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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왜곡이란 무엇인가?
* 에론 백(Aaron Beck) : 사람들이 우울해진다거나 불안해지는 것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어떤 극단으로, 혹은 비현실적으로, 혹은 비논리적으로 왜곡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비관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우울해지는 것이다. 생각이 감정을 어떻게 좌우하는가 하는 원리, 특히 우리가 가장 잘 빠질 수 있는 생각의 오류, 왜곡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생각의 함정을 미리 알고 있으면 감정반응이 어느 극단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면 생각의 왜곡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1. 이분법적 사고(흑백논리)
이분법적 사고(흑백논리)는 사물을 흑과 백의 두 가지 부류로만 보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줄곧 A학점만 받던 학생이 단 한번 B학점을 받고 나서, “나는 이제 완전히 실패자야.”라는 식으로 결론짓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실수나 불완전 상태에 대한 공포를 유발함으로써 어떤 일도 쉽게 착수하지 못하게 만든다. 또 자신에게 무가치함을 느끼게 해 스스로를 평가 절하하게 만든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며 우울증, 결벽증이나 강박증, 노이로제 현상을 보일 수 있다.
2. 과잉 일반화
단 한 번의 부정적 사건을 마치 끝없이 반복되는 실패의 본보기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줍음을 잘 타는 어느 남자가 용기를 내어 여자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는데 여자는 선약이 있다며 공손히 거절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은 평생 데이트도 한번 못해 보고 말 거야. 이 세상에 나와 데이트하고 싶어 하는 여자는 한 사람도 없어. 나는 평생 고독하고 비참하게 살 거야.”라고 생각해 “그 여자가 다음에도 계속 거절할 것이며, 여자들은 모두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 여자들도 나를 거부할 것이다.”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번의 실패로 인해 점점 현실 참여를 회피하려 한다.
- 우리는 여기서 긍정적 사고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흑백논리와 같이 극단적인 사고가 정신을 지배할 경우, 모든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옳고 그름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융통성이 없어 다른 사람과의 교제도 어렵게 된다. 또 과잉 일반화의 사고방식과 같이 단 한 번의 실패로 상처를 받고 모든 일에 소극적인 사람은 인생의 실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여기서 사고가 우리의 감정 반응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긍정적 사고방식은 정신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긍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하루하루를 얼마나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내는지, 매사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항상 불평, 불만으로 가득하고 매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잘 빠질 수 있는 다양한 생각의 왜곡과 감정을 지배하는 올바른 사고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3. 판단력의 색안경
한 가지 잘못된 일에만 집착함으로써 나머지 잘 된 일은 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백 문제 중 일곱 문제를 못 맞힌 학생이 그 틀린 문제에만 집착하여 이번 학기에 낙제 맞을 것이라고 집착하였으나 나머지 문제들을 다 맞추어 좋은 학점을 받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 다른 예로 자기의 가까운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을 보고 다른 사람들까지 잔인하고 인정 없는 동물로 취급해버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특히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인 측면만 보게 되고 긍정적인 측면은 보지 못한다. 그리하여 세상이나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이 가치 없고 무의미하게 생각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이것은 꼭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혹은 나 자신에게서 이런 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 사랑에 관련하여 살펴보면 한 예로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도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에 집착하여 나는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이 든다.
4. 긍정적 측면의 부정
자신의 긍정적 측면을 거부함으로써 현실과는 어긋나는 부정적 생각을 계속 유지하려한다. 다른 사람의 칭찬을 거부하고 어떤 일이 잘못되면 계속 그 일에 집착하면서 잘된 것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이나 혹은 요행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일에 대해 기뻐하지 않고 때로는 이로 인해 고통을 자초하기도 한다. 한 예로 자신의 미모를 칭찬해도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은 형편없다는 듯 부정적 사고를 고집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사랑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 자기애가 과해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자기애의 부족 역시 사랑을 하는 데에 많은 장애를 가져온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게 되며 신뢰할 수 없어진다. 비단 사랑할 때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자기가 행한 모든 행위에 대한 불만으로 행복해지기 어렵다.
- 이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5. 성급한 결론
성급한 결론이란, 자신의 결론(혹은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이 어떤 일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는 잘못된 심리추측과 지레짐작의 과오가 있다.
- 잘못된 심리추측이란, 그 진위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어떤 마음(태도,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짓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어머니에게 혼나서 기분이 상해 말도 안하고 있는 것을, 다른 친구는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것으로 성급하게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어떤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해버리는 것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을 초래하게 된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많이 겪어봤을 것이다. 이러한 일의 해결책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고, 일단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알고 난 후, 그 이유가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면 대화를 통해 풀어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레짐작의 과오란?
- 일이 잘못될 것으로 지레짐작한 나머지 자신의 잘못된 예측을 마치 확실한 기정사실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시험 보기 전날, 공부를 하지 않은 한 학생이 ‘이번 시험 문제는 굉장히 어려울 거야. 내가 이제 와서 공부한다고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거야. 시험을 못 보면 또 엄마한테 혼나겠지.’하고 혼자 결론짓는 것도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일이 뜻밖에 잘 풀리면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겠지만, 예상한대로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면 점점 더 자기불신을 하게 되고 의기소침해지게 될 것이다. 지레짐작의 과오를 잘 범하는 사람일수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끈기와 용기를 가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6. 과잉확대(큰 재앙으로의 간주) 혹은 과잉축소
어떤 일(자신의 실수나, 불완전성, 불안감, 혹은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재능)의 중요성을 과장하거나, 다른 일(자신의 장점이나, 다른 사람의 불완전성)들은 불공평하게 극단적으로 축소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망원경 효과’라고도 한다. 어느 학생이 한 단체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때, 그 학생은 이 모든 게 자신의 성격 탓이라고 간주하고 다시는 어떤 사람과도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며 의기소침해 지는 경우가 그 예이다.
