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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사랑] 07
S#1. 호텔 복도
6회 엔딩에서 이어지는
긴 복도를 긴장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경주.
이윽고, 어느 방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경주의 긴장한 표정.
문이 열리고, 나오는 정환, 긴 수염에 초췌한 얼굴.
경주 : (보는 위로)
정환 : (버럭) 아니, 인제 오면 어떡해요!
경주 : 어머..
정환 : 급하다고 그 난리를 치는데, 몇번 씩 전화를 하게 만들고
경주 : (기막혀, OL)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오밤중에 호텔로 오라는데, 네에 하고 와요?
정환 : 뭐, 뭐요? 내 목소리 몰라요?
경주 : 전화는 처음이잖아요? (정환의 뒤에 나타나는 정사장을 보고 깜짝 놀란다)
정사장 : 싸움은 들어와서 하시죠? 옆방에서 뭐라고 하겠습니다.
경주 : ?
S#2. 호텔방 안
컴퓨터 등이 갖춰진 비즈니스용 특실.
방안에는 경주의 그림들과 프린트천이 테이블에 펼쳐져 있다.
경주, 얼떨떨한 표정으로 들어오고.
정환 : 인사해요. 정현무 사장님, 중국에서 의류사업을 크게 하세요.
정사장 : (명함을 주고) 제가 바빠서 숙녀분을 이 시간에 오게 했네요.
경주 : 네... (정환에게 그림 가리키며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정환 : 어.. 여행하다가 이분을 우연히 만나서
정사장 : 우연? 하하... 앉읍시다. 서경주씨 그림을 독점계약 하려구요. 프린트 공장도 있다면서요?
경주 : (믿기지 않아서 정환을 보고)
정환 : 뭐해요? 대답 안하고?
경주 : 프린트 물량은, 얼마나?
정사장 : 우선 만 야드씩만 뽑아서 반응을 보죠.
(초인종에 일어나 움직이며) 언젠가는 중국을 한국산 원단으로 도배하는 게 내 꿈 입니다.
경주 : ... (멍하다)
정환 : 계약서 작성하는 법은 알아요? 시작합시다. (컴퓨터 켜고)
그 동안에 룸서비스가 들어온다.
커피포트와 쥬스포트, 케이크, 과 일등.
S#3. 같은 장소 (새벽)
시간 경과의 느낌으로.
테이블의 음식들 조금씩 비워지고. 경주, 커피 따르면 바닥이 났다.
정 사장은 컴퓨터에서 계약서를 출력한다.
경주는 극심한 피로로 졸고있는 정환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
정사장 : (시계보고) 9시에 들어올테니까, 두 분은 여기서 쉬세요.
경주 : 아니, 저
정사장 : 나도 애인 있답니다? (찡긋하고 나간다)
경주 : ... (정환을 본다)
정환은 정말 피곤해서 고개를 테이블에 묻고.
경주, 담요를 정환에 게 덮어주려고 살살 움직이는데 휴대폰이 울리면 혼비백산해서 받고.
정환, 화들짝 깨어난다.
경주 : (작게) 엄마, 끊어. ... 나중에 얘기할게 끊으라구!
정환 : (둘러보고) 정사장은?
경주 : ... 그 쪽에서 서류 오는데 세 시간쯤 걸린다고요... 그때까지 편하게 주무세요.
(정환, 펄쩍 일어난다).. 저는 계산 좀 다시 해봐야
정환 : OL) 나더러 저기서 자라고요?
경주 : 어... 우리는 이미 같이 잔 사이 아니예요? 찜질방에서.
(농담하다가 정환의 살벌한 표정에 질리며) 알았어요, 내가 나갈께요.
정환 : 지금이 몇신데, 여자가,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아요?!
경주 : (무안해서) 누가 까딱까딱 졸래요? 그렇게 피곤하면 댁으로 가시지 여긴 왜 남아서?
정환 : 몰라서 물어요? 여자 혼자 두구 가란 말야! (나가는 준비) 아, 한 가지만 약속합시다.
이번 일에서 내 이름은 빼주세요, 강선배한테도 우리 팀에도, 알겠죠?
경주 : 네... 고맙습니다...그쪽 회사에서 걱정하던데... 저 때문에 고생
정환 : OL) 고생 안했다니까 그러네? 고생했으면, 또 나 좋아하냐 따지려구?
(경주 표정 위로) 좋아한다고 대답하면 감당할 수는 있어요?
경주 : (질리며)
정환 : 정말 나이 값 좀 하쇼, 너 나 좋아하니? 그게 그 나이에 어울리기나 하냐구요?
(낮게) ... 내가 당신 안고 싶다면, 어쩔겁니까. (눌러보다가 문 탕 닫고 나간다)
경주 : ...
빈 호텔 방에 혼자 남은 경주.
S#4. 호텔 복도
정환, 막막한 심정으로 걸어나오며.
S#5. 호텔 방 안
경주, 맞은 편 정환이 앉아 있던 빈자리를 본다.
그 앞에 정환이 먹다 남긴 과일 한 쪽, 커피 잔을 보며...
S#6. 호텔 전경 (아침)
멋진 커리어우먼이 모는 차에서 내린 정사장, 담백하게 작별하고, 여자는 바로 떠난다.
S#7. 호텔 방
정사장 : (둘러보며) 애인하고 또 싸웠어요?
경주 : 말, 조심해 주세요.
정사장 : (픽 웃고, 컴퓨터 치며) 누구 대신 보내도 되는데, 댁이 궁금해서 왔어요...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이런 사랑을 받나...
경주 : (보며) ?
S#8. 호텔 로비와 주차장 (동 아침)
호텔을 나서는 경주, 주차장 쪽으로 걸어온다.
경주의 시선에 저만치 서있는 정환의 차가 보인다. 그 위로.
정사장 : (E) 서경주씨 혼자 호텔 방에 두고는 못 갔을 겁니다. 찾아보세요.
경주, 다가간다.
차에서 잠들어있는 정환과 그런 정환을 바라보는 경주 위로.
