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잠이 좀 없는 사람이지만, 도시에서 산 촌으로 잠시 내려온 이후 더 일찍 일어나는 것 같다. 동창이 밝으면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 오늘도 창이 밝아진다는 느낌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바로 뜰로 나왔다. 동녘을 보자 구름이 적당하게 섞인 여름 하늘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다. 사실은 어제 오후 푸른 하늘이 잠시 보였었다. 그러나 잠시 후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였는데, 오늘은 모처럼 아침부터 맑은 하늘을 보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조금 기다리면 아침노을이 동녘을 근사하게 수채화 물감으로 색칠할 것 같았다. 저 아래 호수 부근 마을 산등성이에 서 있는 붉은빛 고압선 전주가 운해의 영향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 보일 듯 말 듯 다시 보였다가 운해 속으로 숨어 버린다. 지금은 꼭 그 모습이 등대와 같다. 운해를 희롱하며 술래잡기를 하는 고압전주, 평소에는 그렇게 거슬리더니 오늘은 주변 풍경과 기가 막히게 조합되어 평소의 감정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순간적 사색으로 잠시 깨달음을 얻는다. 무엇이든 있을 곳에 있어야 보이는 것도 아름답고 여기에 소통의 조건도 충족되어야 조합의 아름다움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여름, 장마가 잠시 끝나기만 하여도 자연은 생기가 돌고 빛은 강렬하며 하늘은 푸르고 뭉게구름이 떠 있어 무척 아름답다. 그 모습이 좋아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산막 부근을 산책하기 시작하였다. 내친김에 정상까지 갈까?. 하다 접었다. 다시 행장을 꾸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길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언덕을 올라오는 것으로 정한 후 천천히 걸으며 시선은 줄곧 하늘에 두었다. 평소에는 졸졸거리며 흐르던 계곡물도 장마 중이라 콸콸콸 요란하게 들린다. 소리만으로도 엄청난 물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아침 산책은 이 정도만 하여도 좋다.
돌아 온 후 미련이 있었는지 데크에 서서 호수부근을 바라보다 감나무 가지에 기생하며 자라는 능수화를 보니 꽃 수효가 더 많이진 것 같다느껴다. 태풍이 내륙으로 들어오지 않은 덕택에 초목이 피해를 보지 않고 넘길 수 있어 다행이다. 그때 아침 운해와 순박꼭질하던 고압전주가 멀리 보였다.
산막 주변을 관찰해 두었던 곳 중 문제가 있는 곳을 보완하기 위하여 작업지시서를 본인에게 작성 발급하였다.
우선 몸을 풀기 위하여 가벼운 일부터 하다 점점 힘든 일 순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작업순서를 짜두었다. 1) 채마밭 김매기. 2) 화단 잡풀 제거와 손실된 흙 보충해 주기. 3) 나무 밑동 새로 생긴 잔가지 제거작업. 4) 잔디 잡초 제거작업. 5) 작물 웃자란 부분 보호기둥에 재차 묶어주기, 6) 음식물 퇴비 만드는 곳 흙 보충해 주기. 7) 배수관 마감 부분 작은 석축 쌓기와 흙 되메우기.
우선 긴 곡괭이를 이용하여 채마밭 이곳저곳을 김을 메주고, 화단도 전수 잡초제거와 새로 싹이 돋는 화초 개체수를 조절해 주기 위하여 적당한 화단에 이식해 주었다. 나팔꽃이 단연 많았다. 다음은 과실수 밑동 잔가지 제거작업을 끝내고 가위와 끈을 준비하여 웃자란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를 보호기둥에 묶어 주었다. 제거한 잡초를 손수레에 담아 버린 후 흙이 필요해 흙을 채취하여 손수레에 담아 날랐다. 이 부분이 상당히 힘든 부분이다. 흙의 무게와 손수레 운반 동선이 주는 힘든 환경 때문이다. 날아온 흙은 필요한 곳 바로 앞에 쌓아두고 다시 여러 차례 실어 날랐다. 그리고 다시 흙이 필요한 곳곳에 복토를 해주었다. 동안 폭우의 영향으로 흙이 물에 휩쓸려 내려간 곳이 있는데 대부분 채마밭과 화단에서 흔하게 생기는 현상이다. 뿌리를 보호해 두어야 제대로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실을 얻는 작물들은 장마 뒤 흙과 거름을 보충해 주면 가을까지 잘 자라며 질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벌써 시간은 오후 2시, 배고픔도 잊고 일에 매달렸다. 입실하여 샤워 후 무엇을 먹을까 궁리하다. 호박이 떠올라 애호박을 따고 쌈채를 뜯어 들어왔다. 우선 호박 새우젓 복음을 만들고 끓여 놓은 아욱국과 쌈채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각종 쌈채에서 풍기는 맛과 향이 참 신선하다.
