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이유는 없다. 기사를 보는 순간 딱..가고 싶다는 것이다.
원래는 9월말에 갔어야 하나 이런 저런 이유로 이제야 갈 수 있었다. 그것도 애초 몇일동안 계획햇던 것보다 훨씬 줄어든 이틀...
목,금,토 계획을 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가...목요일은 10월 7일 진보신당 노회찬대표 강연회 마무리로 무지 피곤해서 그 다음날 그냥 푹 잤다. 그래서 목요일 오후차로 울산에서 전주까지 차를 타고 가니 4시간 10분. 멀긴 멀다. 전주에서 다시 완주로 가야하는데 전화로 물어보니 한 3-40분 걸린다고 한다.
전북대 근처 찜질방에 들러 잠을 청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지고 간 도시락 통에 김밥 사고 물 2통을 사서 약속장소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런..출근하는 노동자들만 있었다. 감이 이상해 전화를 해보니 큰 도로란다. 지나가는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니 돌아가야 한단다...
어쩌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으니 열심히 또 걸어가야지..바쁜 걸음으로 20분정도 걸어가니 출발장소가 보인다. 사람들이 준비중이다. 인터넷에서 뵌..수경스님, 문규현신부님. 전종훈 신부님.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체투지를 가기위해 마트에 갔는데 사실 무릅보호대가 너무 비쌌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압박붕대가 생각났다. 그래 압박풍대를 사자. 그래서 임시 방편으로 압방붕개를 이용해 오체투지를 시도했다. 사실 좀 아팠지만 그럭저럭 안한 것보다 나았다.

오전 첫 구간, 헉 왜 이렇게 빨리 쉬지. 뭐 별거 아니네~~룰루랄라~~
그런데 3구간을 끝내고 나니 이마에 땀이 송송...5구간을 넘으니 왜 빨리 안쉬나? 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휴 힘들다. 이런 하루 오전에 참가하는데 이런 말이 나오면 안되지. 37일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신데...처음에 뒤에서 오체투지를 할때 삼보일배인줄 알고 따라갔는데 너무 빠른 것이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 보니 오보를 걷는다. 아~~ 힘들어서 오보를 하는구나. 점심먹고 다시 시작. 이제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조금 생기니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성직자를 보니 이런 삼보일배를 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빠른걸까? 진짜 빠르다. 뒤에서 따라서 해 보았으나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다.
오후부터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지만 도로가 비에 젖었다. 물론 내 옷도 젖을 수 밖에....축축히 젖어드는 옷, 추운 날씨,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비릿내, 각종 아스팔트 냄새. 사실 인간이 만든 길을 열심히 걸어는 봤어도 냄새를 맡아본 적은 없다. 역한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도로 하지만 그것은 지구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 꼭 필요한 도로만 만들어야 할텐데 무조건 빨리 빨리를 외치며 도로를 만드는 인간의 욕망속에 생태는 그렇게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점심시간 어디선가 많이 본 분이 합류한다. 누구지? 아~~맞다. 진보신당 이덕우 대표..