정사장 : (E) 한 사장이 날 진짜 우연히 만난 줄 알아요? 지난 주 내내 일 때문에 중국 본토를 돌았는데,
한정환씨는 비행기 노선도 없는 길을 기차 타고 택시 대절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내 뒤를 쫒아왔어요.
남의 그림 팔아주려고... 그리고는 우연히, 비밀이라... 왜 그럴까?
경주 : (기쁜 만큼 더 슬프고, 숨도 잘 못 쉬겠다) ...
정사장 : (E)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요?
경주, 정환을 바라보는데.
정환, 고개를 돌리다가 길게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찌푸린다.
경주, 들고 있던 포트폴리오 가방으로 햇살을 가려준다.
그렇게 가방을 들고 서서 정환의 잠든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S#9. 동 테라스 커피숍 (동 아침)
쾌적하고 시원한 공간.
유명 음악 프로의 디제이, 커피를 마시면. 누군가 다가와 애청잡니다하며 싸인 부탁하고.
디제이, 우리 프로 많이 사랑해주세요 인사 하고. 디제이, 무심히 시선 돌리다가 주차장의 경주를 발견한다.
디제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호기심에서 찬탄의 표정으로 본다.
S#10. 동 주차장(동 아침)
해의 그림자 방향이 달라져서 경주의 위치도 바뀌었다.
경주, 얼굴 빨갛게 익고, 팔을 부들부들 떨며, 땀을 흘린다.
그때, 경주 곁을 스치며 지나가던 자동차, 경적을 짧게 울리고.
정환, 잠결에 흠칫 움직이고.
경주, 자기도 모르게 다른 차 뒤에 웅크리고 숨는다.
정환, 갑자기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깨어난다.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다.
정환, 시동 걸고 차를 뒤로 빼느라 조수석 등받이에 손을 대다가 열기를 느끼고, 자기 의자를 만져보면 그렇지 않다.
갸웃하며 차를 몰아나간다.
숨어 있던 경주, 그제서야 일어나 가고.
S#11. 근처 도로, 달리는 정환의 차 (동 아침)
정환, 신호대기 받아서 멈추다가, 핸즈프리 키트의 휴대폰의 전원을 켠다.
액정화면에 음성, 문자 메시지 초과라는 내용.
정환 : 겨우 일주일 비웠는데... (다이얼 누르고)
S#12. 도로 달리는 태만의 차
태만, 운전하다가 도로변에 세워놓고 휴대폰에 악을 쓴다.
태만 : 너 어디 있어, 이 자식아! (차 세우고) 전화는 왜 끊은 거야, 엉? 너 휴가 간 사이에 니 회사는 쫄딱 망했어 임마!
S#13. 거리, 달리는 정환의 차
교통체증의 혼잡한 도로. 정환, 초조해하며 운전을 한다.
태만 : (f) 희성이 단가를 후려쳐서, 우리를 따돌렸어. 바이어를 뺏겼다구.
S#14. 인천공항
정환, 뛰어들어오면,
태만이 유지더러 여기서 기다리라 하고는 정환의 멱살을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간다. 무작정 패대기를 치면서
태만 : 너, 중국에 현지처 생겼냐? 일주일 동안 뭐 했냐구!
정환 : 말이 안돼, 단가가 우리보다 더 낮을 수는 없단 말야.
태만 : 중국에 공장 지었겠지, 뻔하지 않냐?
정환 : (기막혀) 그걸 알고도 못 막았단 말야! 넌, 뭐했어 엉? (태만을 잡고) 리즈팸 사장, 어딨어?
태만 : 이거 놔... 우리 따돌리는 인간을 어떻게 잡아? 겨우, 오늘 비행기로 뜬다는 거 알아내서 지키는 중이야.
정환, 출국장 쪽으로 걸어간다. 화나고, 절망하고...
저만치에서 미사장이 가방을 들고 오면.
유지가 먼저 달려가서 사장님 저 사람들 말이 사실이냐, 이러는 법은 없다고 외치고. (자막 없어도 분위기로 알 수 있게)
정환 : 후회할 거라고 말해... 더 크게 손해볼 거라고.
유지 : (영어로 말하고)
미사장 : (영어, 유감이지만 나의 선택이니까 인정해주기 바란다.)
정환 : (절망의 표정으로 미사장의 거절을 짐작할 수 있게)
유지 : (영어, 사장님하고 같이 일할 수 없다. 나 그만둔다).
미사장 : ... (유지를 잠깐 보다가 그대로 나간다)
정환 : ...
태만 : ... (유지에게) 그렇다구 너까지 그만둘 건 없잖아?
유지 : 정말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태만 : 유지가 뭔 죄가 있어? 잘하는 짓이다... 겨우 디자인 개발해서 샘플이나 만들고, 죽 쒀서 개줬구나...
니가 얼마 말아먹었는지 알아? 연간 백만야드... 십억 이눔아 십억을 날린 거야. 너 때문에 나까지 망했다구!
정환 : ...
S#15. 유비 디자인실
허장 : 아싸아싸 코리아, 아싸아싸 유비텍. 이번 달부터 월급 나오는 거죠, 네?
강실장 : (웃고) 그래... 쓰레기통에다 그림 버렸다더니, 정말 큰 일 냈네?
허장 : 우리가 구박 좀 했다고, 바이어 찾아다닌 다는 말도 못했어?
원희 : 근데 이런 거물을 니가 어떻게 알어? 어디서 만났는데?
경주 : 어, 그냥 우연히...
원희 : (다이얼 누르며) 어쨌든, 그 한사장하고 와이프한테 멋지게 복수한 거야, 축하한다... 아버님, 전데요? (전화기 들고)
경주 : ...
S#16. 민우네 본가 거실
민우 부모는 거실에서 프린트 원단 정리하던 중.
민우부 : (통화) 어, 잘됐구만... 그래, 들어가라. (끊고, 아주 조금 웃고)
민우모 : 우리가 중국으로 실크를 수출한다 이 말입니꺼? 옴마야.
민우부 : 이참에 본때를 보여줘야지.
이층에서 내려오는 민우.
민우부 : 여태 일 안나가고 뭐 하노! 그따우 정신으로 사업해서 임대료나 내겄나 어디?
