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청하시오. 빛을 받을 것입니다
거룩한 독서를 시작하려 할 때 우리가 할 것은 하느님의 성령을 청하는 것이다.
성무일도 기도 때 "주님, 제 입술을 열어주소서." 라고 기도하듯이
"주님, 제가 보게 해주십시오." "주님. 제 눈과 마음을 열어주십시오," 하는 기도를 드린다.
세례받으실 때 예수 위에 머무셨듯이 성경 안에서도 머무시는 그 성령을 통해서만
성경은 살아 있는 말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서는 영성적 차원, 즉 성경 행간에
숨쉬고 있는 영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는 성령을 통하여 말씀을 보존한다.
성령 청원기도는 교회와의 일치 안에서 성령이 임하시도록 바치는 기도이다.
거룩한 독서에서 신자 개개인이 분명하게 이 성령 청원 기도를 바쳐야 하는데
이 때 우리의 기도는 성찬의 전례에서 끊임없이 거행하는 대성령 청원기도(에피클레시스)와
일치하여 바치는 기도이어야 한다.
이것은 주님의 말씀을 사사롭게 알아듣는 위험, 해석상의 주관주의에 빠질 위험,
그리고 환상과 임의적 해석의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말씀을 향한
개인적 접근을 하나의 성사가 되며 그 성사 안에서 교회와 성경은 주님 말씀의 유일한
원천으로서 서로 결합하게 된다,
그리고 성령을 청할 때 받을 것을 확신한다. 성령은 아버지께서 결코 자녀들의 청을
거절하시지 않고 주시는 가장 탁월한 '좋은 선물' 이기 때문이다. 오직 성령의 현존만이
단순한 문자를 영으로 변화시키는 보증이 되시며 오직 그분만이 성경 본문에 영원한
젊음을 부여하신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부추기실 때만이 성경은 결실을 풍부히 맺는 말씀이 된다.
성령 청원기도는 무엇보다도 우리 안에 감수성과 통회의 은총을 주시며 우리눈을
밝혀주신다. 거룩한 독서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것이 하느님 책들을 대상으로 삼는 다는
것뿐만 아니라 성령과 우리가 "둘이 하는 독서" 이기 때문이다. 성령을 받아 모시기
위해서는 우리의 감수성이 예민해야 한다.
아토스 산의 한 수도승은 성령과 맺은 깊은 관계에 마땅히 있어야 할 조심스러운 태도
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성령과 함께 있을 때에는 마치 비둘기와 함께 있듯이
처신해야 한다. 비둘기는 우리가 고요하게 움직이지 않을 때 더 민감한 감수성으로
기다릴수록 가까이 오기 때문이다.
성령은 우리를 이탈케 한다. 나로부터 이탈할 필요가 있다. 우리 마음의 심연이 침묵에
잠기지 않으면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없고. 관심의 중심이 내 자신일 때 성경을
읽을 수 없다. 또 그 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 맡겨버리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역사하심 앞에
홀연한 자세가 될 수 없다.
내 안에 들어있는 허황한 욕구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경을 읽는 데에
어떤 '만족'도 느끼지 못한다고 실망스러워하는 이들은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말씀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말씀도 기도처럼 '거래'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이들은
성경이 주고자 하는 것과 다른 무엇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찾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자기중심주의를 포기하고 자기
계획이나 견해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만의 노력으로 마음을 비울 수 없다면
파코미오의 조언대로 해보자, "성경을 읽으며 끊임없이 되새김으로써, 끓는 물처럼
우리 마음속에서 솟아 나와 우리를 번민하게 만드는 저 부풀어 오르는 분심들에
제동을 걸자.우리가 자유로워 질 때 까지.....
우리의 마음을 들어 높이자, 이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끌어 당기고 계시는 그 움직임
안으로 흘러들어 가기위함이다. 또한 이것은 성령께서 우리를 밀어 붙이시도록 마음을
허락하고 하느님께 대해 주의 깊게 됨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의 전존재를 하나로 통일하고
수렴시키는 것을 뜻하며 또한 우리 앞에 놓인 성경 본문에 온 존재를 집중하는 것이다.
주의 깊음이란 말씀하시는 주님께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단지 메시지보다
그 메시지로 선포하는 분께 대한 주의 깊음이다. 아를르의 체사리오는 "말씀을 주의 깊게
경청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님의 성체를 함부로 흘린 사람만큼이나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가 성령을 청한다면, 그 분의 맞아들일 채비를 갖춘다면 독서에 없어서는 안 될
비추심을 틀림없이 받게 될 것이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