서 돼지 뼈와 고기를 가져와서 기부용 국밥을 만들기도 했다.
"1년이 지나자 구청에서 연락이 왔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양을 좀 줄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달 250인분을 나누기로 했어요. 급식 대상도 동래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로 한정했습니다. 어쩌면 영양이 부족할 수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매달 특식으로 돼지국밥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박 대표는 1천 인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돼지국밥 나누기를 이어오고 있다.
김장 1천 포기 사건도 있다. 2013년 겨울 배추 1천 포기를 김치로 담아 이웃에 나눠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다시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또 무리하지 마세요. 조금만 하세요. 국밥만 잘 나눠주셔도 돼요."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니 구청에서 기부받은 배추 300포기를 보내왔다. 거기에 100포기를 보태 식당 주차장에서 이틀에 걸쳐 땀을 훔치며 김장을 했다.
음식점 한다고 음식만 나누는 건 아니다. 오래전부터 월드비전, 유니세프, 세이브 더 칠드런, 대한적십자사 등의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결연후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다달이 후원금을 보내며 결연 아동 2명을 보살핀다.
어린이재단 후원은 동래점 가까이 있는 어린이재단 직원들이 돼지국밥을 먹으며 자기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에 끌려 결심했다.
"밥 먹으면서도 아이들을 걱정하는 어린이재단 직원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신뢰가 가요."
■아이들을 사랑하다
동래점을 열기 전 사상점에서 돼지국밥 나누기를 먼저 시작했다.
박 대표는 "2008년 처음 지역 보육원 아이들을 식당으로 불러 국밥을 먹이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네댓 살 아이들이 고기를 못 먹더라고요. 알고 보니 고기를 잘 안 먹어봐서 그렇다는 거예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 모습을 본 식당 종업원들이 '이거 앞으로도 계속하자'고 더 부추길 정도였어요."
박 대표는 자신의 작은 정성에 아이들이 방긋 웃어주는 모습에 중독돼 있다.
지난 설날에는 금정구 아동보육시설 성애원에 자신이 직접 만든 내복 30벌을 갖다 줬다. 사상구 에바다보육원에도 성금과 쌀을 보냈다.
그녀는 "보육원을 운영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여유를 더 갖춰서 50대가 되면 반드시 보육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소외된 어린이들이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보살피고 싶다는 게 그녀의 마음이다.
■나눔의 대물림
박 대표는 지난해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두 딸의 손을 잡고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로 달려갔다.
딸 나래(7), 그루(5)와 친구 4명을 함께 데려갔다. 아이들은 설날 어른들께 받은 세뱃돈을 고스란히 기부했다. 가정이 넉넉지 않은 언니, 오빠의 교복비에 보태달라는 부탁과 함께.
나래와 그루는 그날부터 각자 자신들의 이름으로 다달이 1만 원씩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
김혜영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나눔사업팀장은 "아이들이 가진 전부인 세뱃돈을 기부해 무척 감동적이었다"면서 "아이들이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두 딸의 마음은 사실 박 씨의 어머니 배동석(60) 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합천일류돼지국밥 대표인 배 씨는 어린 딸에게 "늘 보시하는 마음으로 살아라"고 가르쳤다. 자신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며 행동으로 딸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딸이 커서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실천하고 있다.
배 씨가 2003년 5월 부산서부터미널 맞은편에서 운영을 시작한 합천일류돼지국밥은 지금은 3개 점으로 덩치를 불렸다.
사상점은 배 씨가 직접 운영하고, 동래점은 큰딸이 책임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점은 아들이 맡고 있다.
합천일류돼지국밥 국물에는 된장이 살짝 풀려 있다. 깊고 진한 맛의 비결이다. 최고 품질의 돼지 뼈와 고기로 맛을 낸다. 사상점에서만 하루 220㎏의 뼈를 곤다.
박 대표는 "돼지고기를 공부하기 위해 몇 달을 도축장에서 살다시피 했다"면서 "지금도 어느 곳을 가더라도 국밥집에서만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요즘 그녀는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각오다. 마음도 꿈도 다부지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2부 '부산 맛 기업의 사회 환원'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합니다.
※ 나눔 참여 문의: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051-505-3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