안녕하세요..저도 진보신당 당원입니다..ㅎㅎ
나란히 옆에서 오체투지를 함께 진행했다. 바쁜 일정속에도 참여하시면서 이제야 시간내서 왔다고 하신다. 크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검소하고 소탈하신분이다. 음...내가 좋아하는 표현인 맑은 사람이라는 느낌. 보통의 한국의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내다라는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많이 본다. 하지만 이덕우 대표님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오체투지를 하면서도 혼자 내려오셔서 뒤에서 묵묵히 걸어가신다. 목 디스크가 안좋다고 하시는데 그러면서 열정적으로 따라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진보신당에 이런 분들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다음날 삼성 비자금문제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도 만났다. 대뜸 내가 삼성과 싸우느라 고생많으십니다라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김용철 변호사 왈 " 난 싸운 적 없어요" 순간 머쓱 해진다. 그렇지. 싸운 것이 아니라 당연 해야할 일을 그냥 한 것뿐이라는 뜻, 비상식적인 일이 상식이 되는 사회, 그 비상식적인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탄압을 받았으며 협박을 받았을까..그러면서 당연 해야할 일이었다며 말하는 그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한발짝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날. 아침부터 어깨가 쑤셔온다. 아 피곤해. 알람을 맞추어 논 시간에 일어났는데 10분만 하다 일어나니 약속시간에 맞추기가 빠듯하다. 부리나케 정리하고 택시타고 치명자산으로 가니 다행히 늦지 않았다.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평일에도 많았으면 좋겠다. 다들 먹고 살기에 바쁘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평일에 참석하니 진행팀에서 묻는다. 휴가내셨어요? 아니요~백수인데요~ㅋㅋ 하긴 평일에도 마음대로 연차를 낼수 없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참여할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치명자산 천주교 순교자들이 묻혀있는 곳, 1801년(순조1년) 신유박해 당시 처형된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들이 묻혀있는 곳이란다. 기독교나 천주교도 한때 박해받은 종교였는데 어느새 권력화되면서 타종교를 탄압하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는 현실, 종교의 본래 의미대로 돌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이명박이나 부시 모두 기독교인들인데 그들이 생각하는 종교는 권력을 만들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문듯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며 전도된 세계라는 헤겔법철학 비판서문의 내용이 생각난다. 종교의 자유는 분명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인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성경의 구절을 부자들은 어떻게 해석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토요일 미사를 함께 하면서 천주교가 좋은 이유가 타 종교에 대해 서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미사도중 설정스님이 설교를 하신다. 참 보기 좋고 색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종교의 힘은 참 크다라는 생각도 든다. 오체투지를 하면서 천주교 신자들의 참여와 미사때 헌금하는 모습, 그리고 그 힘이 오체투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모습, 문득 미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의 장점이 떠오른다. 오바마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장점을 가졌다고 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오바마를 만나면 좋아한다고 한다. 단순한 차이에도 서로를 배척하고 무조건 싸우는 한국의 진보진영에게 오체투지는 또 하나의 과제를 던진다.
스님과 신부
공통점은 둘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신부님이 더 좋아보이기도 하다. 담배와 술, 그리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스님, 고행과 살생을 하지 말라는 정신에 입각해 담배와 술, 그리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두 성직자 모두 시대적 화두를 던져야 한다. 종교도 권력화되고 세습화되고 자본화되는 세상에서 오체투지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한국에서 소수자일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 소수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대부분 타락하고 썩겠지만 언제나 역사에서는 소수자들이 탄압받고 그 탄압속에서도 빛을 발하며 늘 세상의 변화의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싸운다.
예전 새만금 반대를 위한 삼보일배때는 목표가 분명해 보였다. 한가지 사실, 누가 보아도 알수 있다. 새만금을 반대하는 것. 말하기도 쉽다. 하지만 오체투지는 좀 모호하기도 하다. 사람, 생명, 평화의 길. 참 어렵다. 오체투지를 하기 전 누가 묻는다. 왜 하냐고? 답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나는 지금의 시대에 참 필요한 가치라 생각한다. 모든 세상이 물질만능의 사회, 성공, 일류, 일등의 가치만 존중되는 사회에서 사람, 생명, 평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체투지를 하는 성직자들은 그 가치가 무엇이다라고 떠들지도 않는다. 참여하는 사람 그리고 오체투지를 지지하는 사람들 스스로에게 그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하루 그리고 반나절, 작은 돌맹이들이 오체투지하는 나의 몸에 충격을 가한다. 가슴이 아려온다.
아프다. 아직도 그 아픔이 전해온다. 발로만 딛고 다녔던 길을 내 온몸을 뉘어 가면서 새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세상의 가치를 돌아본다. 난 어떤 가치를 세상에 던질 것인가? 물론 답은 예전에 찾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가 남았지만, 그 근본을 다시 생각하고 또 한걸음을 내 딛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쉬엄쉬엄 쉬어도 가겠지만, 오체투지하듯 낮은 자세에서 그리고 느리지만 그 의미들을 하나씩 되새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첫댓글 혼자 살아가지말고 같이 살아가요~~~
'잘 다녀왔어요?' 라고 묻는게 어색하네요. 결코 잘 다녀올 수 없게끔 만드는 세상입니다. 그 길의 사람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