민우모 : 고만 하소, 내는 좋기만 하구마는... 집에 아들 며느리가 들어 오이까, 당장에 좋은 일 안 생기요?
민우부 : (아내를 흘기며) 그저 모시고 산다니까 헬렐레 녹아서...
민우 : 공짜로 얻어먹지 않아요, 생활비 내겠습니다.
민우모 : 생활비 낸다 카네요, 우리 작은 사장님이.. 됐다, 내는 고마 좋다. 인자, 슬슬 얼라만 낳으모 되겄네. (주방으로)
민우부 : 인공수정인가 뭔가 하자는 말은 안 하드나?
민우 : ... 제가 천천히 갖자고 했습니다.
민우부 : 귀신을 속이라... 갸 욕심에 퍽이나...
민우 : ...
S#17. 산부인과 수술실
수술대에 눕는 원희 위로 수술실의 등이 밝혀지고.
의료진들, 분주히 움직인다.
40대 여의사, 차분하고 친절하다.
여의사 : 인제 마취 들어갈 거예요. 복강경은 금새 끝나니까 마음 편히 가져요.
원희, 너무 싫고 무섭다. 그 얼굴 위로 마취 호흡기 씌워지고.
마취사를 따라 하나 둘 하다가 마취되는 원희.
예리한 산부인과 수술 도구들 준비된다.
시계의 시간, 30분쯤 흐르고.
의료진들, 수술 도구와 가운 등을 치우며. 원희를 회복실로 옮긴다.
마취에서 깨어나는 원희, 신음을 삼키며 덜덜 떤다.
여의사 : (다가와 살피며 이불을 여며준다) 벌써 깨났네?
원희 : (이빨 딱딱거리며) 추워요... (통증에 신음 삼키고)
여의사 : 금새 괜찮아져요, 그런데...오른 쪽 난관에 협착이 있네요.
원희 : ... 그때... 그 중절 수술한 것 땜에 그런가요?
여의사 : (보다가)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원희 : ... (눈물이 고이고)
S#18. 동 밖 거리 (동 낮)
창백한 원희, 걸어나오며 휴대폰의 단축 번호를 누르고. 식은땀을 닦으며 옷깃을 여미며 잔뜩 움츠린다.
그러나 목소리는 아주 밝게.
원희 : ... 서과장, 난데? 실장님이 찾았어? ... 응, 금새 들어갈게... 미안?.. (끊으며, 우두커니 둘러보다가)
S#19. 민우 스튜디오
원희, 들어오면. 민우, 책을 읽고 있다.
원희 : ... 나 왔어.
민우 : 근무 시간에 웬 일이야?
원희 : 그냥... 당신, 보고 싶어서...
민우 : 돈벌이 잘하나 궁금해서? (원희 표정) 미안해, 빈정거리는 거 처럼 들렸겠다.
원희 : 아니, 괜찮아... 스트레스 있으면 나한테 풀어. 잘 마시지도 못 하는 술 마시지 말고...
민우 : 엊그제 경주랑 술 마신 거, 신경 쓰여서?
원희 : (웃고) 아니야... 근데 다음부터는 나두 끼어주라, 나두... 심심 해...
민우 : (보다가) 어디 아퍼? (원희의 손을 잡아본다) 왜 이렇게 차? 어?!
원희 : 병원 갔었어... 복강경 검사.
민우 : OL) 그거 전신 마취하는 거잖아. 야아, 왜 그런델 혼자 가?! ... 당신 이럴 때 정말 정 떨어지는 거 알어?
왜 뭐든 그렇게 혼자 해치워? ...하긴 처음부터 그랬지.
원희 : 처음?... 내가 남의 아파트 문간방에 살면서 우리집인 척한 거? 아님, 아버님 말씀대로 당신이 사장 아들이라서
민우 : 그만해... 그 얘기하는 거 아냐.
원희 : 결국은 그 얘기야... 나는 이 집에 정략적으로 시집 온 걸로 낙인 찍혔어...
민우 : ... 낙인? (웃고) 내가 하려던 말은, 불임클리닉 다니는 거 유쾌 한 일 아니니까, 손잡고 같이 다니자 그 얘기야. 알겠어?
원희 : ... (그런 남편에게 미안해서) 내가 뭐 앤가?
민우 : 애는 아니지만, 애를 낳을 사람 아냐... 참, 나두 검사 받아봐야지? 내가 불임이면 어떡하냐? (웃고) 언제 갈까?
원희 : 어... 안가두 돼... (민우 위로) 아니, 내 검사 받을 거 아직 많거든? ...
S#20. 어느 건물 (동 낮)
4층 정도의 아름다운 건물. (나중에 윤채옥 샵이 될)
채옥, 홀린 듯이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발코니에서 전망을 보며.
채옥 : 음, 여기서 파티도 하고, 쇼도 하면 좋겠다. 이 빌딩, 내가 만든 옷하고 이미지가 딱 맞지 않아요?
만호 : 누군들 안 맞겠습니까? 그저, 돈이 문제죠.
채옥 : 우리 남편, 우습게 보는 거예요? (휴대폰 누르며 가고)
만호 : ...남자 우습게 만드는 게 누군데...
S#21. J기획 사무실
정환, 들어오다가 보면. 난영이 김 과장의 책상을 치우고 있다.
난영 : 다녀오셨어요? ... (꾸벅 인사하고)
정환 : 김 과장은? (책상을 보는 위로)
난영 : 사표 냈어요. 다들 안면 몰수예요. 거래처마다, 어음 사절이고요, 창고에 쟁여놓은 원단도 막 후려쳐요.
사장님! 어디 갔다 인제 오세요! 네?
정환 : 아직 부도 안 났어, 호들갑 떨지 마 응? (들어가려는데)
난영 : 참, 사모님 전화하셨는데 이리 오신다고
정환 : 집사람이? (돌아보는데)
채옥 : (들어온다) 도착했구나? (정환의 위로) 여보! 나 빌딩 샀다?
정환, 난영 : (채옥을 보며)
채옥 : 놀랬지? (방긋 웃고)
S#22. 동 사장실
난영, 차 두 잔을 놓지만, 채옥은 안중에도 없이 서류 보며.
