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바닷가는 영원한 피서지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역시 해마다 여름이면 해변이 그야말로 ‘물 반 사람 반’을 이룬다. 망망대해에서 물장구를 치며 백사장을 거니는 일은 ‘오래된 휴식’이다. 그곳에 절이 있어 가슴 속 번뇌까지 털어버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 휴가철에 가볼 만한 ‘바닷가 사찰’ 팔경(八景)을 소개한다.
# 낙산사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소나무 길 넘어 관세음보살 친견하세요
동해안의 일출과 파도에 부딪히는 바위더미, 소나무 군락이 아름다운 양양 낙산사는 동해의 대표적인 명소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오래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았다. 지난 2005년 산불로 잿더미가 되는 불행을 겪었지만 지금은 거의 완벽하게 복원됐다. 낙산사는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사찰로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3대 관음성지다.
세상의 모든 아픔을 귀담아 듣는 해수관음상, 의상대사가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기도했다는 의상대. 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직접 친견했다는 관음굴이 있는 홍련암까지 옛 모습 그대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소나무 길이 일품이다.
(033)672-2447
# 등명낙가사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상서로운 그곳서 심신 위안 달래보길
서울의 옛 이름 한양의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있는 나루터 부락. 곧 정동진(正東津)이다. 해돋이 명소로 최근 인기가 급부상했다. 등명낙가사는 바로 정동진에 위치한 전통사찰. 7세기 신라의 고승인 자장율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에는 수다사(水多寺)였으나 고려 초 중창하면서 등명사(燈明寺)로 이름을 고쳤다.
1950년대 관세음보살이 주석하는 사찰이란 뜻에서 다시 낙가사(洛伽寺)로 바꾸고 ‘등명’을 앞에 붙여 현재의 명칭이 됐다. 이름은 조금 낯설지만 그만큼 상서로운 절이다. 수중 보궁(寶宮)과 수중 탑 등 바다에 얽힌 전설이 많다. (033)644-5337
1376년 나옹 혜근스님이 창건했다는 해동용궁사. 부산 앞바다 바위산 자락에 놓인 절이다.
# 해동용궁사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사랑리
동해 끝자락서 갓바위 부처님 만날까
동해의 최남단에 위치한 해동용궁사.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혜근 대사가 1376년 창건했다. 바닷가에 인접한 바위산 자락에 놓인 절로 해동용궁이란 이름에 걸맞게 규모가 상당히 크고 아름답다.
약 10m 높이의 해수관음대불, 동해의 갓바위 부처님이라고도 하는 약사여래불이 있다. 대웅전 옆에 있는 굴법당은 미륵전이라고 불린다. 미륵보살의 화현으로 존경받는 포대화상 석상이 있는데, 자손이 없는 사람이 기도하면 자손을 얻게 된다 해서 득남불이 별명이 붙었다.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대교 누리마루 등 부산의 여타 관광지와도 가까운 편이다. (051)722-7744
# 보리암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솟구쳐 오르는 해돋이에 환희심 절로
해수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남해 금산 보리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기도도량이자 명승지다. 금산은 소금강 혹은 남해금강이라고도 불리는 삼남 제일의 명산이다.
금산의 정상에 자리한 보리암은 금산의 온갖 기암괴석과 한려수도의 푸르른 경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당이다.
대장봉 형리암 화엄봉 일월봉 삼불암 등 하나하나 애틋한 사연을 지닌 암석이 절경을 이룬다. 불바다가 바다의 표면으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일출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며 부처님을 향한 환희심이 절로 일어난다. 맑은 날도 볼 만하지만 특히 흐린 날에 오르면 신선이 노닐 만한 별천지를 경험할 수 있다. (055)862-6115
# 향일암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대웅전 뒤 바위 흔들 때마다 사경 ‘공덕’
해를 바라본다는 뜻의 향일암(向日庵). 남해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금오산(金鰲山)이 바다와 맞닿은 가파른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왼쪽에는 중생들의 서원에 보살이 감응했다는 감응도, 앞바다에는 부처가 머물렀다는 세존도, 오른쪽에는 아미타불이 화현했다는 미타도가 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해 금오산 기암절벽 사이의 울창한 동백나무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천하일품이다. 대웅전 뒤에 있는 일명 흔들바위는 경전을 펼쳐 놓은 듯한 형상이다. (061)644-4742
# 약천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포동
시선 닿는 곳마다 남국의 정취 물씬
야자수가 자라는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서귀포 앞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위치한 약천사 대적광전은 단일 법당으로는 동양에서 제일 크다. 구례 화엄사 각황전의 웅장한 구조를 본떴다.
주불로 모신 비로자나부처님은 백두산에서 가져온 목재로 조성됐다. 높이가 무려 4.5미터로 목불로서는 한국에서 가장 큰 부처님으로 알려져 있다. 좌우로는 각각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을 봉안했다.
큰 법당 뒤쪽 굴법당은 대적광전을 짓기 전에 조성했다. 정교한 최신 공법으로 만들어 흡사 제주도에 산재한 천연동굴을 보는 듯하다. 나한전은 약천사에서 가장 먼저 아침 햇살이 비치는 곳이다.
(064)738-5000
# 망해사 전라북도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서해 낙조 감상하기엔 ‘최고의 명당’
서해바다를 가장 가깝게 바라보고 만질 수 있는 사찰이다. 특히 서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맑고 푸르다. 진봉산 고개 넘어 깎은 듯한 기암괴석의 벼랑 위에 망망대해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이름 그대로 망해사(望海寺)다. 백제 때인 642년(의자왕 2년)에 부설거사가 이곳에 와 사찰을 지어 수행한 것이 시초다.
사찰 자체는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서해의 낙조를 완상하기에 아주 좋은 곳에 위치했다. 사찰 뒤쪽 산책로 중간에 일몰을 볼 수 있는 낙조대가 설치됐다. 산책로 끝에서 고개를 만나는데, 여기를 넘으면 심포항이란 작은 포구가 나온다. (063)543-3187
# 망일사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대산리
해질 무렵 금빛에 물든 사찰풍경 장관
서녘의 저녁놀과 해넘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사찰이다. 1017년 지선(知禪) 스님이 창건했다. 절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이 경내 앞마당에는 수령 700년의 괴목이 서 있다.
서쪽 바닷가에 외따로 위치한 한적한 사찰이지만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2시간 정도만 차로 달리면 만날 수 있다. 대웅전 앞마당 나무에 기대어 서거나 사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망로정에 오르면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다. 해거름 무렵 절집 전체가 온통 금빛으로 물드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041)663-8441
장영섭 기자
첫댓글 좋은정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