- 이렇게 자신의 단점을 확대하여 해석하는 사람들이 반대로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는 마치 망원경을 거꾸로 보는 것처럼 축소 왜곡시켜 보려 한다. 자신의 장점은 축소시키고 단점은 확대시킬 때, 열등감이나 불안증 혹은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어떠한 일에서건 기죽지 않도록 옆에서 북돋워주고 격려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떠한 실수를 했을 경우에는, 물론 자신의 책임도 있지만, 대단치 않은 일이고 남들도 다 하는 실수이니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버리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7. 감정적 판단
감정적 판단이란 자신의 감정적 느낌을 사실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즉, 내가 느껴지는 것으로 사실을 판단하는 현상이다. ‘느낌=사실’ 이라는 공식 하에 내가 느껴지는 것이 곧 사실이라고 여긴다.
- 얼핏 보면 그럴듯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잘못된 논리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아무리 사실을 보고 느끼는 것이라 해도 그 바탕에는 생각이나 신념이 깔려있기 마련이다. 감정이란 대개의 경우 생각이나 신념에서 생겨나는 것에 불과하며, 감정의 원천인 생각자체가 왜곡되어 있을 경우 그때 느끼는 감정이란 그 정당성이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다.” 라는 식의 논리는 잘못된 논리가 된다.
- 이와 같은 감정적 판단을 하게 될 경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어져 때로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며 우울증과 같은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을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근거, 즉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자신에게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는 감정을 근거로 현실에서도 실제로 모든 일이 부정적이라고 결론짓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정적 판단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느낌이 편파적인 생각에 근거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여야 한다.
8. ‘하지 않으면 안 돼’의 과용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하지 않으면 안 돼’와 같은 규율을 정해놓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하지 않으면 안 돼,’ 규율을 지나치게 과용하여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 자존감을 잃고 자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 또한 이렇게 자신이 정해놓은 ‘하지 않으면 안 돼,’ 규율을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적용시킬 경우에는, 그 규율을 지키지 못한 타인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느끼게 된다. 물론 정말 해서는 안 될, 또는 꼭 해야 하는 규율이 있지만, 그 규율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그 엄한 규율을 모두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평생을 모든 일에 허탈감, 실망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모든 것에는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듯이 부족하거나 과용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내가 설정해 놓은 엄격한 기준에 모든 사람들이 미치지는 못하기 때문에 ‘하지 않으면 안 돼’를 과용하는 사람들은 항상 인간에 대한 실망을 안고 살게 된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저 ‘바람직한 일’을 ‘꼭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로 생각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일에 대해 절대적인 당위성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커플 간 기념일을 지키는 것을 그냥 바람직한 일로 여기지 않고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의무로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만약 상대방이 그 기념일을 어기게 됐을 때 그 사람은 불만과 분노와 실망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기념일을 지키는 것을 절대적 당위성으로 강요하게 된다면 그것을 오히려 무리한 요구가 될 것이다.
- 따라서 자신에게 있어서나 타인에게 있어서나 무리한 규율을 적용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에게 부담감을 주게 되고, 그 규율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실망감을 갖게 되기 때문에 무리한 규율, 즉 ‘하지 않으면 안 돼’의 과용을 피하여 자신과 타인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어야한다.
9. '부정적인 이름‘붙이기
부정적인 이름 붙이기는 과잉 일반화의 한 가지 형태로, 자신의 과오를 그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잘못을 하면 “나는 실패자야”라고 말한다든지 다른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놈은 인간쓰레기 같은 자식이야”와 같은 식으로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게 되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이나 성격특성들이 그 영향을 받아 그 이름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지각되고 해석되게 된다.
- 뿐만 아니라 그렇게 이름 붙여진 사람이 그 이름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될 가능성도 더 많아진다. 매 학년 우등상을 받던 학생이 한번 상을 받지 못하면 “나는 실패자야”라고 이름을 붙이는 경우에는 “이번에 내가 한번 실수했어,”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논리적이며 앞으로 자신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인식을 하는 것이다.
- 이런 현상은 자기 패배적이며 비합리적인데 이를 반두라는 “사람은 자기가 선정한 기대에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맞추어 간다,”라고 말했다. 즉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게 되면 행동 역시 맞추어 가는 것이다.
- 사람의 인생이란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위들이 다양성 있게 계속 직면하는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순간의 행위로 인하여 그 전체에 어떤 낙인을 붙인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면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부정적인 이름 붙이기는 자신과 남에게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곧 이러한 생각을 피하여 자신과 남에 대해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좋겠다.
10. ‘모두 내 탓이오’라는 사고방식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데도 자기가 어떤 불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은 사고로 인하여 그 사람은 부당하고도 불필요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모두 내 탓이라고 자신을 학대하게 된다.
- 예를 들면 학교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의 어머니가 특별관심이 필요하다는 담임교사의 의견을 듣고 “내가 몹쓸 엄마야. 이게 내가 얼마나 무능력한 엄마인지를 말해주는 증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숙제를 잘 해오지 않는 학생에 대하여 선생님이 “내가 잘 지도하지 못한 탓으로 학생들이 숙제도 해오지 않아. 나는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방식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비현실적이며 병적인 죄책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이 세상 모든 일의 걱정을 자기가 도맡아 하게 만든다.
-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그들의 행동을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자신이 하는 행동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 책임을 지려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책임의 한계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