채옥 : 어머, 말두 안돼 말두 안돼. 그럼 내 빌딩은 어떡해?
정환 : 당신 의상실은 (화낼 기운도 없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빨라야 일년, 자리 잡으려면 몇 년은 걸릴텐데... 빌딩부터 사?
채옥 : OL) 그렇게 구태의연하게 사업을 하니까, 이런 일을 당하지?! 하기는, 백만야드 수출은 아무나 하겠어?
난영 : (돌아보고) ...
정환 : 나는 내 식으로 살테니까. 당신은 21세기 식으로 펀딩을 받던지 사기를 치던지 알아서 해.
채옥 : 당신, 목소리 깔면 은근히 겁나는 거 알어? ... 미안해, 잘못 했어. 내가 맛있는 거 사줄... 아, 미팅 있다. 내일 먹자 응?
참, 우리 어머니 왜 그러셔? 그 연세에 독립을 하시겠데, 말이 돼?
정환 : (탕 치고) 말이 안 되는 건 당신이지? 독립이 뭔지 몰라? 내 가정은 내 손으로 지키고, 내 사업도 내 힘으로!
당신이야말로 시어머니 그만 부려먹고 독립 좀 해라 응!
S#23. 정환의 집 앞 (동 낮)
차에서 내리는 정환, 자기 집을 보며.
정환 : 어머니! 저 왔어요!
S#24. 정환의 집, 침실
정환이 들어오면, 정환모 놀라서 따라 들어오며.
정환모 : 너, 아프구나?
정환 : 잠이 모자라 그래요, 한잠 자면
정환모 : (이마 만져보고) 열 있잖아. 나랑 같이 병원 가자. 어서?
정환 : (소리 없이 쓸쓸하게 웃고)
정환모 : 왜?
정환 : 엄마 손 잡고 병원 가자구? ... 어머니는 인제 제 보호자가 아니예요, 이 아들이 어머니 보호자라구요...
모자, 침대에 나란히 앉는다.
정환 : 꼭 이사해야겠어요? ... 시골서 노인이 혼자 사는 게 뭐 좋다구?
정환모 : 에미 소원이야. 밭 갈아서 채소 심고, 왼종일 들로 산으로 소풍 다니고...
더 늙기 전에, 그렇게 살아보자 응? (커튼을 여며 주며) 푹 자고, 밤에 잠깐이라도 깨면 뭐 챙겨 먹어라.
방 안, 어두워지며.
침대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정환, 참담하고, 낯선 감정으로 힘들다.
S#25. J 기획
경철이 작게 실례합니다 하며 들어오면.
난영이 혼자 책상에 엎어져있다.
경철 : ... 왜 그래? 또 우냐?
난영 : 내가 언제 울었다구 그래!
경철 : 니 꼬리표는? 유지랑 바둑두던 아저씨도 없고...좀 썰렁하다?
난영 : 허우... 우리 사장님 어떡하니?
경철 : 또 왜?
난영 : 라면이나 먹자... 월급 안나올지도 모르는데 돈 아껴야지.
S#26. 분식집 (동 저녁)
난영과 경철, 라면을 먹으며.
경철 : 와, 우리 집은 겨우 일억 날리고 칠년 째 바닥을 기는데, 너네는 십억? 원단장사가 짭짤하네?
이참에 새 직업에 도전을 해 봐? 내가 또 (뻐꾸기 날리는) 이건 좀 하잖냐.
난영 : ... 일류대 다닌다고, 세상이 만만하니? 살아봐라. 밥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철 : 밥, 무섭지 그럼? 우리 엄마랑 누나, 끼니마다 목숨 걸고 덤비잖아.
난영 : 난 지금 인생을 이야기하는 거야. 이, 밥돌아.
경철 : 인생이 왜 복잡하고 어려운지 알아?... 고놈의 사랑 때문이야.
난영 : (보는 위로)
경철 : 말이 좋아 사랑이지 유효기간 일년도 안 되는 거 아니냐? 그거 책임지느라고 결혼해, 자식 낳아... 으으...
사랑에만 안 빠지면, 얼마든지 심플하고 널널하게 살 수 있어. (난영이 젓가락 놓으면) 왜?
난영 : 잘 먹었어. (조용히 일어나 나가는데 서늘해진다)
경철 : ...
S#27. 거리 (동 밤)
난영, 표정 없이 걸어가고, 그 뒤에서 눈치를 보는 경철.
경철 : 유지 없으니까 심심하다. 걔 불러낼까?
난영 : 너, 나 만나러 온 거 아니야?
경철 : ... 그래! 니가 내 머리꼭지 끝에, 아니 명치끝에 딱 걸려서 답답해 미치겠다.
난영 : 미치겠는데, 정은 주기 싫지? ... 너란 애 인제 알 거 같다...
(경철 위로) 너네 엄마가 너 낳다가 돌아가신 거, 죄책감 느끼니? 그래서 누구랑도 관계 맺는 게 무서워?
경철 : 야! 잘난 척 하지 마... 오냐오냐 해주니까 아주 개폼을 잡구 있어?! (화나고, 아프고)
난영 : ... (슬프게 보며) ...
S#28. 경주네 집 거실(동 밤)
경주와 경철, 답답한 심정으로 무표정하게 TV를 본다.
경주모 : 재미없는 걸 뭐하러 보니? (끄고) 얘들아, 고스톱 한판만 치자 응? (판 벌리는데)
경주, 경철 : (동시에) 싫어. (그래놓고 미안해서, 동시에) 덥잖아.
경주모 : (팍팍 패고) 니들 나 왕따 시킬래! 딱 한 시간만 응?
경주 : 딱 한시간이다?
경철 : 돈내기지? 점당 백?
경주모, 그래그래 신나서 화투 섞으면.
경주 경철은 다시 뿌우하게.
경철 : ... 한 사장님이 망했다네?
경주 : (놀라며) ? 엄마, 둘이 육백 쳐라 응? (일어나고)
S#29. 경주네 집 앞 (동 밤)
경주, 입은 옷 그대로 나오며 휴대폰 통화한다.