점심을 챙긴 후 잠시 오수의 시간을 가졌다. 다시 3시 30분경부터 오후 작업을 시작하려다 보니 석축 위에 나리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옆 길가에 피는 하와이 무궁화 꽃대가 앞으로 쓰러져 있어 말뚝을 이용하여 지주를 만들고 줄을 연결하여 붙잡아 주었더니 정리가 되었다.
나리꽃이 곳곳에 피기 시작하면서 여름은 깊어져 갈 것이다.
작은 마가렛도 피기시작 하고 나팔꽃도 채송화도 자태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머지 않아 꽃을 보여줄 것 같다. 이어서 봉선화도, 물봉선화도 만나게 될 것이다. 벌개미취는 이미 곳곳에 피기시작하였다.
예정된 오후 작업을 끝내니 오후 6시경이었다. 작업도구를 전부 씻어 말린 후 작업공구통에 담아 두고 흙투성이 장화와 작업장 갑도 빨아두고 실내로 들어와 느긋하게 러시아 월드컵 소식을 찾아보고 냉커피를 타 마시며 종일 목마름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통유리에 무엇인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어느 녀석이 또 당했구나!. 창가로 달려 가보니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너부러져 있었다. 급한 마음에 관찰하며 기도를.... 살려주세요. 제발. 꼭 일어나거라 일어나 날아가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유리창문을 두드려 생의 용태를 파악하였다. 이럴 때 새에게 다가가면 안 된다. 경계심을 주며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하며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기척을 주면 똑바로 앉는 새는 다시 날아오르지만 그렇지 못한 새들은 죽는다.
다행이도 이 녀석은 기척의 농도에 따라 자세를 바꿔갔다.
창문을 다시 두드리자 기척을 느꼈는지 머리를 돌려 나를 응시한다. 그러다 꽁지를 파르르 떠는 모습이 잡혔다. 아니야 아직 아니야. 그대로 가만히 있으렴. 너에 용태를 확인하는 것이란다. 조금 더 있으면 날을 수 있겠다. 안심이 생겼다. 자리를 피해 다시 다가가 내다보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고 부리도 망가지지 않은 듯 하니 날아갈 것이다. 생명이 있는 것들이 죽는 것은 언제 보아도 애처롭다.
용하다! 고난의 순간을 잘 이겨냈으니 다시는 유리창에 비추는 뭉게구름 유혹에 넘어가지 말거라!
결국 한 시간을 그렇게 지체하다 날아올랐다. 나도 모르게 고맙습니다. 아멘~~^^ 그래도 재차 확인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유심히 살펴도 데크에는 새가 없었다. 다시. 아멘 대형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가 늘어가자 대형 독수리 그림을 붙여두었더니 이후 죽는 새들이 없었다는데, 아무래도 산막 통유리에도 독수리나 매 그림을 붙여 두어야 될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노을이 물드는 서녘을 바라보며 저녁시간을 보내다
야음을 이용하여 은하수와 별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였다.
첫댓글 새가 창에 부딪히는 사고가 더러 일어나는 모양 입니다
새가 소생할 때까지 인내가 필요하군요~~~~~~~
새우젖 호박 볶음이 군침을 돌게 합니다!!
은하수까지 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