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5) - 역답사(왜관역/약목역)
1. <왜관역>은 경북 칠곡군에 속한 지역이다. 역 바로 앞에 칠곡군청이 있고 칠곡시장이 있으며 칠곡의 행정기관이 모여 있다. 그럼에도 이곳은 ‘칠곡’이라는 명칭보다는 ‘왜관’이라는 이름이 지역에 가득하다. 대부분 상가는 ‘왜관’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어쩌면 칠곡의 가장 유명한 장소인 <왜관 베네딕토 수도원>의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칠곡 군청에서 수도원에 이르는 길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수도원은 ‘피정의 집’ 확장공사로 혼잡하였다. ‘수도원’은 작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임에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점차 커지고 복잡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교회 건물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왜관’이 가톨릭의 고장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수도원’ 때문만은 아니다. 수도원에서 낙동강 방향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흰색의 멋진 건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왜관성당>이다. 독일 신부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이 건물은 ‘가톨릭 건축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하늘 높이 향한 건물의 시선은 묘한 회전의 움직임을 통해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대부분의 성당 건물이 신비로움과 경건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특히 ‘왜관 성당’은 색과 형태 그리고 공간적 배치의 개성과 여유로움을 통해 그 빛을 더하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특별하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2. <왜관역> 다음, ‘무궁화 열차’만 정차하는 <약목역>으로 이동했다. 경부선 역 중에 무궁화호 정차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간표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떤 무궁화호는 정차역에 서지 않고 달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자칫 잘못하면 돌아올 수 있는 차편을 놓치기 쉽다. 이번 경우에도 ‘약목역’에서 내려 천안가는 기차표를 끊으려 했지만, 표가 없었다. 하루에 두 번만 운행한다는 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대전’행 표를 끊고 그곳에서 천안으로 이동해야 했다. 작은 역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운행시간을 문의해야 한다. 안내표에는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약목역’ 답사에서는 ‘칠곡보’까지 가려고 했지만, 걷다 보니 상당히 멀어, 결국 중간에 포기하고 복귀해야 했다. 배가 출출해져 ‘약목면’ 주변 식당을 살펴보았다. 최근 지역을 여행할 때 여행객들이 이용할만한 식당이 점점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주로 회식용 고기집이나 포장마차, 대도시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대부분이고, 소박하지만 정갈있게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약목면’은 제법 운치있는 식당들이 눈에 띠었다. 그 중에서 ‘보리밥’ 간판을 단 집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밑반찬과 봄나물이 식탁에 올랐다. 이런 음식을 발견하면 반갑다. 음식은 그 식당의 고유한 색깔이 담겨있을 때 맛과 추억을 기억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볼거리도 없었고, 기차편도 불편했지만, 따뜻한 보리밥의 추억만으로도 ‘약목역’에 대한 기억은 남을 것같다. 모든 기억은 때론 이처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남겨진다.
첫댓글 - 내가 가는 길에 나를 반겨주는 것이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왜관, 수도원 가는 길에 뜻있는 젊은이들의 묵직하고 순수한 기도 소리가 이어지던 곳. 그 모습 아직도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