경주 : 어, 영재씨 난데? 지금 나 좀 만날 수 있어? ...
S#30. 동네 공원 (동 밤)
초조하게 서성이는 경주.
영재의 차 다가오면. 손을 흔들고 달려간다.
경주 : 미안해, 여기까지 오게 해서. J기획,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영재 : (보면)
경주 : 정말 리즈팸이 도망갔어? 어떻게 그래? 영재씨는 그래도 희성하고 계속 일할 거야?
영재 : 아줌마, 치매예요? 아님 원래부터 푼수예요? (경주 위로) 지난 번에 우리 헤어진 거 잊었냐구요?
경주 : 어...
영재 :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경주 : ... 정말 미안해... 나 바보 푼수 맞아.
영재 : 허! ... 바보 푼수는 바로 나네...만날 때마다 내내 한정환씨 얘기만 했어요, 그죠?
... 날 거절한 이유가 겨우 그거 였어요? 유부남? ... 허! 정말 기분 더럽네.
경주 : ... 그런 거 아니야.
영재 : 그런 거는 뭐고, 아닌 거는 또 뭐예요?
경주 : ... 그 사람은 날... 거들떠보지도 않아.
영재 : 또 같이 자자고 그랬다가 거절당했어요? ... 한심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돈 줄은 몰랐어요.
고맙습니다, 정이 딱 떨어지네요.
경주 : 너 ... 정말 모질다.
영재 : (비명처럼) 모질어요? 진짜 모진 짓을 한 게 누군데! ... 겨우, 겨우 불륜이나 하려고...
(경주 표정 위로) 왜, 듣기 거북한가 요? 억울해요?
경주 : ...
영재 : 온 세상을 다 뒤져보세요. 서경주씨 편들어 줄 사람 있는지. (돌아서 가는 표정) ...
경주 : ...
S#31. 정환의 집 전경 (아침)
재동 : (소리) 엄마, 아빠 다녀오세요!
S#32. 동 주방
채옥, 재동과 뽀뽀하고. 정환모는 그래요, 네 지금 보낼게요 전화하고.
정환 :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정환모 : 얘... 회사 조금 늦어도 돼지? (집문서를 내준다) 이거...
정환 : (보며)
채옥 : 어머니 집 파셨어... 당신 자는 동안에 내가 말씀드렸거든.
정환모 : 잘됐지 뭐니, 안그래도 자꾸 팔라고 조르는 사람이 있어서
정환 : 안돼요, 싫어요! 그 집을 어떻게 팔아요? 사놓기만 하고 한번도 못살아봤잖아요!
우리 둘이 같이 심은 나무들은 다 어떡하고요? 네?
정환모 : 집이고 땅이고 별 거 아니다. 이럴 때 팔아 쓰자고 마련한 거야.
정환 : ...
S#33. 전원주택 (동 아침)
작고 소박한 농가주택. 넓은 땅에는 나무들이 실하게.
정환, 새 주인과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계약금을 받는다.
나무들을 만져보는 정환, 자신에 대한 회환과 분노.
S#34. J기획 복도 (아침)
정환, 걸어오는데
저만치 복도 끝에 경주가 서있다.
정환 : (잠시 보며)
경주 : ...
S#35. 동 사무실
경주, 앉아 있다.
머그잔에 커피를 끓여오는 정환. 매너 좋으나, 범접하기 힘든 사업가의 위엄으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정환 : (커피 주고) 그래, 무슨 일이십니까?
경주 : ... 얘기 들었어요.
정환 : (보며)
경주 : ...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정현무 사장 오더 한사장님이 맡아 주시면.
정환 : 비밀로 하기로 했죠? ... 미안한 말이지만, 그거 맡아봐야 별 도움 안돼요.
경주 : 주문은 계속 늘 거예요.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그런 어간에 영재가 들어온다. 주춤하다가 그대로 들으며.
정환 : 잘 들어요... 내가 서경주씨한테 호감을 가져서, 허튼 짓을 좀 했어요.
(경주, 표정) 나 때문에 혼란스러웠다면, 사과할게요.. 내 집사람이 실례한 것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경주 : 그런데요?
정환 : 나는 장사꾼이예요. 무엇보다 내 신용, 업계 평판이 중요합니다. 내 프리젠테이션에서 떨어진 작품을
내가 팔고 다닌다는 건 말이 안되죠. 게다가 거래처 여직원 때문에 바이어 놓쳤다는 소문까지 나면.
경주 : 거래처 여직원이요... 네, 제가 주제 넘었네요, 미안합니다.
(일어서다가, 정환 위로) 꼭 그렇게 독하게 말 안해도 다 알아들어요.
경주와 영재 시선 부딪친다.
영재 : (황급하게 노크하고, 정환이 돌아보면) 제 아트웍 찾으러 왔습니다.
정환 : 어, 잠깐만. (파일박스로 가는 사이에)
영재 : (다정하게) 아침 먹었어요?
경주 : (보다가 가려면)
영재 : (경주의 손을 잡으며) 같이 나가요.
정환 : ... (그림을 꺼낸다)
S#36. 동 복도와 엘리베이터
영재의 손을 잡힌 경주, 걸어나온다.
경주, 거칠게 뿌리치고 입 꾹 다물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두 사람.
영재 : 괜찮아요? (보면)
경주 : 잘난 척 하지마. 속이 시원하니? (분해서 눈물이 쏟아진다)
영재, 경주를 안아준다.
경주, 영재를 뿌리치는데
영재, 힘있게 부드럽고 힘있게 안아준다.
영재 : 괜찮아요. 괜찮아요... (누이에게 하듯이 등을 토닥여주며)
경주 : (눈물을 쏟고) ...
S#37. J 기획 사무실
정환 : (경주가 남기고 간 커피 잔을 보며) ...
태만 : 굿모닝. (들어온다) 누구 왔었어?
정환 : 아무도 아니야...
S#38. 유비텍 앞 (동 아침)
영재의 차를 타고 온 경주.
영재 : ... 들어가세요.
경주 : ...
영재 : 어제는 내가 심했어요... 우린 이미 끝난 사이니까, 간섭할 자격도 없고, 화낼 자격은 더더욱 없는데...
