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을 두른 산, 남해 금산(錦山)
(섬 아닌 섬, 우리나라 다섯 번째 큰 섬, 남해에서)
다음 불 로그:-kims1102@
연일 계속되고 있는 “슈퍼장마”로 각종 호우기록이 경신되고 있는데,
서울은 평년 보다 4배(30년 평균)나 많은 비가 내렸고 장마기간도 2배나 길었다한다.
1년 내릴 비 절반이 보름 만에 내린 셈인데, 아직도 비가 계속될 예정이라니 장마철
일일최대강수량, 누적강수량, 최장연속강수 등의 기록은 더 갱신될 것 같다.
지속적인 비는 우리를 지겹게 하지만, 짧은 시간에 내리는 호우는 무섭기까지 했다.
요즘은 해를 구경할 수 없는 날이 태반이다.
아주 짧은 볕은 몰라도 긴 볕은 아예 허용하지 않는 날의 연속이다.
마음도 우울하고 잠도 오는데 기분이 축 처지는 이유 중 하나가 호르몬부족현상이다.
인체는 주위에 빛이 부족해지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이
우리에게 잠을 청하기 때문이란다.
날이 어두우니 몸이 밤으로 착각해서 나른하고 우울해지는 현상 때문이다.
겨우 호르몬 때문인 걸 가지고 그러니 우리 모두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제는 삼복더위 중 첫 번째인 초복이었지만 소나기를 앞세운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아내와 함께 “천하태평”에서 전복, 삼지구엽초를 넣은 삼계탕을 먹었다.
삼복(초, 중, 말복)의 첫째 복으로 여름의 시초를 말하는데 이 시기는 小暑와 대서(大暑)
사이가 되므로 더위가 본격적으로 오는 시기이다.
복날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었다.
옛날 궁중에서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과(氷菓)를 주고 궁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나눠주었다 한다.
민간에서는 복날 더위를 막고 보신을 하기 위해 계삼탕과 구탕(보신탕)을 먹었다.
또한 金이 火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 하여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어, 씨앗뿌리기, 여행,
혼인, 병의 치료 등을 삼가 했었다.
오늘 금광에서는 회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삼계탕을 준비하고 송정해수욕장에서
회원모두가 물놀이를 하며 하루를 지내기로 했다.
금산(錦山)은
남해군 상주면에 있는 산으로 2008년 05월 02일 명승 제39호로 지정된 山으로
높이는 681m로 그렇게 높지 않는 산이다.
원래는 신라의 원효대사가 이 산에 보광사라는 절을 세웠던 데서 보광山이라 했는데,
고려후기 태조 이성계가 이 산에서 100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한 그 영험에
보답하는 뜻으로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으려다가 산 이름을 금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기암괴석들로 뒤덮여 있다.
주봉인 망대를 중심으로 왼쪽에 문장峰, 대장峰, 형사岩, 오른쪽에 삼불岩, 천구암 등의
암봉(巖峰)이 솟아 있으며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이씨기단(李氏祈壇)을 비롯하여,
삼사기단(三師祈壇), 쌍룡문, 문장岩, 사자암, 촉대峰, 향로봉, 음성 굴 등 금산 38景을
이루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그리고 눈 아래로 보이는 바다와의 절묘한
조화는 명산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산 정상에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한국3대기도처의 하나이자 쌍계사의
말사인 보리庵이 있고, 그 밑에는 1977년에 해수관음보살상이 바다를 향해 세워졌다.
최근 한 방송사의 “비오면 생각나는 노래” 설문에서 “비오는 날의 수채화(1989년)” 가
1위에 올랐다.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 초콜릿색 물감으로/”----- 로 시작하는 가사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떠오르게 하지만 비에 지친 요즘 농부의 마음은 회색빛 수묵화만 같다.
폭우 탓에 과일수확량이 크게 줄었지만 당도 떨어진 과일을 비싼 값에 사먹는 소비자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까짓것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오겠지!
요즘 날씨만큼이나 산행버스 사정도 말이 아니었다.
산행이사가 사의를 표하고 불참했는데도 운영진은 좀처럼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런 현실을 보고 회원20여명이 걱정스럽게 서로를 바라보고 말이 없다.
오늘은 산들 님도 보이지 않았다.
서방까지 가면서 길에서 만난 몇몇 회원들을 태워 겨우 3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목적지인 남해를 향해 출발했다.
