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이 춘 명.
관절염약 디스테린갭슐, 조인스정 200밀리그램, 진통제 아트라셋세미정 위산과다증약, 틴다정 150밀리그램, 부산피질호르몬제 트라시논정 1밀리그램 일주일 조제약을 받았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지나가다 우연히 왔어요.”
“네! 다들 소개로 오던데요”
처음 방문하는 노원구 노해로 장대국 내과에 초진 환자로 원장과의 첫 대화였다.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말이 당연한데 당황했다. 의사도 어디를 얼마만큼 치료해야 되는지 감이 안 잡혀서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접수할 때 안내데스크에 류마티스 클리닉이라고 써 있었다. 대기 손님들은 다들 노인들이다.
금요일 11시 45분이라 학생 직장인은 당연히 없지만 주부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예약 손님인지 기다리는 시간이나 절차에 두리번거리지 않았다.
“종암동에 살아서 가끔 올 수 있습니다.”
진료에 참작될까 말 했지만 의사는 간호원과 눈으로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고민하였다.
여러 의원을 다녀봤지만 개인 내과가 다른 진료는 하지 않고 예방주사와 관절치료만 한다.
“어디가 주로 아프세요?”
“왼쪽 어깨하고 등하고 목이 뻐근해요”
“오래 아픈 겁니까?”
“어제부터 통증이 생겼어요.”
“잠 잘 때 아프거나 왼쪽으로 누우면 어떠세요?”
“괜찮고 잠도 잘 자요”
내 답변에 정확히 진단을 할 수 없는지 일어나라고 했다. 두 팔을 앞으로 양 옆으로 쭉 뻗고, 밑으로 위로 깍지를 껴서 뒤로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했다.
정수리를 잡고 머리를 사방으로 돌리고 누르고 하면서 아프세요라고 물었다.
접수대에서 피검사, 소변검사, 방사선 촬영비 초진료를 48,000원 수납했다.
다시 원장실로 들어가 컴퓨터 화면으로 촬영된 것을 같이 봤다.
“목 8개, 오른쪽 관절은 정상이지만 왼쪽 어깨는 석회질이 있습니다. 하얗게 보이는 것입니다. 근육이 많이 굳어 있어요. 정확히 오십견입니다. 초기라서 6개월 약물치료 들어갑니다.”
연골 주사는 아직 아니었다. 다음 진료일을 예약하고 대기실에 있는 전광판을 보았다.
[관절 치료는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꾸준히 치료해야 합니다.]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 15년 주방 일을 한 흔적이다. 단순 노동으로 굳어있는 근육들이 이제야 쿠테타를 하고 있다. 배앓이, 설사, 불면 등 부작용이 있을 때에는 즉시 중단하고 문의하라는 약사의 주의사항을 들으며 귀가하는 걸음이 출근을 했을 때보다 무겁다.
먹는 양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아서 저 체중으로 버텨온 노동이 멈추고 참고 견뎌온 몸 속에서 통증으로 그동안의 노고를 터트리고 있다. 굵은 핏줄이 파랗게 튀어 오르도록 일한 시간을 조금씩 잊으며 몸 구석구석으로 휴식을 통보한다. 습관적으로 움직이던 마디마디마다 쉬어하며 달래준다. 5대 영양소와 헬스도 계획하며 번호가 적인 약 봉투에 들어있는 7개씩 담긴 알약을 바라보며 6개월 후의 부드러운 왼쪽 어깨를 벌써 상상해본다.
첫댓글 고단한 일상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이제 좀 쉬셔야 하는데...
이제는 일은 쉬고 아이돌보미로 행복한 몸살중입니다.