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년
올해도 거의 밑바닥이 보입니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의 간격이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여러분은 지난 일 년을 어찌 지내셨습니까? 연례행사처럼 1년을 마무리하면서 통과의례를 치룹니다. 10대 뉴스를 선정해 보는 것입니다. 대종상 시상식 치루 듯 내가 등장한 드라마들을 파노라마처럼 헤아려 봅니다. 교수신문이 선정하는 낯선 사자성어처럼 낯설게 자신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색동저고리에 소개하기 위해 앞당겨 10대 뉴스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제 개인의 일상을 공개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러분에게 샘플 하나 제공하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뉴스들을 걸러보십시오. 생각보다 지난 일 년이 그렇게 짧지만은 않았다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물론 순위는 사안의 비중에 따라 정한 것이 아니라, 먼저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본 것입니다.
① 유럽 방문- 이영빈 목사님의 <경계선> 독일어판 출판기념회에 초대받았습니다. 십자가 수집 차 아일랜드와 영국을 거쳐, 12년 만에 독일 복흠교회에서 예배드린 일은 감동적입니다.
② 문홍빈 권사 소천- 그의 죽음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안양YMCA도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성실함, 인격, 일의 협력 과정 무엇보다 신앙의 품성에서 본이 되는 분이었습니다.
③ ‘품 십자가’ 보급- 처음 예배당 강단용 십자가를 주문 받아 제작하는 일에 관여했습니다. 비싼 제작비 때문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는데, 덕분에 참죽나무 명품 십자가를 남겼습니다.
④ KBS 라디오 ‘종교와 인생’ 대담- 모두 7회에 걸쳐 인터뷰하였습니다. 이런 주제의 대담을 할 만한 나이인가 싶어 두고두고 미련이 남습니다. 비교적 자신과 나눈 솔직한 대화였습니다.
⑤ 오른쪽 눈 아래 피부발진- 피부 트러블로 일 년 내내 약과 씨름했습니다. 갱년기 나이 때문에 회복이 어렵다니, 그냥 받아들여야 할 듯합니다. 평소 없던 눈 다래끼로도 세 번 시술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늙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⑥ 다섯 번째 ‘십자가 책’ 탈고- 별렀던 ‘쉽게 쓴 십자가 이야기’를 완성하였습니다. 십자가에 대한 내 생각을 약 400여점의 자료와 함께 풀어냈습니다. 시작 글부터 15년 쯤 걸렸습니다.
⑦ 산책 까페 오픈- 우리 집 옆에 문을 연 ‘이하루의 우연한 산책’ 덕분에 생활의 리듬이 달라졌습니다. 가까이에서 손님 만나는 일도, 만만하게 커피 얻어 마시는 재미도, 자주 놀러오는 교우들과 어울리는 즐거움도 므흣므흣 합니다.
⑧ ‘바이블 25’ 100만 돌파- 제가 관여하는 사업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행복한 경험입니다. 물론 자주 멍에를 메야 합니다만.. 현재 125만 수준입니다.
⑨ ‘성경의 상징’ 연재 마무리- 감리교 기관지 ‘기독교세계’에 3년 간 연재하던 상징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모두 34가지 상징을 공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면의 독점시비로 예정보다 일찍 그만 두었지만, 아주 후련합니다.
⑩ ‘강진-진도 팽목항’ 걷기도- 지난 4월 16일부터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마음의 부담을 지고 삽니다. 8번째 걷기도 목적지로 정하여, 그곳까지 걸으며 기도하니 한결 평화롭습니다.
해마다 10대 뉴스를 선정하는 일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10년째입니다. 연말이면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는 10대 사건이니, 프로야구의 골든글러브니, 개그맨들의 연예대상 등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사실 남의 잔치 구경하는 것보다 내 삶의 의미와 재미를 정리하는 것이 훨씬 흥미진진합니다. 내 인생은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일 때 가장 멋진 법입니다. 물론 가족 10대 뉴스, 색동교회 10대 뉴스도 늘 해마다 연출하는 의미놀이입니다.
터키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이 세상을 위해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저 세상을 위해 살아라”. 몇 해 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터키 유물전에서 읽었던 명구인데,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습니다. 삶과 죽음의 간격을 이렇게 가깝고도 친밀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현실의 삶에 지극히 충실한 것은 인간다움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 내려놓게 될 그 때, 미련 없이 자신을 비울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신앙입니다.
그럼, 2014년과 ‘아듀!’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누리십시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