인젠 화 안 낼게요... 그냥 오다가다 우연히 만나면, 같이 쌍화차나 마셔요. (겨우 조금 웃는데)
경주 : 내가 그렇게 불쌍하고 비참해 보여? ... (어이없고 기막히고)
S#39. 유비 디자인실
경주, 답답하고 비참한 기분으로 들어오는데.
원희 : 좋은 아침? 차 마실래?
경주 : 됐어.
원희 : 저기, 서과장... 오늘 섬유협회 자기가 대신 가주면
경주 : 캐드 담당이 가는 거잖아. 근데 왜 내가 가니?
원희 : ... 미안해, 실은 병원에 가야돼.
경주 : 실장님한테 보고하고, 정식으로 조퇴해.
원희 : (보며)
경주 : 별 볼일 없는 노처녀라고 야근, 외근, 출장, 전부 다 떠맡았어. 근데 아줌마 산부인과 다니는 것까지 카바 해줘야하니?
원희 : 허! 그림 몇 개 팔았다고 눈에 뵈는 게 없니?
경주 : OL) 말 똑바로 해. 어떻게 그림 몇 개니? 니 월급 나오고, 너네 공장까지 살려줬는데.
원희 : (질리며) 너, 좀 심하지 않니?
경주 : 왜? 너는 나한테 좀 당하면 안돼? 너만 똑똑하고, 말 잘하는 줄 알았어? ... 말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할까?
원희 : (보는 위로)
경주 : 너, 신혼 초에 임신한 적 있었지? ... 민우도 그거 아니?
원희 : (질리며, 털썩 앉고) ...
경주 : (말해놓고 후회된다) ...
S#40. 산부인과 불임클리닉
대기실(남성 불임검사를 알려주는)의 몇몇 남자들 중에 민우.
간호사는 약간 푼수의 초보.
민우 : 불임 검사 받으러 왔는데요? (원희의 진료카드 주고)
간호사 : (차트 찾으며, 웃고) 혼자 오셨어요? 다른 아저씨들은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민우 : (웃고) 떨리기는 하네요. 나한테 원인이 있으면 정말 미안하잖아요.
간호사 : (챠트를 보고) 어머, 아저씨는 그런 걱정 안해도 돼요.
민우 : (보는 위로)
간호사 : 임신한 적 있네요, 뭐. 이렇게 기다릴줄 알았으면 중절 수술은 안하는 건데 그죠?
민우 : ...
S#41. 거리 (동 낮)
혼잡한 도심의 한복판을 감각없이 걸어가는 민우의 위로 플래시 백 되는 1회 #41.
예쁘게 꾸며놓고 맞아주던 원희. 와, 여기서 혼자 살아요 하면. 원희가 후배하고 같이요.
1회 #45. 여자들이 키들거리며 들어오라고 문 열어주었을 때의 지저분한 실내.
1회 #42의 경주와 민우.
경주 : 겨우 세 번 만난 여자한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럴 거야?
민우 : 사랑? ... 뭐가 사랑인데?
경주 : 그걸 나한테 묻니?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결혼하는 건 내가 아니고 너란 말야. 너는 도대체 유원희를 왜 사랑하는데?
얼어붙는 민우의 표정으로 쏟아지듯이 들리는.
민우모(소) : (3회 #15) 내 알고, 니 알고, 하늘이 아는 일이재.
민우부(소) : (3회 #15) 니 안사람을 속속들이 다 아나? 참말 믿을 수 있나?
원희(소) : (2회 #56) 애기 너무 낳구 싶어...
S#42. 한강 다리 (동 낮)
다리 난간의 민우, 배신감과 극도의 분노로 떨다가 이윽고 저 아래 강을 향하여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른다.
카메라 빠지면서 아득한 다리 위의 작아지는 민우.
그 위로 들리는 샤우트 창법의 락커가 지르는 괴성과 밴드의 연주.
S#43. 어느 미군전용 바 (동 낮)
테이블에 의자들 올려지고, 청소도 안 된 이국적인 분위기.
흑인 백인 혼성의 락 밴드의 연주 리허설이 진행중이다.
밴드의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유지, 미친듯이 정열적으로.
그들의 연주를 지켜보는 경철, 캔 맥주를 마신다.
연주 끝나고. 유지는 멤버들과 몇 마디 음악 얘기를 하고, 저녁때 보자고 하이파이브 하고 무대를 내려온다.
경철 : 너 정말 여기서 일할 거야?
유지 : 일주일에 이틀이야. 재미있어.
경철 : 미국에 안가?
유지 : 바둑 더 배우고.
경철 : 너두 거짓말할 줄 아니? 난영이 때문이잖아. (그 위로 들리는)
유지 : 난영이는 너 사랑해.
경철 : ...
유지 : 그런데 너는 그런 사랑 받을 자격 없어. 비겁하니까.
경철 : ...
S#44. J 기획 사무실
태만은 혼자 기보 보며 바둑 두고. 난영은 섬유업계 신문을 스크 랩하고. 정환은 자기 사무실에서 일하고.
태만 : 유지, 우리회사에 취직시킬까? 바이어 접대에는 그만인데.
난영 : (피식 웃고)
태만 : 연봉이 문제겠지만, 미스장이 스카웃하면
난영 : 걔는 그냥 노바디예요. (기사를 보고) 어머, 유비텍 기사 났네요?
태만 : ? (보고)
S#45. 동 사장실
정환, 파일박스에서 뭔가 찾는데.
태만이 들어와 문 닫고 블라인드 가리면.
정환 : 왜? 자려구?
태만 : 너 좀 패려구 그런다 이 자식아. 나더러 뭐? 거래처 여직원하고 불륜이나 저지르는데 어느 바이어가 등을 안 돌리냐고?
(멱살을 잡고) 이 뻔뻔한 자식! 너 그날 상해갈 때 들고 나간 가방, 서경주 거 맞지! (제풀에 놓고) 너, 연애하냐?
정환 : 아냐.
태만 : 그럼 바람이냐?
정환 : 아니라니까.
태만 : 그럼 뭐야 이 자식아! 너 인제 큰일 났다. 정현무하고 니 와이프하고 친한 거 알어?