1973년 연륙(남해대교)되어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남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에 위치하고 있는 예로부터 “소금강”, “남해금강”으로 불리는 금산이다.
오늘산행은 재두산장식당에서 출발:-
금산매표소 -자연관찰로 입구 -샘터 -사선대 -장군봉 -쌍홍문 -보리庵 -금산(망대)
-문장岩 -저두암 -금산山莊 -상사바위 -좌선대 -제석봉 -사선대를 거쳐 되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처음 가보는 금산(錦山)산행은 산행이사가 없어 매우 불안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본격적인 비는 내리지 않고 있지만 하늘의 속내는 알 수가 없었고 운무인지
안개인지 분간할 수없는 잔뜩 물먹은 공기가 기분 나쁘게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다.
한번 쯤 다녀온 사람들은 산행이 별것 아니라고 우쭐거리지만 초행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고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다.
죄 없는 총무에게 짜증을 내고 출발을 했는데 고맙게도 파란하늘님이 뒤따라오며
내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를 해준다.
땀은 햇볕에서 만 흘리는 것이 아닌가보다 습도가 높은 숲길은 사우나 보다 더했다.
등산모 챙 끝으로 땀이 물이 되어 낙수로 떨어진다.
산행 길은 보리庵으로 가는 절 길이라 돌계단과 목재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가파른 경사도를 완화시키지는 못했다.
산의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남해의 남쪽바닷가에 깍 아 지른 암벽과 암릉,
갖가지 모양으로 생긴 오밀조밀한 암峰과 암굴은 한 폭의 그림인양, 아니 섬세한
장인의 손으로 빚어낸 불멸의 조각처럼 환상적이었다.
쌍홍문의 바위 구멍은 마치 사람의 안구처럼 생긴 것이 미간이 뚜렷했고,
천정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어두운 빛은 창세기를 연상하듯 환상적이었다.
主峰인 망대에 서보니 사해(四海)가 운무의 바다여서 천지가 통일된 하나였다.
이태조기단, 삼사기단, 쌍홍문, 사자암, 촉대봉, 향로봉, 음성굴, 금산 38경을
다 볼 수 없었지만 근거리에 있는 명소를 모두 눈여겨보았다.
보리庵은 궂은날에도 불구하고 명찰답게 불공드리는 신자들로 북적거렸다.
송정해수욕장에 들렸다.
송정해수욕장(松亭海水浴場)은
경남 남해군 미조면 송정里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은빛 백사장과 청정한 바닷물이 주변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어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몽돌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단애(斷崖)해안도를 구경할 수
있다.
남해도에서 상주해수욕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수욕장이다.
남해군은 1999년에 송정생태주차공원을 개장하고 해수욕장주변의 가로등에 꽃바구니를
설치하는 등 해수욕장을 운치 있는 공원으로 조성했다.
인근에는 아름다운 항구인 미조港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맛볼 수도 있다.
상주해수욕장은 개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비오는 궂은 날씨 때문인지
물에서 노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송정해수욕장은 아예 상가도 들어오지 않는 개점휴업상태였다.
그래도 회원들은 바닷물에 들어가 산행의 피로를 풀기도 했으며 파도에 떠밀려오는 톳을
수거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최기사가 하산주로 준비한 삼계탕이 불티나게 팔렸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무엇보다도 산행이사가 없는 과도기간을 솔바람님과 파란하늘님이 공백을 매 꿔준다니
그 고마운 마음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2011년 7월 22일)
첫댓글 여우짱 Y 2011.07.17 07:40수정 | 답글 | 차단 | 삭제
젊은 날엔 우산도 없이 일부러 비 오는 거리를 걷기도 했는데---
대웅님완주하시어 대단하셨어요.이제는 프로 되셨어요^^*
짜증내서 미안하고, 소심 해서가 아니라,
왠지 다리 하나 없는 밥상처럼 불안한 현실이 걱정돼서---
제가 있잖아요^^0.
파란하늘님과 솔바람님이 당분간이라도 산행을 도와주신다고 하니 고마운 일입니다. 지난일은 잊어버리시고 앞을 바라보며 나갑시다. 잘 읽고서 갑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 수고많았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산행 때 "우리님"과 함께 "사랑합니다님"에 대한 좋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엔 꼭 참석하시어 금광에 큰 힘이 되셔야 한다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