정환 : ?
S#46. 채옥의 회사 상담실
채옥과 정사장,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만난다.
채옥 : 그땐 정말 신세 많이 졌어요. 연락을 미리 좀 하고 오시죠?
정사장 : 프린트 땜에 갑자기 오게 됐어요.
채옥 : 그 회사 제품은 유럽 거만 쓰잖아요?
정사장 : 운이 좋았어요.
채옥 : 정말, 궁금하네? 어디 물건인데요?
S#47. J기획 사장실
난영 : 사모님 전화예요.
정환 : (수화기 드는데)
태만 : 무조건 시치미 떼! 알았어?
S#48. 어느 레스토랑 (동 저녁)
최고급의 레스토랑.
경주, 압도당하는 느낌으로 바짝 긴장해서 오고.
경주 : (지배인에게) 윤채옥씨
지배인 : 네,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쪽의 룸으로 안내 받고 들어서면.
채옥 : (활짝 웃고 일어난다) 어서 오세요.
경주 : ... (겨우 인사하고)
지배인, 한사장님 오셨습니다. 하고
경주 : (돌아보며)
정환 : (놀라며 본다) ...
채옥 : 당신도 어서 와... 자, 앉으세요.
정환 : .. 무슨 일이야?
채옥 : 으응, 두 사람 놀래주려구? 놀랬죠? 당신도 놀랐지?
경주 : ...
정환 : 무슨 일이냐구?
채옥 : 두 분께 사과하려구. (경주에게) 이 양반은 내 성질 잘아니까 괜찮은데, 경주씨는, 이름 불러도 돼죠?
경주씨, 내가 잘못했어요. 그렇게 좋은 그림을 보지도 않고... 정말 미안해요.
경주 : ... 괜찮습니다.
채옥 : (메뉴 주며) 초대는 내가 했지만, 돈은 이이가 낼테니까, 우리 아주 비싼 거 먹어요 응?
경주와 정환, 어색하게 메뉴만 읽고.
채옥 : (음식 고르며) 당신 혹시 정현무 사장이라고 몰라요? 경주씨는 그 사람 어떻게 알았어요?
경주 : (물 마시다가, 놀라서) 그 그냥 우연히
정환 : ...
주방의 분주한 모습 보여지고.
정환, 경주, 채옥의 식탁.
채옥은 아주 열심히 맛있게 먹지만 경주와 정환은 거의 못 먹는다.
채옥 : 음 이 집은 소스가 예술이야... 그렇죠? 어머 입에 안 맞아요? 당신은 또 왜 그래?
경주, 정환 : ...
S#49. 동 화장실
채옥, 거울을 보다가 휴대폰 받고.
채옥 : 네? 뭐가 또 어떤데? 빨리 말해요. 빨리... 송 과장님 바보예요? 몇 번을 말해야 돼요? 사람들이 도대체...
(끝없이 퍼붓고)
S#50. 동 룸 안
정환과 경주, 침묵으로 답답하게.
경주,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번호부를 누르지만 걸 데가 없다.
정환 : ... 미안합니다.
경주 : 당연히, 미안하겠죠. (일어나면 정환도 일어서고) 어떡하죠?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부인께 말씀 잘 해주세요.
정환 : ...
경주, 돌아서 나온다.
정환, 그대로 서 있고.
채옥 : (들어오며) 어, 이 여자 갔어?
정환 : 배웅하고 올게. (나간다)
채옥 : (전혀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와, 후식 먹어야 돼.
S#51. 동 앞 거리 (동 밤)
달려나오는 정환.
저만치 앞에서 경주가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정환,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바라본다.
택시를 타는 경주, 겨우 행선지 말하고는 얼굴을 묻고 만다.
그런 경주를 보는 정환, 같은 기분으로.
S#52. 어느 바
바텐더의 쇼 보여지고. 민우, 혼자 술을 마신다.
옆자리에 앉는 경주.
민우 : 어? 정말 왔네?
경주 : 너 요새 술 너무 자주 마신다?
민우 : 오늘은 니가 내 술 주정 좀 받아줘라... 나두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경주 : 나, 니 고백 들어줄 기분 아냐. (마시고)
S#53. 원희의 방
원희, 시계를 보다가, 다이얼 누른다.
원희 : ...
S#54. 바 앞 거리 (동 밤)
민우, 한잔 더 하자 응? 어 나랑 갈 데 있다 가자 하면.
경주 : 나 먼저 간다? (택시 잡으려는데)
민우 : 가지마 경주야. 나랑 같이 있자.
경주 : (보면)
민우 : ... 왜 그때 날 좀 잡아주지 않았어?
경주 : (보며)
민우 : 겨우 세 번 만난 여자랑 결혼한다는데, 왜 말리지 않았냐구, 어?
내가 그렇게 멍청하게 굴면, 너라두 날 좀 붙잡아야되는 거 아니냐?
경주 : (탕탕 치며) 나쁜 자식. 날 버린 건, 너야. 그때, 니가 날 버리지만 않았어두 나 이렇게 안됐어. 알어?
두 사람, 막막한 절망으로 마주 보며.
S#55. 옛날 원희네 동네 (동 밤)
민우와 경주, 나란히 앉아서.
민우 : 옛날 원희 살던 집이 저어기야.
경주 : (보며)
민우 : 집을 참 이쁘게 꾸며놨더라... 자기가 그린 천으로 손수 박음질해서, 커튼이랑 액자랑...
음악 들으라며 소형 녹음기를 가져오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 모습이 그렇게 불쌍하더라...
난 정말 그 여자 사랑했어... 근데... 원희가, 그때 생긴 아이를 ... 아이를 지웠어...
경주 : (보며)
민우 :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응?
경주 : 사정이 있었을 거야...
민우 : 너두 알았니? ... 너희 여자들은 그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
경주 : ...
민우 : (비명 지르고)
경주 : ...
S#56. 한강 둔치 (동 밤)
평상복 차림의 정환, 답답해서 소리를 지른다.
차로 가는데 휴대폰 울리고.
정환 : 응.
S#57. 정환의 침실
채옥 : 뭐야? 담배 사러 간 사람이.
S#58. 한강 둔치 (동 밤)
정환 : 응, 더워서 바람 좀 쏘이려구.
채옥 : (F) 알았어, 나 먼저 잘게.
정환 : ...
S#59. 민우네 본가 일층 (동 밤)
원희, 계단을 종종걸음으로 내려오면.
인사불성이 되어 들어오는 민우, 유리문을 와장창 소리나게
원희 : 조용히 해... 아버님 깨셔.
민우 : (거들떠보지도 않고 부축도 뿌리치고 올라간다)
원희 : (보며)
S#60. 원희 방
원희, 민우의 겉옷을 벗기려는데
민우, 사납게 뿌리친다.
민우 : 가! 더러워.
원희 : ...
민우 : 거짓말쟁이, 사기꾼...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원희 : ...여보...
민우 : 애기가 너무 갖고 싶다고? 나한테 그런 말이 나오니! (두 손으로 원희를 사납게 밀치고)
원희, 침대 아래로 밀쳐 떨어진다.
원희 : ...
민우 : 가! 가서 경주 데려와! 경주야!
S#61. 동 아래층
민우모, 자리옷 차림으로 나와본다.
민우 : (소리) 경주야!
민우모 : 이기 뭔 일이고?
원희 : (뛰어내려오고)
민우모 : 니는 또 어델 가는데?
원희 : 경주 데려오라잖아요. 어머니도 애 못 낳는 며느리 필요 없으시죠?
민우모 : 뭐라 카는 기고!
원희 : (그대로 나간다)
S#62. 거리 (동 밤)
달리는 민우의 차, 원희가 운전하며.
원희 : (눈물을 쓱 닦으며)
S#63. 경주의 집 앞 9동 (밤)
경주, 계단을 내려오는데.
원희, 그대로 달려가서 경주의 뺨을 후려친다.
경주 : ... (때린 사람은 원희지만, 하루 왼 종일 억울하게 맞은 것 같은)
원희 : 나쁜 기집애... 고자질까지 하니?
경주 : ... 내가 말한 거 아니야.
원희 : 그래? 그럼, 우리 남편 하소연하는 거 들어주기만 했니? 그 고상하고 착한 얼굴로? ... 나는 니가 싫어, 정말 싫어!
경주 : ... 내가 뭘 어쨌는데, 너까지 날 싫어해?
원희 : ... 넌, 아무 잘못 없어. 그냥 싫어, 내 주위에 니가 있다는 게 싫은 걸 어떡해?
경주 : 아악! 나는 니가 좋은 줄 알아? 나두 너 싫어! 미워! 너만 내 인생에 끼어 들지 않았으면!
원희 : (보면)
경주 :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내가 오늘 어땠는지 알아? 아침 부터 온갖 모욕을 다 받았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 아무 잘 못도 한 거 없어, 정말 잘못한 거 없단 말야!
S#64. 도로, 달리는 정환의 차 (동 밤)
한적한 외곽도로를 달리는 정환.
다이얼을 이리저리 바꾸는데.
디제이 : 곧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무더운 밤입니다.
S#65. 라디오 부스
디제이, 원고를 읽다가 덮고.
디제이 : 오늘은 제가 목격한 어느 연인들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아침이었죠. 어떤 젊은 여자가
S#66. 도로, 달리는 정환의 차
운전하는 정환 위로
디제이 : (소리) 호텔의 주차장 한가운데,
은색 승용차 (정환의 표정) 앞에서 검은색 커다란 포트폴리오 가방을 치켜들고 서있었습니다.
정환 : (포트폴리오 가방에서 급제동을 걸고)...
디제이 : (소리) 그 여자는 아마 차안에서 자고있는 누군가를 위해 햇볕을 가려주던 중이었나봐요.
정환 : !
정환의 차, 밤의 도로를 휘익 유턴해서 달린다.
S#67. 경주의 집
경주의 휴대폰이 계속 울리고.
경철 : 누나는 왜 이렇게 안 들어와? (받는다) 서경주씨 핸드폰입니다. 집 앞에 잠깐 나갔거든요? 금새 들어올겁니다.
S#68. 경주네 동네
휴대폰을 끊은 정환, 막연하게 서 있다가 골목길을 달려간다.
그 위로 들리는
디제이 : (소리) 처음에는 웃으며 보았습니다. 정말 웃기는 장면이었는데
그 여자는, 그 더위에 두 손을 치켜든 채 몇 시간을 버티더군요... 그래서 웃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아마도 내내 슬픈 장면으로 기억될 거 같습니다.
S#68-1. 근처 다른 골목
정환, 달려오며 경주를 찾는다.
편의점 안이나, 구멍가게 등을 살피며,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르나 그냥 갈 수는 없어서 계속 찾는다.
디제이 : (소리) 그들은 왜 시원하고 안락한 호텔 방을 놔두고, 겨우 주차장에서 저러고 있을까? 왜 그랬을까요?
정환 : (표정 위로)
디제이 : (소리)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요?
S#69. 공원(동 밤)
정환, 두리번거리며 달려오다가 이윽고 멈춘다.
저만치 벤치에 고개를 꺾고 앉아있는 경주의 모습이 보인다.
정환, 다가가는데.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정환 : (멈추며 본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정환, 손바닥에 비를 받아보고는 경주를 보고.
경주는 그대로 앉아서 흐느끼는데.
이윽고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공원의 사람들은 서둘러 달려나가고 공원은 텅 빈다.
정환, 경주를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며 다가가는데
경주, 아이처럼 큰 소리로 마음껏 울기 시작한다.
경주 : (큰 소리로 울며 부르며) 엄마아! (엉엉) 엄마아!
정환 : (보며)
경주 : 아부지! (엉엉) 아부지! ... 엄마, 아버지! 어딨어 응? 나 너무 힘들어... 힘들어서 못살겠어,
(흐윽 흐윽) 나 좀 데려가요 네? 엄마아?
정환, 너무 아파 주저앉는다. 자기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 그녀를 슬프게 만든 게 자기라는 사실 때문에 절망하며.
그런 두 사람의 위로 비는 사정없이 퍼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